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년만에 전화가 왔다. 우습게도 그 아이랑 나는 헤어진 이후 서로 다른 삶을 살아가면서도 연락처만은 그대로 이어져 왔다. 어찌보면 그동안 만났던 다른 사람들에게는 미안한 일이기도 하지만 적어도 내게는 그 아이가 가지는 의미가 그 정도로 큰 것이었다.

흔히들 남자는 첫사랑을 잊지 못한다고 하는 데 내게는 그냥 하는 말이 아닌 진실인 셈이다. 늦은 밤 아니 이른 새벽 아무런 이유도 없이 눈을 뜬 것도 우연이라면 우연일까...그 순간 걸려온 전화..2-3분 남짓의 짧은 통화였지만 그간의 세월의 무게였을까...이후로 난 잠들 수가 없었다.

그렇게 짧은 통화가 끝나고 우린 다시 그동안의 긴 침묵 속으로 빠져들었다. 먼저 전화를 왜 하지 못하냐고 나를 비난해도 내게는 할 말이 없다. 내가 평생 살아가면서 가장 죄스러운 마음이 드는 사람이 어머니를 빼면 그녀가 유일한 사람이기 때문이다.

다시 시작을 하자던가..그냥 편하게 밥이나 먹자고 가볍게 전화를 해도 좋으련만...그녀 앞에서만은 소극적일 수밖에 없는 내 자신이 이럴 때는 참 바보같다는 생각만 든다. 그 아이도 이런 내 성격을 잘 알고 있겠지만...

어쩌면 그녀와는 평생 이런 평행선을 그리며 살아갈 지도 모르겠다. 그래도 내게는 이런 관계라도 감사할 수밖에 없나보다. 변명이라면 변명이고 핑계라면 핑계일 수도 있겠지만...먼저 다가설 수 없는 내 마음도 그리 편하지만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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