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란 어려운 것일까? 대부분 그렇게들 알고 있다. 아마도 숫자가 많이 등장하고 영어 약자라던가 그래프 같은 것들이 어쩐지 보기만 해도 머리가 아플 것 같아 보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경제 지식은 쌓아둘 수록 재산이 된다. 저자가 누누히 강조하듯이 6개월 배워서 60년을 써먹을 수 있는 지식이다.

이책은 우선 재밌다. 어려운 경제 상식책들과 달리 친근한(?) 반말이 책을 펼치는데 부담을 적게 한다. 게다가 만화가 등장한다. 먼나라 이웃나라처럼 처음부터 만화로 된 책은 아니고 설명이 조금 난해한 부분에 삽화 형식으로 들어가 있다. 500개의 경제상식을 다루고 있는데 단락단락에 번호가 매겨져 있지는 않다. 아마도 읽는 이의 부담을 적게 하려는 저자의 또 하나의 배려지 싶다.

책 뒷면에 보면 이책을 볼 수 있는 독자 레벨이라는 것이 보이는데 입문자를 약간 넘어선 단계다. 즉 그리 어렵지 않다는 말인데 내용을 읽어 보면 아주 쉬운 것은 또 아니다. 보통의 경제학 원론에 등장하는 많은 이론들을 우리나라의 실생활과 연관 지어 설명하고 있기 때문에 어느 정도 난이도는 감수해야 한다. 그렇다고 지레 겁먹을 필요는 없다. 가능한 많은 예제와 저자 특유의 말빨(?)로 이해를 돕고 있기 때문이다.

수험가에서 잔뼈가 굵은 까닭에 핵심을 잡아내고 그 핵심을 이해하기 쉽게 설명하는데는 도가 튼 저자다. 이책 하나로 경제를 얼마나 이해할 수 있을까 의심하지 말고 일단 읽어보자. 생각보다 내용이 알차다는 것을 몇 페이지만 넘겨봐도 알 수 있을 것이다.

위에 실제 책 내용을 담아 봤는데 이런 형식으로 진행된다. 경제학에서 핵심적으로 다루어 지고 있는 주제들을 어지간해서는 다 다룬다. 책의 분량을 생각할 때 상당히 고농축된 내용이다. 그래서 한두 번 책을 읽어서는 온전히 소화하기가 쉽지는 않아 보인다. 그렇다고 도서관에 앉아서 정독을 할 필요는 없다. 가독성이 좋기 때문에 생각나는 주제를 찾아 그 페이지를 읽어보면 된다.

주식 시장과 채권 시장이 궁금하다면 해당 페이지를 먼저 보면 된다. 환율이 궁금하면 그 페이지를 보면 된다. 전체적으로 큰 흐름을 가지고는 있지만 첫 페이지부터 마지막 페이지까지 순차적으로 읽을 필요는 없어 보인다. 그리고 그렇게 읽어도 좋을만큼 충실하게 설명을 하고 있다. 

다만 저자의 정치적인 성향이 군데군데 보이는데 반감을 느낄 수도 있겠지만 어느 정도 현재의 경제 상황에 대해 비판적인 시각을 가지라는 정도로 받아들이면 족하다. 그리고 그 비판적인 시각이 있어야 자신의 권리를 정당하게 찾고 요구할 수 있다고 생각된다.

특이한 점은 단원이 끝나면 문제풀이가 등장한다는 점. 갑자기 왠 문제가 등장해서 당황할 수도 있겠지만 안 풀어도 그만이다. 하지만 이전 페이지에서 저자가 설명한 내용들을 아주 간략하게 핵심만 집어볼 수 있도록 만들어 놓은 페이지기 때문에 그냥 지나치면 왠지 아깝다.

그러면 수험용 서적으로 써도 좋을까? 책표지에는 시사도 취업시험도 문제 없다고 밝히고 있다. 그리 두껍지도 않은 이책으로 가능할까? 내 생각으로 그리 부족해보이지 않는다. 앞서 말했듯이 거의 빠지는 주제가 없다. 제한된 지면에 압축된 정보를 제공하고 있기 때문에 어지간해서는 이책에서 벗어나는 내용은 나오지 않을 듯 보인다. 물론 그렇다고 경제학 시험을 이책으로 준비하는 건 무리다.하지만 어느 정도 세상 돌아가는 상황 그리고 그 이유를 이해하기에는 부족함이 없다. 

물론 상당히 많은 주제들을 압축해 다루고 있다는 장점이 한편에서는 단점도 될 수 있다. 설명이 좀 더 많았으면 좋겠다고 생각되는 부분들이 종종 등장하기 때문인데 그럴 때는 인터넷을 조금만 뒤져 보면 해당 부분에 대한 심도 깊은 지식들을 얻을 수 있다. 또는 저자의 다른 책인 '경제기사의 바다에 빠져라'는 책으로 보충을 할 수도 있을 것이다.

이책은 책에도 큼지막하게 써있듯이 '온국민 교양경제상식'을 다룬다. 이 시대를 살아가면서 이 정도는 알아야 한다는 말이다. 경제라는 단어가 어렵다고 무작정 피하지 말고 저거도 내밥그릇은 챙기기 위해서라도 한 번 읽어 보자. 다 피가 되고 살이 될 것이다. 6개월 배워서 60년을 쓸 지식이니까 말이다.



저는 건강한 리뷰문화를 만들기 위한 그린리뷰 캠페인에 참여하고 있습니다.



[도서]유한계급론

원용찬 등저
살림출판사 | 2007년 05월

내용     편집/구성    




'베블렌'이라는 이름은 그리 낯설지 않다. '과시적 소비'라는 용어를 만들어낸 이 괴팍한 경제학자의 생각은 이책을 쓴 당시나 지금이나 별반 차이는 없어 보인다. 아니 오늘날의 과시적 소비의 정도가 훨씬 지나치지 않을까?

보이기 위한 소비 행태인 과시적 소비가 대체 무슨 의미가 있느냐고 물을 수도 있지만 남들이 보기에 전혀 쓸데없는데 돈을 쓰는 행동은 그가 힘든 일을 하지 않는 고위한 존재라는 점을 알리기 위한 수단인 셈이다. 일부러 새끼 손가락의 손톱을 길러 그가 육체노동을 하지 않는 '있는 집 자식'임을 드러내는 행태는 차라리 애교에 속한다.

과거에는 가문이라는 것이 사람을 외부적으로 판단하는 기준으로서 큰 의미를 가졌지만-물론 요즘도 그렇지 않은 것은 아니지만 그 비중은 많이 줄었다-요즘은 경제적인 성공을 통해 그 사람을 외부적으로 판단하는 일이 많은 것이 사실이다.

소위 명품이나 수입차를 끌고 다니는 사람은 사회적으로(일면 경제적으로) 성공한 사람이고 남들이 그 성공을 부러운 눈으로 바라보는 것에 만족을 느끼게 된다. 과거의 귀족들은 특별한 노력을 하지 않아도 타고난 가문 덕분에 큰 어려움 없이 그런 혜택(?)을 누렸지만 현재에 와서는 한번에 그 사람의 가문을 알아내기도 어렵고 특히 우리나라처럼 전통의 가문이 드문 현실에서는 뭔가 다른 것으로 부를 드러내야만 했다.

즉 돈이 많은 부자들은 효용성보다는 가격이 비싼 명품들을 그들을 남들과 다르게 하는 도구로 삼았고 과거에도 그랬지만 그 부자들을 따라하고 싶은-자신들도 그 부자들처럼 남들의 시선을 받고 싶어하는-이들은 앞다투어 명품을 구입하기에 이른다. 물론 이 명품이라는 용어 자체도 상당히 어폐가 있어보이는데 무엇을 기준으로 그런 용어를 사용하는지 좀 더 숙고해볼 일이다.

사정이 이러니 소위 3초백이라 불리는 루이비똥 가방을 든 사람들이 지천에 널리게 된다. 그러나 정작 부자들은 그런 흔한(?) 명품은 지양하는 추세이고 결국 돈을 버는 것은 천박한 심리에 부응하는 상품을 만들어내는 회사들이다. 

일반 서민들이 아무리 수입 중고차를 사고 명품 가방을 둘러메고 다녀도 부자들을 따라갈 수는 없다. 애초에 쓰는 금액의 규모도 규모지만 오늘날에 와서는-아니 예전의 귀족 시대에도 그랬지만-돈만으로는 어려운 벽이 서민과 부자들을 가로 막고 있기 때문인데 바로 '교양'이라는 요소다. 

물론 졸부들의 경우는 그런 교양이라는 면에서 일반 서민들보다 한참 떨어지는 경우도 허다하지만 전통적인 부를 축적해온 이들의 교양은 보통 사람들이 따라가기에는 쉽지 않은 거리에 있다.

책에서도 지적하고 있지만 외적인 상품으로 자신들이 부자인 척할 수는 있지만 어려서부터 부자들 혹은 귀족들이 받아 온 지적인 교육과 교양은 따라갈 수 없기에 소위 천박한 부자 소리를 듣게 된다. 그래서인지 요즘은 없는 형편에 명품 가방을 들고 연주회나 전시회를 찾는 이들이 많아지고 있는데 참 씁쓸한 일이면서도 예나 지금이나 달라진 것이 없는 상류 사회에 대한 서민들의 막연한 동경의 일면을 보게 된다.

계급과 계급의 투쟁이라는 말은 우리가 자주 듣지만 실상 우리 주변에서 실시간으로 벌어지고 있는 현상은 다른 계급을 동경하고 따라가려고 가랑이가 찢어지도록 달려가는 서민들의 모습들이 더 많으니 참 아이러니한 세상이 아닌가...


오랜만에 정말 오랜만에 이준구 교수를 다시 만날 수 있었다. 물론 강단의 선생님을 뵌 것이 아닌 책으로 만나게 된 것이지만 평소의 이 교수의 스타일이 그대로 녹아있는 책이어서 무척이나 반가웠다.

이 교수는 이 책의 제목을 "쿠오바디스 한국 경제"라고 붙여 두었다. 왜 쿠오바디스라는 말을 넣었을까는 저자의 머리말만 읽어 보아도 알 수 있다. 이 정도로는 경고의 의미가 부족하다고 생각했는지 부제가 "이념이 아닌 합리성의 경제를 향하여"다. 조중동이 이 책에 대한 서평을 쓴다면 제법 재미있게 나올 문구가 아닌가 싶다. 이 교수가 일부러 이런 문구를 선택한 것도 한 판 붙어보자는 의욕에서가 아닐까 싶다.

이준구 교수는 재정학의 전문가이고 미시경제를 오래 공부한 학자다. 덕분에 보수적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는 인물 중의 한 사람이다. 본인은 그렇게 보수적이지는 않다고 반론을 펼치기도 했지만 아무튼 이준구 교수는 이번 정권에 들어서 소위 '좌빨'인사가 됐다. 학생들에게 보수적인 교수라는 타이틀을 받던 입장에서 갑자기 좌익의 선구자가 되어 버린 이 교수 본인도 상당히 당황스러웠을 것 같다.

이 책에는 이 교수가 왜 좌빨이 되었는지 그 과정을 객관적인 사실과 주관적인 감정으로 적어 내려가고 있다. 단초가 된 대운하 사업에 대해서는 이미 많은 분들이 이 교수의 글을 읽어보셨겠지만 상당히(?) 과격해 보인다. 이념지향적인 정권이 펄펄 뛰는 것은 당연하고 조중동이 들썩일 만도 한 글이다. 하지만 이 교수는 그런 분위기 자체가 만들어진 것이라고 단정 짓고 있다. 전체적인 분위기 자체가 워낙에 보수적이다보니 조금만 그 범주에서 벗어나도 금세 빨간색으로 보인다는 말이다. 순수한 비판조차 쉽지 않은 이번 정부의 색깔에 대한 시각을 보는 것 같아 씁쓸하기도 하다.

이 교수가 책 처음에 적고 있는 부분 특히 "신문을 펴들고 그 안을 들여다볼 필요도 없다. 어느 신문인지만 알면 내용도 짐작할 수 있다. 다른 언론사의 칼럼이라도 이름만 가리면 누가 썼는지 분간이 가지 않을 정도로 똑같다"는 문장은 대체 내가 지금 21세기를 살고 있는 것인지 중세 봉건 시대를 살고 있는 것인지 생각하게 할 정도로 우울한 대목이다.

이 책의 뛰어난 장점은 각 장의 머리에 "독자에게 드리는 글"이 들어있다는 점이다. 학자로서 이 교수는 상당히 대중적인 커뮤니케이션을 잘 하는 교수 중의 한 분이다. 그런 성향이 그대로 반영된 이 글에는 각 장의 글들을 어떤 의도에서 쓰게 되었는지 당시의 상황과 본인의 심정을 적고 있다. 독자 입장에서는 마치 강의실에서 직접 교수와 대면하는 듯한 인상을 받을 수 있어서 좋고 저자 입장에서도 곡해의 우려가 있는 부분을 미리 독자들에게 주지시킬 수 있다는 점에서 편집의 묘미가 두드러진다.

상당히 최근에 나온 책이고 바로 우리의 현실이 직접적으로 묘사되고 있어 시간이 지나면 그 의미가 사라질 것 같지만 오히려 현실에 대한 사례의 적용이 상당히 구체적이고 논리적이라는 점에서 관련 과목을 공부하는 학생들에게도 일종의 사례집으로 매우 유용할 것 같다.

조금 걱정되는 점이라면 집권 세력이나 기득권 세력이 보기에 이 책은 말 그대로 "반역문서. 선동문서"에 가깝다. 서울대학교 교수라는 국가의 녹을 먹었던 사람이 이럴 수 있나 생각이 들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럼에도 이 교수가 굳이 이 책을 낸 것은 그의 서문의 제목 그대로 "마지못해 사회비평의 붓을 든 것"인데 설마 그럴 리야 없겠지만 선생께 피해가 가지 않았으면 싶다. 그리고 이런 것까지 생각해야 하는 시대를 살고 있는 것이 안타깝기만 하다.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