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텐츠의 중요성은 언제나 강조되어 왔지만 요즘처럼 업계에서 이슈거리가 된 적도 드물 정도로 통신업계와 방송업계 그리고 인터넷 포털들이 콘텐츠에 초미의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업계가 이처럼 콘텐츠에 적극적인 것은 현재 그리고 앞으로 핵심적인 수익원이 되기 때문이다.

이미 통신업계, 방송업계는 물론 인터넷 포털도 정보의 가뭄에 시달리고 있다. 사용자들은 좀 더 많은 것들을 원하고 있지만 통신은 통신 나름대로 방송은 방송 나름대로 소비자들에게 제시할 비장의 무기가 바닥이 나고 있는 것이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통신업계는 방송에 방송업계는 통신에 관심을 기울이게 되고 서로 상대방의 진영에 먹을 만한 것이 있나 호시탐탐 기회만을 노리고 있는 모습이다. 이미 부지불식중에 통신업계와 인터넷 포털들은 방송의 영역에 손을 담그고 있고 방송 쪽도 사정은 다르지 않다.

여기에 인터넷 포털과 같은 비교적 새로운 하지만 강력한 경쟁자가 나서면서 3파전의 양상을 띠고 있다. 이들이 경쟁하는 콘텐츠는 RMC(Ready Made Contents)다. 최근 인터넷의 화두가 되고 있는 UCC(User Created Contents)도 장차 하나의 수익원으로 자리 잡을 것은 분명하지만 당장 기존 거대 기업들이 승부처로 걸기에는 완성도가 부족하기 때문에 본격적인 경쟁 아이템이 되기는 어렵다는 분석이다.

소비자들이 관심을 가지는 콘텐츠는 영화와 드라마, 애니메이션과 같은 말 그대로 흥미와 정보, 오락성을 가미한 동영상이다. 영상이라면 자연스럽게 방송 쪽이 강세를 가질 것이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속사정은 그렇지만도 않다. 특히 TV포털, IPTV, DTV와 같은 정부의 정책적인 서비스들이 본격적으로 가시화되면서 통신과 방송업계가 정면충돌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또한 업계 간 경쟁은 물론 업계 내에서도 경쟁을 하는 분위기가 고조되면서 통신업계도 이동통신사업자와 유선통신사업자 방송업계도 지상파 방송사와 위성 방송, 케이블 방송사 등이 의견의 조율을 보기보다는 대립 양상을 치닫고 있는데다가 인터넷 업체들도 동영상 VOD 서비스에 본격 가세해 콘텐츠를 둘러 싼 경쟁은 점입가경의 양상을 보이고 있다.

콘텐츠 전쟁은 사실 물밑에서 상당히 진행되고 있었다. 특히 영화와 같은 콘텐츠에 대한 통신업체들의 이른바 ‘작업’은 이미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어 있다. 통신업체들의 영화 콘텐츠에 대한 투자가 본격적으로 공개된 것은 하나로텔레콤의 ‘하나TV’가 상용화를 개시하면서다.

하나로텔레콤은 자사의 TV포털인 ‘하나TV'를 상용화하면서 볼만한 것이 없다는 비판에 대해 “이미 소니픽쳐스엔터테인먼트(SPE-Sony Pictures Entertainment)의 영화 및 TV 드라마 배급을 맡고 있는 소니픽쳐스텔레비전인터내셔날(SPTI-Sony Pictures Television International)과 주요 콘텐츠에 대한 공급 계약을 체결했다”고 밝힌 바 있다.

또한 “월트디즈니 텔레비전, CJ엔터테인먼트, SBS, BBC Worldwide, EBS, 다음, 내셔널지오그래픽 등 국내외 50여개 콘텐츠 회사와 계약을 체결해 2만2,000여 편(1만6,000여 시간)의 콘텐츠를 확보하고 있다”며 업계에서 제기되고 있는 콘텐츠의 부족 논란에 대해 해명한 바 있다.

한편 KT는 지난해 영화 제작사인 싸이더스FNH를 인수한 바 있으며, 최근 대규모 영화펀드를 조성하기도 했다. KT는 이를 통해 향후 5년간 영화, 드라마 등 영상 콘텐츠 60편을 확보, 자사 플랫폼에 우선 공급할 계획이다. KT관계자는 “자체 콘텐츠 제작 여력이 부족한 하나TV와는 애초에 경쟁이 되지 않는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여기에 SK텔레콤이 자회사인 연예기획사 iHQ가 영화 ’괴물’을 만든 영화제작사인 청어람의 지분 30%를 약 46억 원에 인수했다고 밝히면서 통신업체들의 콘텐츠 전쟁은 그 극에 달했다. 청어람을 인수한 것은 iHQ지만 iHQ의 실질적인 ‘주인’이 SK텔레콤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쉽게 지나칠 일이 아니다.

KT와 SKT가 영화 제작사를 인수한 것은 방송의 힘을 빌리지 않고 독자적으로 콘텐츠를 생상해내겠다는 의지면서 동시에 하나TV와 인터넷 포털과의 원천적인 차별점을 두려는 포석으로 분석된다. 반면 방송 진영은 콘텐츠의 측면에서는 우세를 보이지만 이를 보급할 수 있는 ‘망’이 부족하다는 단점을 가지고 있다.

공중파 방송사들의 경우 DMB 서비스 등을 통해 자사의 콘텐츠를 ‘전송’할 수 있는 대안을 모색하고 있지만 상황은 여의치 않은 상태이며 케이블 방송의 경우는 초반에는 어느 정도 콘텐츠의 우위를 보일 수 있지만 거대 통신사들과의 경쟁은 쉽지 않을 것으로 보여 콘텐츠를 둘러싼 경쟁은 전송망을 갖춘 데다가 자체 콘텐츠 제작이 가능한 통신업체 쪽이 우세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