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다시 둘레길이다. 왼쪽 발이 생각지도 않게 아파 한동안 미뤄두었는데 덕분에 무더운 여름을 보내고 가을에 접어드는 시점에 둘레길을 다시 걸을 수 있게 됐다. 북한산둘레길 6구간은 이전에 적었듯이 5구간의 종료지점이 곧 시작점이다. 둘레길의 앞구간들은 구간별로 구분이 확연하게 되어 있는데 6구간 그리고 7구간은 그런 구분이 없이 바로 이어졌다. 오늘 걸은 구간은 6구간 평창마을길과 7구간 옛성길이다.

길음역에서 내려 3번 출구로 가 7211번을 타고 롯데아파트에 내리면 된다. 조금 걸어올라가면 이전에 5구간을 마치고 내려왔던 길을 만나게 된다. 6구간 평창마을길은 이전의 구간들과는 전혀 다르다. 구간 이름처럼 평창동 마을을 관통하는 코스가 이어진다. 마치 삼청동의 어느 골목을 걷는 그런 느낌이다. 6구간만 걷는다면 굳이 등산용 장비는 필요하지 않아 보인다. 다만 이어서 7구간을 간다면 등산화 정도는 챙겨서 신자.

6구간은 북한산국립공원의 안내로는 5Km, 소요예상시간은 2시간 30분이다. 6구간은 이 수치가 어느 정도 맞아 트레킹앱 역시 비슷하게 잡아내고 있었다. 이 구간은 전형적인 아스팔트와 콘크리트로 이루어진 길이기 때문에 수월해보이지만 사실 아스팔트를 걷는 것이 산길을 걷는 것보다 몸에 무리도 많이 가고 피로도 크다는 점을 기억하고 무리하지 않도록 하자.

전체적으로 위로 올라가는 고도 형상을 볼 수 있다. 제법 높이 올라가서 한동안 걷다가 약간 내려왔다가 다시 올라가는 형태로 이러지는데 5Km지점에서 일반 도로로 나오면서 고도가 가장 낮게 떨어진다. 

오늘은 혼자 걷는 게 아니어서 SLR은 들고 나오지 않았다. 누군가 동행이 있다면 동행과의 대화나 함께 걷는 것 자체에 집중하는 것이 몇 장의 사진을 더 남기는 것보다 소중하다고 생각한 까닭이다. 이번에 함께 간 녀석은 LX5다. RAW+JPG모드로 담아봤는데 집에 와서 편집을 해 보니 RAW보다 JPG가 더 나아보인다. D700과는 또 다른 느낌인데 아마도 라이트룸의 어도비 프로파일 때문이 아닐까 싶다.

6구간은 아스팔트로 시작한다. 이 느낌은 구간이 마무리될 때까지 크게 달라지지 않는데 사전에 구간에 대한 정보를 접하지 않고 왔기 때문에 조금은 특이한 느낌이다. 이제까지의 구간들이 흙으로 된 전형적인 산길이었던 것에 비해 이 구간은 전형적인 동네길이다. 

평창동은 한옥과 양옥이 동시에 존재하는 묘한 동네인데 잘 알려진 것처럼 강북의 부촌 중의 한곳이다. 하지만 굳이 그곳의 집들에 위화감이나 어색함을 느낄 필요는 없다. 어디나 근본적으로 사람이 산다는 것은 같으니 말이다.

완전히 주택가 밀집지역이어서 그런지 제법 조용했고 주말임에도 오가는 사람이 없어 마음 편하게 걸었던 길이다. 동네는 뭐랄까 개발과는 거리가 아주 먼 느낌이랄까.. 예전의 집들이 예전의 모습을 그대로 간직한채로 마치 어느 순간에 시간이 멈춘 듯한 그런 느낌을 주었다.

어느 집 앞에 자리한 계곡의 모습인데 서재에 앉아 저런 풍경을 볼 수 있다는 것은 마음에 들었다. 아마 이 지점이 그나마 북한산이라고 느낄 수 있는 유일한 지점은 아닐까 싶다. 그만큼 산과는 거리가 먼 구간이다.

둘레길에서 볼 수 있는 잔재미는 역시 예상치 못한 구경거리다. 허머가 떡 하니 자리잡고 있어 담아봤다. 연비가 그렇게 안 좋다는 차인데(군용이다보니) 겉으로 보기에는 꽤나 남성적인 느낌이 강하다 싶다. 엔진음은 어떨까 궁금해진다.

어느 회사(?)였을가 앞에 아무렇게나 방치된 낡은 트럭. 보아하니 전시용으로 놓아둔 것 같은데 제법 운치가 있다. 저 차도 어느 시절엔가는 도로를 누비고 다녔을텐데 이제는 그 수명을 다하고 우두커니 앉아 오고가는 차들을 바라보는 자리에 서 있다. 

사실 출발 전에는 5Km라는 거리가 제법 되기 때문에 어색한 걷기가 되면 어쩌나 걱정을 많이 했다. 참 다행스럽게도 마치 오래 전부터 알고 지내던 것처럼 이야기가 잘 통했다. (나만의 생각은 아니었기를..;) 딱딱한 아스팔트 길 위를 만약 혼자 걸었다면 참 무료하고 지루한 걷기가 되었을 텐데...

거의 모든 사진이 24mm로 찍은 까닭에 전체적으로 길이 멀어보이지만 실제로도 저렇다고 보면 된다. 아스팔트와 콘크리트가 앞서거니 뒷서거니하면서 평창마을을 감싸고 도는 그런 느낌이다. 한여름이라면 이 구간은 피하는 것이 좋을 것 같은데 다른 구간에서처럼 나무 그늘이 있어 쉬어갈 수 있는 공간이 거의 없기 때문이다.

유난히 사찰과 기도원이 많은 구간이었다. 청련사 앞에는 의자들이 가지런히 놓여 있어 잠시 쉬어갈 수 있다. 이곳에서 사과를 먹고 한참을 머물렀다. 정말 고요한 가운데 풍경 울리는 소리만 잔잔하게 퍼졌던 시간.. 물론 잠시 후 사람들이 늘어나고 차들이 지나다니긴 했지만 꽤나 평화로운 공간이다.

길이라는 것은 우리가 어딘가를 목적지로 삼아 가기 위한 수단일 때가 대부분이지만 때로는 길 자체가 목적이 되기도 한다. 오늘과 같은 경우가 후자라고 하겠는데 그럴 때는 가능한 천천히 길 자체가 들려 주는 이야기를 들으며 걸어야 한다. 그렇지 않다면 굳이 시간을 내 길을 걸을 이유가 없다. 마찬가지로 사람을 만난다면 그 사람 자체가 만남의 목적이기 때문에 온전히 그 사람에게 집중해야 한다. 그렇지 않다면 사람을 만날 이유가 없다.

아무렇게나 서 있는 마쯔다의 쿠페인데 제법 오래된 모델같아 보인다. 낡은 차고와 낡은 문과 제법 잘 어울린다. 옛것은 옛것과 있을 때 잔잔한 어울림의 느낌이 살아난다. 만약 저 자리에 최신 스포츠카가 서 있었다면 꽤나 어색하지 않았을까 싶다. 어울림이란 억지로 꾸민다고 될 일이 아니다. 

평창마을길에 접어든 이래 처음 만나게 되는 흙길이다. 이 구간에서는 흙길이 반갑다. 다른 구간에서는 흙길이 당연하기 때문에 별 느낌이 없지만 이 구간에서는 아스팔트길이 당연하기에 흙길이 반갑다. 뭔가에 익숙해진다는 것은 이렇게 사람의 느낌을 마비시키는 무언가가 있다. 살아가면서 가장 경계해야할 것 중의 하나가 바로 이 "익숙함"이다. 내게는 한없이 편한 그 익숙함이 때로는 내 생각과 행동을 경직시킬 때가 있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하겠다. 물론 내가 무엇에 익숙하다는 것을 깨닫는 것조차 어려운 것이 사실이지만...

있는 줌 없는 줌 다 잡아당겨도 이게 최선이었다. 분명 한 발을 더 다가서면 녀석은 도망갈 것이고 도망가버린다면 사진을 아예 찍을 수 없으니 이게 최선이다. 청소년 정도된 고양이였는데 그렇지 않아도 걸어오는동안 고양이들을 제법 봤다. "둘레길 걷다가 고양이를 만났지 뭐야" 어디 가서 이렇게 말해도 전혀 어색하지 않다. 물론 "둘레길 걷다가 멧돼지를 만났는데.." 이게 더 설득력은 있지만 말이다... 사진을 찍고 한발 다가서보았고 역시나 녀석은 저만치 도망갔다. "아이컨택"이 부질없었다.

갑자기 등장한 전형적인 산길이다. 그렇다. 이 지점이 6구간과 7구간 "옛성길" 의 경계점이다. 아스팔트가 순식간에 끊어지고 흙길이 나타난다. 원래 계획은 6구간을 마치고 간단히 식사를 하고 헤어질 예정이었는데 "수다"가 끝이 날 줄을 몰라 한 구간을 더 가기로 했다. 편안함이란 참 좋은 느낌이다.

이제까지 봐온 전형적인 둘레길이 7구간이다. 동행은 "여기까지 걸어서 왔다고 생각하지요"라고 이야기 했는데 그말이 참 적절했다.   예전에도 적었지만 북한산둘레길의 각 구간은 구간마다 확연하게 구별되는 느낌이 강하다. 이렇게 구간을 구분하기 위해 꽤나 많은 조사와 연구가 이루어졌을 것 같다. 앞으로도 많은 구간들이 남아 있지만 그곳들 역시 그런 독특함을 주리라 생각된다.

7구간을 걷다보면 왼편으로 오래된 성벽의 흔적을 볼 수 있는데 그래서 옛성길인 모양이다. 오늘은 날이 무척 맑아서 사진에 보이는 것처럼 제법 멀리까지 볼 수 있었다. 안내판의 설명과 눈 앞에 보이는 산의 모양새를 바로 맞춰볼 수도 있었다. 내일부터는 날이 흐려지고 비 예보까지 있는터라 날은 참 잘 잡았다.

7구간의 거리는 2.7Km로 6구간까지 합치면 7.7Km다. 짧은 거리는 아니다. 아침 10시 조금 넘어 길을 걷기 시작했는데 두 구간을 모두 지날 때쯤은 오후 3시에 가까운 시간이었으니 시간도 제법 오래 걸렸다. 그런데 묘하게도 전혀 오래 걸었다는 느낌이 들지 않았고 시간이 많이 흘렀다는 느낌이 들지 않았다. 동행이 있는 산행이란 그런 느낌인 것이다. 정체모를 남정네와 선뜻 동행해준 분께 감사할 따름이다.

오래 전 원대한(?) 북한산둘레길 정복 계획을 짤 때는 일주일마다 한 코스씩 꾸준히 갈 수 있을 거라 생각했는데 사실 그게 쉬운 일이 아니었다. 물론 중간에 본의아닌 부상(?)을 당해 멈춘 것도 있지만 무엇보다 가려는 마음만큼 몸이 쉽사리 따르지 않는 것이 더 큰 이유였다. 굳이 그렇게 멀리까지 가서 '걷기'를 할 이유가 있냐고 물을 수도 있겠지만 산행은 그 시작 전에 나와 작은 약속을 하나 하고 떠나는 것이기에 온전히 마무리를 해야 마음이 홀가분하다. 

총 21개의 구간 중에 이제 3분의 1이 마무리됐다. 다음 구간은 8구간이고 제법 산의 느낌이 많이 나는 구간인데 언제 걷게 될지는 지금으로서는 알 길이 없다. 스스로에게 강제성을 부여하지 않으려 함이다. 산행에 있어 강제성을 부여해버리면 길을 걸을 때 길이 말하는 소리를 듣지 못 하고 길이 보여주는 풍경을 보지 못 하기 때문이다. 그저 마음이 내켜 걸으면 그만이고 그 걸음걸음에 충실하면 그만이다. 복잡할 것도 신경쓸 것도 아닌 것이다. 


Panasonic LX-5



4구간을 마치고 5구간은 조금 여유있게 출발할 수 있다. 북한산국립공원 정릉주차장에 5구간의 입구가 있는데 그전에 쉬어갈 수 있는 공간들이 있기 때문이다. 음료수가 부족하면 이곳에서 보충하고 등산장비를 가지고 갔다면 마찬가지로 확인을 하고 출발하도록 하자.  5구간은 1구간부터 걸어온 이라면 처음 만나게 되는 상급 코스다. 

미리 이야기하지만 이 구간은 중간에 빠져 나올 방법이 없다. 즉 한번 들어가면 구간이 종료될 때까지 계속 걸어야 한다는 말이다. 코스 자체가 그렇게 험하거나 복잡한 것은 아니지만 오르막과 내리막이 제법 길게 이어져 있고 군데군데 등산로처럼 바위로만 길이 이어진 곳이 있으니 등산화 정도는 신고 가는 것을 추천한다. 4구간의 편안한 마음으로 진입하기는 약간 무리가 따르는 곳이다.

이전 글에도 올린 그림인데 실제로 5구간의 거리는 4km가 조금 더 된다고 생각하면 된다. 직선거리로만 볼 것이 아니고 고도차가 제법 크기 때문이다 만약 5구간을 시작점으로 한다면 지하철 4호선 길음역 3번 출구에서 143, 110B번을 타고 북한산관리공단입구에 하차한 다음 주차장 쪽으로 이동하면 입구를 쉽게 찾을 수 있다. 

고도계가 정밀하게 맞지는 않지만 출발지점인 북한산 주차장의 고도가 가장 낮고 이후로 진행함에 따라 전체적으로 고도가 상승하는 모양새를 이루고 있는 구간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표를 보면 내리막보다는 오르막이 많은 것을 볼 수 있는데 5구간이 종료지점에 가 보면 생각보다 높이 올라와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명상길이라는 이름을 잘 기억해두자. 전에도 이야기했지만 둘레길의 각 구간은 구간별로 특색이 두드러진 편이다. 명상길이라면 그만큼 생각을 하기에 좋다는 의미일텐데 과연 그런 구간인지 올라가보면 알게 된다.

부처님오신날의 흔적이 아직 남아있는 길을 천천히 올라가다보면 방문자 수를 확인하는 개찰구 비슷한 곳을 지나게 된다 시작점부터 오르막 계단인데 어지간해서는 끝날 생각은 안 한다. 그렇다고 너무 부담을 가질 필요는 없다. 천천히 걷다보면 어느새 구간의 끝지점을 만날 수 있으니까

오랜만에 마주치는 둘레길 표지판. 계단을 지나 흙길을 조금 걷가보면 다시 계단과 만나게 된다. 전에 다녀왔던 설악산 대청봉 코스에 비할 바는 아니지만 잠깐이나마 그때 생각이 나기도 했다.

계단의 끝에는 스탬프투어 하는 분들을 위한 포토포인트가 있다. 여기서 셀카 한 장 찍고 주변 경관을 한 번 바라보면 시원한 느낌이 든다. 전망대라고는 하지만 약간 빈약한 느낌이 든다. 전망대에 도착하면 이제 명상길이 대충 어떤 모양의 길인지 짐작이 된다. 구간이 끝날 때까지 이렇게 진행이 된다고 생각하면 마음이 편하다.

이번엔 내리막이다. 계단이 제법 잘 꾸며져 있다. 명상길을 걷다 보면 내리막이 생각보다 적다는 것을 느끼게 되는데 앞서 적은 것처럼 구간 전체가 위로 올라가는 모양을 하고 있는 까닭이다. 

내려왔나 싶더니 보이는 오르막 계단. 길을 걷다보면 이길을 만든 이들이 새삼 대단하다 싶다. 전국의 어느 산을 가도 마찬가지인데 등산을 목적으로 산에 오르는 것과 일을 하기 위해 산에 오르는 것은 말그대로 천지차이기 때문이다. 누군가의 힘겨움으로 인해 내가 지금 편하게 길을 간다는 생각을 둘레길 걷기에 나선 이후 처음 하게 되었다.

한참 올라가니 저 멀리 내리막이 보인다. 시작점에서 조금 서둘러 발길을 재촉했다면 이 정도 오면 제법 숨이 찰지도 모르겠다. 명상길이라는 이름을 한 번 더 생각하고 속도를 줄이다. 빨리 걷는다고 좋은 게 아니다. 천천히 걸어도 가고자 하는 곳에 도착할 수 있으면 좋은 여행이다. 집을 나서 먼길을 왔는데 굳이 힘겨워하며 걸을 필요는 없다.

5구간 명상길은 전체적으로 '산'이라는 느낌이 많이 드는 구간이다. 이전의 구간들처럼 민가와 마주칠 일도 없고 오직 사방이 산이다. 자연 그대로의 공간이고 그 안을 조용히 걷다 보면 어느샌가 이런 생각 저런 생각에 잠기게 된다.

이전 구간에서는 볼 수 없었던 바위길이다. 이런 길들이 여러 군데 나오고 내리막도 이렇게 바위로만 이루어진 곳들이 있다. 운동화를 신은 분이라면 주의를 해야 한다. 여름이라 크게 무리는 없지만 겨울에 이 구간을 지날 때에는 아이젠이라도 있어야 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길가에 아무렇게나 널려 있는 돌과 나무들도 이제는 하나 둘 눈여겨 보기 시작한다. 처음 둘레길 걷기를 시작할 때와는 몸이나 마음이나 많이 달라졌다. 목적지에는 언제든지 도달할 수 있다. 중요한 것은 과정이다. 언제 도착했느냐보다 어떻게 도착했느냐가 더 중요하다는 생각을 요즘 많이 하게 된다.

여름이지만 낙옆은 어디나 존재한다. 아무렇지도 않게 지나칠 수 있는 길이지만 차분히 내려다보고 거기 있는 존재들과 차분하게 대화를 해 나가며 걷는다.  길은 사람에게 참 많은 이야기를 건넨다. 우리가 귀를 막고 눈을 막고 있어 그 이야기가 들리지도 보이지도 않을 뿐이다. 사람과도 마찬가지다. 마음으로 누군가와 대화를 나누어본 적이 언제였는지 돌이켜 생각해보자.

길은 멀리 이어져 있고 사방은 온통 나무들 뿐이다. 오고가는 이들도 없어 정말 적막한 분위기. 가끔 들리는 까마귀 소리가 메아리가 되어 여기서도 저기서도 들리는 듯하다. 이 구간도 햇살이 직접 내리 쬐는 일은 거의 없어 들고 간 모자는 그냥 가방 속에 넣어두고 손수건 한 장만 꺼내어 들고 걸었다. 

이렇게 많은 길들이 내가 모르는 곳에 얼마나 또 많이 있을까 생각을 한다. 세상의 모든 길을 다 걸어보고 싶다는 꿈을 꾸어도 본다. 하지만 사람이 한 번에 갈 수 있는 길은 하나다. 한 사람이 두개의 길을 동시에 걸을 수는 없다. 그럼에도 우리네들은 가지 않은 여어 개의 다른 길에 너무 마음을 쓰고 있는 것은 아닐까.

굉장히 단조롭고 큰 변화가 없는 구간인 명상길. 왜 명상길이라 이름지었는지 고개가 끄덕여진다. 4구간을 걸을 때는 괜찮았던 왼발에 슬슬 부담이 간다. 다음에 가라는 말을 뒤로 하고 길을 나선 것을 처음 후회했던 순간. 그래도 길이 있으니 가야지..

만약 저 나무들을 모두 베어버리고 길을 냈다면 이곳의 의미는 퇴색했겠지. 나무는 그대로 자라게 놓아두고 그 사이로 길을 냈다. 사람도 자연의 일부다. 자연을 함부로 거슬러서는 안 되는 법이다. 하지만 이미 많은 자연의 흔적들이 인간의 욕심으로 사라져가고 있다.

길이 끊어졌나? 생각했다가 바위 사이로 발걸음을 옮긴다. 길은 사람이 내는 것이 아니라 산이 허락하는 것이다. 문득 든 생각인데 사람이 억지로 길을 내기는 했지만 가장 자연스러운 길은 원래부터 만들어진 길이라는 것. 주어진 길에 순응하고 받아들이며 걷는 것이 인위적으로 만들어진 길을 걷는 것보다 더 편안하다.

좀처럼 보이지 않던 이정표가 등장한다. 거의 막바지인가 싶었는데 사실 여기서도 조금 더 가야 한다. 오히려 형제봉까지 가는 길이 더 가까운데 둘레길을 올 때마다 정상에 가보고 싶은 생각이 많이 든다. 하지만 정상은 언제든 오를 수 있고 둘레길은 지금 가야 하는 길이다. 

55mm렌즈의 한계를 절실하게 느꼈던 구복암. 바위 이름인지 뒤의 암자 이름인지 정확하지는 않지만 정말 큰 바위 두 개가 버티고 서 있다. 아무리 뒤로 가도 내가 담을 수 있는 사진은 여기까지. 반대편에서 올라오던 지긋한 노신사분도 이 바위를 보고 카메라를 꺼내든다. 아름다움은 누구에게나 같은 공감을 준다.

한참을 더 걸으면 마지막 계단을 만날 수 있다. 5구간 명상길의 계단은 나무만으로 되어 있지는 않고 중간중간에 바위들을 모아 계단 역할을 하게 꾸며놓은 곳이 많다. 비가 오게 되면 미끄러지기 쉬운 점도 주의사항.

5구간의 종료 지점은 6구간 평창마을길의 시작이다. 다음 방문시에는 여기서부터 시작을 할 생각이다. 국립공원의 안내를 그대로 따르면 걷지 못하는 길이 생기는 점이 아쉽기 때문이다. (다행히 6구간은 홈페이지의 안내도 이곳에서부터다) 

이문을 나가도 바로 교통편이 있지는 않다. 멀리 보이는 길에서 왼쪽으로 나가 10여분 정도를 더 걸어야 한다. 주의할 것은 걷는 방향에서 버스를 타게 되면 출발점인 길음역으로 돌아가지 않는다. 내 경우는 불광역으로 향했기에 그대로 탔지만 만약 4호선을 탈 생각이라면 길을 건너 반대편에서 차를 타야 한다.


아무튼 이번 구간은 '수동'으로 돌아본 구간이었다. 노출도 초점도 모두 머리속에서만 계산해야했고 아주 오래 전 필름 카메라를 쓰던 시절 사용하던 어설픈 공식들을 쥐어 짜가며 한컷 한컷 담아보았다. 사진을 찍는 것도 걷는 것만큼이나 아날로그적이라는 생각이 들었던 걷기가 아니었나 싶다.

4구간, 5구간은 아주 어릴 적에 살던 동네와 이어져 있어 조금은 들뜬 마음으로 찾았던 곳이다. 6구간 평창동 역시 초등학교 시절 친구들 집이 있던 곳이라 자주 다니던 곳이었는데 우연치 않게 둘레길을 걷기로 한 것이 어린 시절의 기억을 되살리는 계기가 되었다는 점이 신기했달까..

역시 인연이란 사람의 힘으로 어쩔 수가 없는 것임을 다시 한 번 느끼게 되었다. 만나고 싶다 해서 만날 수 있는 것이 아니고 헤어지고 싶지 않다 해서 이별이 없는 것이 아니다. 그렇다고 운명론에 빠질 것은 아니지만 그만큼 사람의 힘이 닿는 것은 한계가 있다는 생각이다. 사람의 할 일을 다 하면 그때는 하늘의 부름을 기다리라는 고사성어도 있지 않은가...

발의 통증이 생각보다 깊어 이후 일정을 어떻게 할지는 지금으로서는 알 수가 없다. 마음이 너무나 혼란스러워 몸을 조금 움직여 보면 나아지지 않을까 해서 시작한 걷기가 조짐이 이상하던 발에 무리를 준 모양이다. 그래도 차라리 몸이 아픈 것이 낫지 않을까라며 위안을 해보지만 아직은 마음 역시 완전히 낫지는 않은지라 이중고에 시달리는 모양새가 되었다. 그래도 여전히 둘레길은 매력적이다. 다음 주에 걸을 수 있기만을 바라며...


Nikon D700, Ai micro Nikkor 55mm f/2.8S


이전 포스팅에서 적었지만 4구간 솔샘길은 3구간의 종료지점에서 바로 시작한다. 북한산둘레길에는 종종 이런 구간이 보이는데 구간의 종료와 다른 구간이 동시에 시작하게 되는 지점들이 있어 실제로는 북한산둘레길 안내 홈페이지의 공식적인 방문 경로와는 약간 다른 길을 걷게 된다. 

이 경로가 북한산둘레길 홈페이지에서 소개하고 있는 4구간 솔샘길의 경로인데 실제로는 3구간의 종료 지점에서 솔샘길이 시작하기 때문에 3구간에 이어 바로 4구간에 진입한다면 별 문제가 없지만 3구간까지 걷고 나중에 4구간을 가야지라고 마음먹은 경우에는 경로가 약간씩 어긋나게 된다.

즉 공식적인 시작점인 북한산생태숲 앞은 솔샘길이 이미 어느 정도 진행된 다음의 경로인 셈인데 나중에 6구간에 접어들 때도 마찬가지다. 이런 사실을 직접 와보고서야 알았기 때문에 어느 정도 손실(?)된 거리는 아쉽지만 다음을 기약할 수밖에 없었다. 왜 1구간이나 2구간처럼 출발지를 따로 분리하지 않았는지는 알 길이 없다.

아무튼 북한산둘레길 홈페이지에서 소개한 대로 4구간을 가려면 지하철 4호선 길음역에 내려 3번 출구로 나가면 오른쪽에 버스정류장이 있고 1014번이나 1114번을 타고 종점까지 이동하면 된다. 홈페이지에서는 북한산 생태숲 앞이라고 밝히고 있지만 실제 정류장 이름은 '성북생태체험관'이다. 이점도 미리 알고 가도록 하자

오늘 다녀온 경로는 4구간, 5구간으로 전체 거리는 6.9km다. 4구간은 북한산국립공원이 밝히고 있는 거리인 2.1km와 별 차이가 없지만 5구간은 공식거리는 2.4km지만 실제로 걷게 되면 4km가 넘는 거리라는 점도 감안해야 한다. 다음 포스팅에서 적겠지만 5구간은 준비를 조금 하고 가야 한다. 그럼 4구간을 가보도록 하자.

솔샘길은 이전의 3구간의 종료 지점부터 생각해보면 전반적으로 밝은 느낌이 드는 구간이다. 중간에 시민들을 위한 공원도 잘 꾸며져 있고 남녀노소 누구나 쉽게 접근할 수 있는 편안한 길이라고 할 수 있다. 실제로 오늘도 유치원생들이 무리를 지어 걷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물론 본격적인 둘레길은 아닌 '자락길'이었지만 말이다.

오늘은 수동렌즈를 들고 나갔다. 자동의 편리함보다 '천천히' 걷기 위해 그리고 천천히 생각하기 위한 선택이었다. 다만 아쉬운 것은 55mm라는 화각인데 풍경은 거의 광각으로 담는 습관이 있는지라 어떨까 싶었다. 그래도 결과적으로 보면 몇몇 장면만 빼고는 그래도 괜찮았다.

성북생태체험관에서 하차하면 조금 올라가 왼쪽에 표지판이 보인다. 이제 4구간이 시작인데 실제로는 이미 4구간이 어느 정도 진행된 지점이다. (계속 적는 걸 보니 아쉽긴 한 모양이다) 길에 접어들면 왼쪽으로 성북초등학교가 보인다. 한참 수업 중인지 아이들 목소리가 길가까지 들려온다.

넓은 공원과 동네 주민들이 쉬거나 운동을 할 수 있는 공간이 마련되어 있다. 4구간은 초반 둘레길 코스 중에 정말 편하게 걸을 수 있는 구간이지 싶다. 굳이 등산 장비를 갖출 필요도 없고 아주 가볍게 걸으면 된다. 그리고 중간중간 구간을 빠져 나올 수 있는 여지가 있어 걷다가 힘들면 다음을 기약해도 된다. 구간에 진입한 다음 벗어날 수 있느냐 없느냐의 문제는 생각보다 중요하다. 

조금 가다보면 '북한산자락길'을 만나게 된다. 만남의 장이라는 커다란 표지판과 함께 쉬어갈 수 있는 공간이 마련되어 있다. 자락길에 대한 설명은 아래 사진을 보자. 이 사진에서 정면에 보이는 내리막 계단으로 진입하면 4구간이 이어진다.

자락길은 정말 쉬운 코스로 되어 있는 구간인데 길이 아주 잘 닦여 있어 유모차도 이동이 가능하다. 거리는 제법 되는 편인데 유치원 아이들을 만난 것도 이곳에서였다. 전반적으로 북한산둘레길은 참 구성이 잘 되어 있다는 느낌이다. 예전에 제주 올레길을 잠깐 걸을 기회가 있었는데 언젠가 올레길도 이렇게 여행기를 적을 수 있었으면 좋겠다.

산길로 접어드는 4구간 솔샘길. 이전까지는 평지였지만 여기서부터 산길이다. 크게 험한 경로는 없고 가벼운 마음으로 걸을 수 있다. 평지가 대부분이고 산길은 그리 길지 않기 때문에 여느 구간보다 짧은 느낌이 드는 구간이 솔샘길 구간이다. 역시 계절의 느낌을 가득 느낄 수 있었다.

부귀영화가 다 무엇이랴... 나 또한 자유를 주십시오. 라고 외치고 싶지만 그 자유가 어디에서 나오던가... 찬찬히 들여다보니 번역이 좀 이상하다 싶었지만 가볍게 여기고 자리를 떴다.

험해보이지만 그렇게 힘들지는 않다. 흐린 날씨였지만 코스 자체가 그늘이 거의 없어 꽤 밝은 느낌을 준다. 전에도 적었지만 둘레길은 구간별로 독특한 색을 나타내고 있는데 솔샘길은 밝은 느낌이 두드러진 곳이다. 

인위적인 손질을 한 나무가 아닌 자연상태의 나무를 그대로 가져다가 만든 난간이 인상적이다. 이런 난간은 처음 본 듯 한데 꽤 괜찮다. 다만 안정적이라고 보기는 어려우니 붙잡지는 않도록 하자. 

이 언덕을 넘어가면 4구간 솔샘길은 끝나게 된다. 거리상으로는 그렇게 짧지 않지만 다양한 볼거리들이 있어 여기저기 기웃거리다보면 이미 구간 종료 지점에 다다르게 된다. 난이도가 가장 낮은 구간이어서 그렇지도 하겠지만 4구간은 참 편안하게 밝은 마음으로 걸을 수 있는 구간이었다.

언덕을 내려오면 거리를 만나게 된다. 산길을 걷다 갑자기 도로가 나오니 당황스럽지만 이미 여러 차례 겪은지라 담담하게 걸어본다. 건너편에 보이는 버스 차고지를 이정표 삼아 걸으면 된다. 좌우로 좁은 길이니 어긋날 일은 없을테지만..

조금 더 걸으면 이곳 북한산탐방안내소를 만날 수 있다. 여기까지 오면 솔샘길은 끝났다고 보면 된다. 지금 이곳은 수리중이라 내부에 들어갈 수는 없었는데 뒤쪽으로 맨발걷기 공원도 만들어두고 있고 쉴 수 있는 공간이 마련되어 있다. 여기서 조금 더 가면 주차장이 있고 바로 5구간 진입이다. 5구간에 접어들면 끝날 때까지 구간 밖으로 나올 수 없으니 음료수 등은 미리 준비를 하도록 하자.


Nikon D700, Ai micro Nikkor 55mm f/2.8S


3구간은 흰구름길이다. 이 구간은 둘레길 홈페이지 정보를 보면 중급자용 코스다. 원래 3구간, 4구간을 돌아볼 생각이었지만 이전 구간만 생각하고 들어선 3구간은 '이 녀석 봐라. 나를 만만하게 보나' 라고 말하는 듯 쉽게 진행할 수 있는 구간은 아니었다. 결국 이날은 3구간만 완주하기로 하고 아예 느긋하게 걷기로 했다. 

거리 상으로는 4.1km. 그리 먼 거리는 아니지만 막상 걸어보면 이제 제대로 등산 분위기가 나는구나..라는 생각이 든다. 여러 길들이 좁고 오르막과 내리막의 연속으로 이루어져있다. 무엇보다 1,2구간에 비해 딱히 풍경이 두드러지지 않은 점도 걷기를 조금은 부담스럽게 하는 요소로 작용한다.


전체 거리는 대략 5.51km다. 국립공원이 밝히는 정보와는 제법 차이가 난다. 중간에 포토포인트가 있는 전망대에 오르고 화계사 일주문 근처에서 약간 배회(?)를 하긴 했지만 크게 거리가 늘어나지는 않았던 것같다. 3구간을 방문하는 분들은 대략 5km 이상을 걷는다고 생각하면 되지 싶다.


3구간의 시작은 통일교육원 샛길을 진입한 다음 시작된다. 날이 많이 흐린 편이어서 전체적인 사진톤이 어두운데 그래도 해가 직접 내리 쬐지 않아 고생은 덜 했다. 문 뒤로 울창한 숲이 계절을 적나라하게 드러내고 있었다.


3구간 흰구름길의 도입 부분은 아주 좁은 길로 시작된다. 주말 같으면 오고가는 이들이 제법 겹치지 않을까 싶은데 이전 구간들에 비해 조금은 삭막한 느낌이랄까...아무래도 철조망때문인데 길이 끝나는 순간까지 뭔가 시원스럽다는 느낌은 들지 않은 구간이었다.


이런 식의 길이 이어진다. 아마 길을 만들어야 하는 국립공원측과 길을 내 주고 싶지 않은(?) 곳의 이해관계가 얽혀 이런 일이 생기지 싶은데 북한산둘레길 전반에 걸쳐 이런 경우는 자주 볼 수 있다.


한참을 가도 길이 이런 모양이어서 설마 끝날 때까지 이런 모양인가..싶었지만 이 고비(?)만 넘기면 이런 길을 자주 마주치지는 않는다. 그래도 사람이 없으니 한적한 기분으로 걸을 수 있다.


3구간은 오르막과 내리막이 제법 길게 연속으로 이어지는 구간이 많다. 오르막이건 내리막이건 제법 등산하는 분위기를 만들어준다. 보통의 운동화만 신고서는 3구간은 조금 힘들지 않을까 생각된다.


땔감으로 쓸 나무는 아닐테고 가지치기를 해 둔 모양이다. 3구간의 느낌은 앞서도 적었지만 뭐랄까 조금 황량한 느낌이랄까.. 여름임에도 불구하고 생명이 넘치는 듯한 모습보다는 전체적으로 가라앉은 모습을 더 많이 볼 수 있었다.


반가운 이정표 뒤로 계단이 보인다. 역시 3구간에서도 어디로 가야할지 이정표가 정확하지 않은 장소가 나오는데 두세 곳 정도가 헷갈린다. 어느 길인지 확실치 않아 보이면 조금 멀리 시선을 돌려 이정표를 찾아보는 것이 도움이 된다.


화계사 일주문. 부처님오신날이 막 지나서 많이 붐비지는 않는 모습이었다. 게다가 평일이니 한적한 분위기. 사찰을 둘러볼까 하다가 그냥 지나치기로 했다.


화계사로 가는 길에서 왼쪽으로 꺾어지게 된다. 칼바위 능선으로 가는 길이기도 한데 등산객들이 제법 보인다.  화계사 방향만 바라보다가 이 이정표를 놓칠 수도 있으니 주의하자.


북한산에 자리 잡고 있는 사찰은 4곳이 있다고 한다. 3구간에는 화계사가 있다. 진관사는 터는 남아있을까?


오른쪽으로 가면 북한산 칼바위 능선이다. 둘레길을 걷기 위해서는 왼쪽으로 가야 한다. 북한산 정상은 작년 여름에 일주일 단위로 올라갔던 적이 있어서 한 번 올라가볼까..라는 유혹이 제법 컸지만 일단은 둘레길 완주가 목표.


자주 오르게 되는 계단. 세로로 찍어보니 제법 길게 보인다. 흰구름길은 대부분 이런 계단의 연속이다. 1,2구간보다는 쉽지 않으니 장비를 든든하게 챙기는 것이 좋다. 


내려가는 길보다 올라가는 길이 더 많은 느낌이 들었다. 3구간은 이렇게 조금씩 위로 올라간다. 전망대까지 하면 전체 구간 중에서 고도가 제일 높지 않을까 추측만 해본다. 아직 가야할 구간이 18구간이나 남아있으니 말이다.


전망대에서 바라보는 풍경. 35mm 렌즈로는 저 멀리 산정상을 담을 수는 없지만 대신 넓은 주변을 담을 수 있다. 나는 잊고 내려왔지만 스탬프를 모으는 분들은 이곳에 포토포인트가 있다.


곳곳에서 볼 수 있는 둘레길 거리표. 둘레길 걷기의 고비는 5구간 명상길이라 한다. 상급자용 코스인데 다음 주에 걸을 예정.


오랜만에 마주하는 내리막. 내리막도 역시 짧게 끝나지 않는다. 한참을 걸어내려가야 하는데 돌로 된 계단이 단정하게 배치가 잘 되어 있다.


빨래골공원지킴터다. 3구간은 전체적으로 1,2구간과 다르게 중간에 민가(?)와 만날 일이 적다. 화계사와 이곳 지킴터가 그나마 평지로 쉬어갈 수 있는 공간인데 근처에 가게 같은 것은 없으니 사전에 음료수 등은 준비해야 한다.


빨래골의 유래. 속옷 빨래터라니 특이하다 싶다가 내용을 읽어보니 그럴만도 하겠다 싶다. 궁에서 이곳까지 빨랫감을 들고 오고가는 일도 제법 쉽지는 않았을 텐데..


계곡이라고 부르기는 어설프지만 넓은 평지가 있어 당시 궁녀들 여럿이 모여 빨래도 하고 이야기도 할 수 있지 않았을까?


길게 뻗은 계단이 제법 멀어보인다. 본격적인 등산로의 계단에 비할 바는 아니지만 이런 계단이 여러 곳 있다보니 3구간은 걷기라기보다는 산을 오르고 내려가는 등산에 좀 더 적절한 구간이 아닐까 한다.


다시 보이는 돌로 만든 계단. 역시 옹기종기 모여있는 돌들이 앙증맞다. 길을 걷는 입장에서는 그런 느낌이지만 막상 이길을 만든 이들에게는 쉽지만은 않은 작업이 아니었을까. 비약이지만 피라미드가 보기엔 좋지만 수 많은 이들의 죽음 위에 세워진 것처럼..


3구간의 종료 지점은 이렇게 돌길로 마무리된다. 시작과 끝 모두 조금은 황량한 그래서 어쩐지 쓸쓸한 느낌을 안고 걸을 수밖에 없었는데 둘레길 전반에 걸쳐 각 구간별로 이런 특색을 가지고 있는 점은 꽤 매력적이다. 다 비슷비슷한 길이 아니라 구간별로 나름의 독특함을 가지고 있다는 것인데 앞으로의 구간들을 어떨지 벌써부터 기대가 된다.


3구간과 4구간은 이어져있다. 3구간의 종료가 곧 4구간의 시작인데 조금 더 걸어가다보면 걷기를 계속할지 말지를 결정하는 선택의 장소(?)가 등장한다. 4구간으로 넘어오면 제법 시원한 느낌이 든다. 3구간의 답답함을 확 풀어주는 느낌이다. 



이제 이만큼 왔다. 북한산둘레길은 생각해보면 어느 한 구간만으로는 느낌을 알 수 없을 것 같다. 각구간마다 담고 있는 느낌이 워낙 다른 까닭인데 어쩌면 당연한 일이다. 산이라는 커다란 자연이 하나의 느낌만을 가지고 있을리는 없으니 말이다. 구간별로 계절별로 또 시간별로 북한산이 주는 느낌은 아주 다를 것 같다. 

기회가 된다면 겨울에 이 구간을 다시 완주해보고 싶다. 무엇보다 겨울 산을 좋아하는 까닭이다.


순례길은 독립유공자 묘역과 4.19묘역이 공존하는 구간입니다. 제 경우는 1구간 소나무숲길에서 바로 이어서 2구간으로 접어들었는데 2구간부터 걸으실 분들은 수유역 3번(공사중)출구에서 120번이나 153번을 타고 덕성여대 입구에서 내린 다음 길을 건너시면 됩니다.

순례길 구간은 1구간보다 짧습니다. 그러나 소요시간은 조금 더 걸립니다. 아래 사진을 보시면 이해가 가실텐데요. 소나무숲길이 주로 평탄한 길이었던 것에 비해 순례길은 다양한 계단과 언덕, 내리막이 함께 하고 있어 걸음속도가 조금 늦어지게 됩니다.

전체 동선은 위 그림과 같습니다. 이 구간은 아래 사진으로 보시겠지만 1구간에 비해 조금 더 산다운 느낌이랄까요. 계곡도 통과하고 등산로의 전형적인 계단도 오르내리기 때문에 제법 산을 타는 분위기가 납니다. 물론 크게 어려운 구간은 아니니 걱정하실 필요는 없습니다.

2구간의 시작. 순례길 입구입니다. 1구간을 마치고 조금 걸어내려가면 입구를 볼 수 있습니다. 1구간을 들어설 때는 널찍한 느낌이었는데 순례길은 문 뒤로 계단이 보입니다. 제법 길어보입니다.

입구를 조금 지나니 쭉 뻗은 계단이 보입니다. 처음엔 저 계단을 보고 예전에 설악산 대청봉을 오를 때 기억이 문득 들더군요. 물론 설악산의 계단과 비할 정도는 아닙니다. 간단히 다리 근육 좀 풀어주고 천천히 오르면 됩니다. 

계단을 오르나 싶더니 바로 내리막입니다. 2구간은 이런 길들이 많습니다. 오르락내리락하는 모양새인데 크게 힘들지는 않지만 무릎에 부담이 갈 수 있으니 천천히 걸으면 되겠습니다. 이정표를 보면 오른쪽은 이제까지 온 우이동길이고 왼쪽이 정릉동을 향한 길입니다. 왼쪽으로 가면 됩니다. 정릉은 제가 초등학교때까지 살던 곳이기도 하지요.

이렇게 탁 트인 대로도 나옵니다. 2구간은 북한산의 산줄기에 조금 더 가까운 구간인데 이런 넓은 길을 만나면 제법 시원한 느낌이 들죠. 평일이어서 오고가는 분들이 거의 없다보니 이런 사진도 나옵니다.

넓은 길을 지나 다시 좁은 길을 따라 올라가면 4.19묘역과 만나게 됩니다. 2구간에서 볼 수 있는 가장 넓은 풍경입니다. 순례길에서 볼 수 있는 4.19묘역은 거의 이 각도가 대부분인데 전망대의 위치와 구조 자체가 그렇게 되어 있습니다. 전망대엔 의자도 있으니 잠시 쉬어가도 좋겠네요.

4.19묘역을 지나 다시 오르막 계단과 만나게 됩니다. 등산로도 우측통행이니 유의하셔서 걸어가시면 됩니다. 아마 주말에는 제법 많은 분들이 오고갈텐데 등산 예절을 지키는 것이 서로 편한 둘레길 걷기가 아닐까 합니다.

다시 이정표와 만나는 곳. 보광사라는 제법 큰 사찰을 오른쪽으로 바라보며 길은 계속 이어집니다. 제법 걸은 거 같은데 이제 400미터 전진했네요. 진행속도는 더디지만 길 자체가 주는 변화들이 많아 지루하지 않게 걸을 수 있습니다.

주의하실 부분이 바로 멧돼지입니다. 설마 하고 다니긴 하는데 분명히 나오긴 나온다네요. 대처요령을 잘 읽어 보고 행동하면 되겠습니다 (그러나 막상 정면에서 마주치면 저대로 할지는 의문입니다만..) 아무튼 어떤 동물이건 마주치면 뒤를 보이는 것은 위험합니다. 

맷돼지가 나올까..생각하고 걷다보면 어느새 마주치는 또 다른 이정표. 2구간의 종료지점엔 북한산 둘레길 탐방안내센터가 있습니다. 그러니까 앞으로 1.1km정도를 더 간다고 생각하면 됩니다.

대부분의 길이 이렇게 잘 닦여 있지만 가끔 길이 없어지는듯한 구간도 있고 좌우로 길이 나 있어 어디로 가야할지 잠시 헷갈리는 구간도 나옵니다. 주말이라면 다른 사람들을 보고 가면 되지만 이렇게 아무도 없는 길을 갈 때는 조금 애매하더군요.

2구간 순례길은 앞서 적은 것처럼 좀 더 산다운 느낌이 듭니다. 다리 아래로 작은 계곡이 펼쳐져 있는데 물이 정말 맑고 송사리들도 제법 많이 살고 있었습니다. 한여름에는 분명히 뛰어드는 분들도 계실 듯한데...벌금 30만원입니다..

작은 계곡 모습입니다. 물은 그리 많지 않지만 물 흐르는 소리를 들을 수 있고 정말 맑은 물을 볼 수 있습니다.

계곡을 감상하면서 천천히 다리를 건너면 됩니다. 순례길을 걷는 동안 가장 오래 머문 장소가 이 다리였네요.

이제 좀 북한산에 온 것 같은 느낌이 드네요. 북한산 등반로 중 무난한 등반로로 꼽히는 진달래능선 진입로가 오른쪽에 있습니다. 순례길이라는 이름에 걸맞게 여러 묘역들도 보이고요. 내친 김에 북한산을 올라가 볼까 싶었는데 시간이 애매해서 둘레길만 완주하기로 했습니다. 집이 목동인지라 오고가는 시간만 4시간이 걸리니 무리였죠.

조금 더 나아가면 바로 순례길의 종착점입니다. 이 문을 나서면 큰 도로가 펼쳐지는데 이제까지 걸어온 길하고 너무 상반되는 모습이라 적응이 안 되기도 합니다. 저 멀리에 통일연구원이 보이는데 3구간은 저곳으로 이동하면서부터 시작됩니다. 아마 다음 주 포스팅에서 보실 수 있을 거 같네요.

출구를 나온 상태에서 그대로 100미터 정도 아래로 내려가면 둘레길 탐방안내센터가 있습니다. 인증샷을 찍은 분들은 이곳에 가셔서 스탬프를 찍으시면 됩니다. 센터에는 쉬어 갈 수 있는 공간이 넉넉하니 땀 좀 식히고 귀가하시면 되겠습니다. 센터를 나와 다시 위로 올라가면 마을버스 정류장이 있고 그 버스를 타면 수유역으로 이동하게 됩니다.

2구간은 전체적으로 산다운 느낌이 들고 등산을 한다는 분위기를 느낄 수 있는 구간이었습니다. 각각의 구간별로 그 특색을 잘 살리고 있는 점은 상당한 장점이지 싶네요. 다음 주에는 3구간과 4구간을 예상하고 있는데 하루에 두 구간씩 나아가는게 장점보다는 단점이 많아 보여서 3구간만 갈까 생각 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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