얼어붙은 입김만이 온기를 띠며
서로 끊어질듯 한 고동을 보고 있었다.

그리고 너무나 소중했던 추억은
이제 곧 사라져 버릴 미련

이를테면 비.
안개처럼 내리던 방과 후.
이를테면 석양.
타는듯한 교실의 풍경.
이를테면 눈.
처음으로 만난 하얀 밤과 검은 우산.

네가 있어, 웃어주기만 해도, 행복했었다.
불안하지만, 안심할 수 있었다.
너와 함께, 걷고 있는 것만으로, 기뻤다.
함께 있어도, 함께가 아니었는데.

아주 잠깐
그 나뭇가지 사이로 쏟아지는 햇볕이 따뜻해 보여 멈춰 섰을 뿐,
하지만, 언젠가 같은 곳에 있을 수 있을 거라며 너는 웃었다.
...그 말을, 줄곧 누군가에게 해주고 싶었다.

...그것은 정말로
꿈같은 날들의 추억


이 글은 사실 소설의 대사인데 상당히 절제되면서도 애틋한 감정을 담고 있죠..
그럼에도 원본 소설은 제법 잔인(?)합니다.
원문의 출처를 아실 분이 계실까요?
일본 동인계 소설입니다.




"헤어진 사람을 다시 만나서 시작하는 것은 새로운 사람을 백 번 만나는 것보다 힘들다.

마치 결말을 아는 소설을 두 번 읽는 것처럼..."


자주 찾는 만년필 동호회에 올라온 문장인데 이것이 어느 소설의 문장인지 그분의 창작인지는 모르겠지만 제법 공감이 간다. 뒷 부분은 조금 변형을 했는데 아마도 지난 연인을 다시 만나는 것은 그 결말 또한 이전과 크게 다르지 않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에서다. 내 지극히 개인적인 경험에 비추어도..헤어진 사람을 다시 만났을 때는 역시나 쉽지가 않았다.

만남 자체가 어색하고 가장 사랑하던 때처럼의 말이나 행동이 나오지를 않는다. 오히려 새로운 사람을 만나는 것보다 더 어색한 분위기가 옛연인과의 만남이었다. 물론 상황에 따라서는 이전보다 더 나은 방향으로 발전이 될 수도 있겠지만 그 단계를 넘어서기는 상당히 어려운 것 같다.

너무나 서로를 잘 알던 사이어서 그런 것일까 어떤 말을 해도 어떤 답이 나올지 미리 짐작을 해서일까..많지 않은 대화와 서먹한 웃음..담배연기 그리고 허탈함...헤어지는 순간에도 다정하게 웃어주거나 악수라도 건네기 어려운 그런 관계가 옛 연인이다. "차라리 그때 안 봤으면 더 나을 걸 그랬어..." 결국 이런 짧은 멘트로 그녀는 다시 추억이 된다. 사랑이란 참 왜 그렇게도 어리석은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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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인생에서 가장 의미가 있었던 장소라면 역시 잠실이다. 처음 시작한 연애의 장소였고 그 아이의 집이 있던 곳이었는데 데이트를 할 때는 내가 잠실에 가 그 아이를 만나는 것이 보편적이었다. 공항버스를 타거나 지하철을 타고 잠실 롯데백화점에 내리면 언제나 환한 얼굴의 그 아이를 볼 수 있었고 벌써 헤어진 지 수 년이 지났음에도 잠실과 신천 주변은 내게 각별한 느낌을 준다.

그리고 어쩌면 내 인생의 마지막 직장이 될 회사가 있는 곳도 잠실에서 그리 멀지 않은 올림픽공원 앞. 며칠 차를 몰고 그 아이의 집 앞을 바로 지나가면서 그리고 무척이나 익숙한 그 주변을 돌아보면서 여러가지 생각에 잠긴다. 인연이란 참 맺기도 어렵지만 끊기 또한 어려운 것인가보다.

같은 하늘 아래에 살아간다는 것만 해도 참 큰 인연인데 누군가를 사랑한다는 것은 얼마나 소중한 것일까...

앞으로 많은 시간을 또 난 이 거리를 걸을 것이고 가끔은 그 아이와 찾아갔던 상점이나 같이 걷던 거리를 나 혼자 찾아가볼지도 모르겠다. 남자는 첫사랑을 평생 못 잊는다 하던가..적어도 내 경우라면 그 이야기는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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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MAP의 팬들이라면 놓칠 수 없는 곡인 '夜空ノムコウ' 번역하면 밤하늘 저편 정도일텐데 내가 이곡을 특히 좋아하는 것은 가사가 내 개인적인 추억과 비슷하다고나 할까..사실 노래 가사라는 것이 대부분 자신에게 맞는다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곡의 경우는 유난히 마음 한 구석이 아련하달까... 중간중간 나오는 장면들이 예전 내 기억과도 제법 일치하고...아무튼 아이팟에서 재생 순위 상위권을 기록할 정도로 요즘 들어 부쩍 많이 듣는 곡이다. 원곡과 번역을 같이 올렸는데 역시 문법만으로 외국어를 공부하면 구어체 문장에서 좌절하는 법이다...


あれからぼくたちは 何かを信じてこれたかなぁ…
그후로 우리는 무언가를 믿어왔던 것일까…
夜空のむこうには 明日がもう待っている
밤하늘 저편에는 내일이 이미 기다리고 있지
誰かの聲に氣づき ぼくらは身をひそめた
누군가의 기척을 느껴서 우리는 몸을 숨겼어
公園のフェンス越しに 夜の風が吹いた
공원 담장 너머로 밤바람이 불었어
君が何か傳えようと にぎり返したその手は
네가 무엇인가를 전하려는 듯이 잡아서 돌려준 그 손은
ぼくの心のやらかい場所を 今でもまだしめつける
내 마음 속의 부드러운 곳을 지금도 꽉 잡고 있어
あれからぼくたちは 何かを信じてこれたかなぁ…
그 후로 우리는 무언가를 믿어왔던 것일까…
マドをそっと開けてみる 冬の風のにおいがした
창문을 살며시 열어봤어 겨울바람의 향기가 났지
悲しみっていつかは 消えてしまうものなのかなぁ…
슬픔이란 언젠가는 사라져버리는 걸까…
タメ息は少しだけ 白く殘ってすぐ消えた
한숨은 조금만 하얗게 남았다가 곧 사라졌어
步き出すことさえも いちいちためらうくせに
걷기 시작하는 것조차 하나하나 망설이면서
つまらない常識など つぶせると思ってた
하찮은 상식 따위 부술 수 있다고 생각했었지
君に話した言葉は どれだけ殘っているの
네게 했던 말들은 얼마나 남아있어?
ぼくの心のいちばん奧でから回りしつづける
내 마음 가장 깊은 곳에서 계속 맴돌고 있어
あのころの未來に ぼくらは立っているのかなぁ…
그때의 미래에 우리들은 서 있는 걸까…

全てか思うほど うまくはいかないみたいだ
모든 것이 생각한 대로 잘 되지는 않는 것 같아
このままどこまでも 日日は續いていくのかなぁ…
이대로 어디까지나 나날이 계속되는걸까…
雲のない星空が'マドのむこうにつづいてる
구름없는 하늘이 창문의 저편으로 이어지고 있어
あれからぼくたちは 何かを信じてこれたかなぁ…
그 후로 우리는 무언가를 믿어왔던 것일까…
夜空のむこうには もう明日が待っている
밤하늘의 저편에는 이미 내일이 기다리고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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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연치 않게 당산역에 내리게 되었습니다. 평소 같으면 별 생각없이 마을버스를 타고 집으로 돌아갔을텐데 발걸음은 선유도로 향하고 있었습니다. 데자뷰라고 하지요. 마치 이전에 겪었던 것을 다시 반복하는 듯한...  당산역에서 선유도까지는 제법 거리가 멉니다. 거리를 걷는 동안 지난 기억들이 순식간에 머리 속을 가득 메워나갔습니다. 거리는 그대로인데 사람만 달라졌습니다. 


한참을 걸어 선유도로 넘어가는 육교에 다다랐습니다. 예전에는 이런 표지판은 없었는데 새로 생긴 모양입니다. 이곳을 다시 찾을 줄은 생각도 못했는데...



평일 오전 시간인지라 선유도에는 사람이 많지 않았습니다. 카메라를 들고 있는 사람도 저뿐이더군요. 날이 좀 흐려서 하늘이 뿌옇더군요. 예전에 왔을 때 보지 못했던 것들이 많아진 것 같더군요. 아마 새로 생긴 것이라기보다는 보는 시각이 달라져서가 아닐까 생각이 듭니다.

이미 계절이 가을의 중반에 접어들어서인지 떨어지는 낙옆들도 제법 많아졌습니다. 예전에 왔을 때도 아마 10월말인가 11월로 기억을 하는데 그날은 오늘보다는 훨씬 흐린 날이었죠.

사실 선유도에 혼자 오면 딱히 재미는 없습니다. 누군가를 모델로 삼아 사진을 찍어주기 위한 것이라던가 잠시 세상사를 잊고 그저 푹 쉬고 싶을 때가 아니면 넓은 공원을 돌아봐도 별다른 감흥이 오는 곳은 아니었죠. 다만 오늘은 오늘이 아닌 과거의 제 모습으로 그 길을 다시 걸었기에 조금은 느낌이 달랐던 것 같습니다.


시간이 이렇게 많이 흘렀는데도 그 오래 전의 기억이 마치 슬라이드처럼 머리 속에서 펼쳐진다는 것이 참 믿기지가 않더군요. 이미 다 잊은 줄 알고 있는 기억들이 단지 그 장소를 다시 걸은 것만으로 마치 지금의 이야기처럼 되살아나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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