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전에
회사도 골라서 가자라는 글을 적었던 적이 있다. 사회 생활 경험이 나이에 비해 꽤 많지는 않지만 나름대로 여러 직장을 다니며 느낀 생각은 잘 되는 회사와 그렇지 않은 회사는 구조적으로 그럴만한 이유가 있다는 점을 발견했다. 어떤 직장이 좋은 직장일까? 생각보다 해답은 간단하다. 사장을 중심으로 직원 모두가 "해 보자"라는 의식을 가지고 있는 회사다. 어떤 직장이 나쁜 직장일까? 서로간에 의사소통이 안 되는 회사다.

지극하게도 당연한 사실인데 막상 현실에 접해보면 전자의 회사는 많지가 않다. 직원 모두가 화이팅을 외칠 수 있는 동기도 복잡하지 않다. 사장의 생각이 말단 직원에게까지 공유되고 어떠한 여건 하에서도 인간적인 면모를 잃지 않는 것이다. 내 경험상 이런 회사들은 직원들이 월급에 연연하지 않는다.

무엇보다 '우리 회사'라는 의식이 박혀 있기 때문에 회사가 잘 되야 내가 잘 되고 내가 잘 되야 회사가 잘 된다는 의식이 있다. 반면 그렇지 않은 회사는 다른 팀에서 무슨 일을 하는지 관심도 없고 직원들끼리 모이면 다른 이를 험담하는데 시간을 보낸다. 사내에 소위 이쁨을 받는 직원과 그렇지 않는 직원이 두드러지게 구분되기도 한다.


월급이 적어도 하루하루 하는 일에 보람을 느끼고 일하는 것과 월급이 많아도 하루하루 과도한 스트레스에 시달리는 것 중 당신이라면 어느 곳을 고를 것인가? 물론 월급도 적도 하루하루 과도한 스트레스를 받는 직장도 있고 월급이 많은데 하는 일은 적은 곳도 있지만 앞의 두 가지만 놓고 보면 적어도 내 기준에서는 전자 쪽에 좀 더 무게를 둔다. 사람의 인생이란 천차만별로 다른 것같아도 사실 그 속내는 별반 차이가 없다.

그리고 정작 내일 무슨 일이 일어날지도 모르는 상황을 살아가는 요즘 같은 세상에서는 하루를 살아도 웃으며 보낼 수 있는 것이 더 바람직한 것이 아닐까? 물론 이런 내 생각이 절대적으로 맞는 것은 아니지만 지금까지 살아오며 사회생활을 해 본 결과 내가 내린 주관적인 결론이다.


일이라는 것이 그것을 하는 동안 스트레스를 안 받을 수는 없다. 하다못해 취미생활인 사진을 찍는 동안에도 파인더를 들여다보는 동안 내내 과중한 부담을 지지 않는가? 적당한 스트레스는 오히려 일상에 긴장감을 부여해 삶에 원동력이 된다. 그렇기 때문에 일에서 스트레스를 받는 것은 그리 부정적인 것만은 아니다.

하지만 사람에게서 받는 스트레스는 여러모로 긍정적인 면보다는 부정적인 면이 많다. 사회생활이라는 것이 실상 대부분이 대인관계로부터 시작하고 대인관계로 끝이 나는데 사람 그 자체때문에 스트레스를 받는다면 일이 잘 될리도 만무하다.


그렇다면 좋은 직장이란 마음이 맞는 사람들과 공동의 목표를 위해 서로 웃으며 달려갈 수 있는 회사라고 정의할 수 있겠고 나쁜 직장이란 마음도 안 맞는 이들과 각기 다른 목표를 향해 달리면서 스트레스에 시달리는 회사라고 정의할 수 있겠다. 당신은 지금 어떤 회사에 다니고 계십니까?



회사를 그만두게된 스토리는 이전에 올렸습니다. 온오프라인에서 많은 분들이 격려도 해주시고 때로는 제 성급함을 탓하기도 하셨습니다. 전적으로 개인적인 판단에 의해서였지만 잘 아는 기자 한 분은 경영자에게는 고깝게 들릴 수 있다는 지적도 해주셨죠. 충분히 이해는 가는 부분입니다. 저야 순전히 피고용인의 입장에서 생각한 것이니까 상대방의 입장을 고려하지 못한 점은 비난받아 마땅하다고 생각합니다.

당시 포스팅을 할 때도 느꼈지만 당시의 제 행동에 대한 결과는 남는 것은 없을 것이라는 점이었죠. 그 예상은 그대로 맞더군요. 남아있는 사람들은 여전히 살아남기 위한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고 조금 서운한 점이긴 하지만 팀원들에게선 연락 한 번 안 오더군요. 제가 살생부를 적어내라 했을 때 팀원 중 누군가를 적어냈다면 어떤 결과가 있었을까 생각이 듭니다. 물론 제 입장에서 생각하니 이렇겠지요. 만약 제가 남아있는 팀원의 입장이었다 해도 나간 팀장에게 연락을 하지는 않았을 것 같습니다.

아무튼 대충 회사를 그만둔 지 한달 정도 되어가고 이제는 그 회사에 다녔던 기억마저 잊고 싶은 시점인데도 여전히 제 발목을 잡는 부분이 많더군요. 사장 개인의 감정이 개입된 것인지 알 수는 없지만 실업급여를 신청하러 갔다가 15일이 지나도록 퇴직처리가 안 되었다는 것을 알게되었죠. 퇴사 전 모든 일을 근로기준법에 따라 처리하겠다는 사장의 말을 믿지는 않았지만 애초에 법적으로 무효인 퇴직을 그냥 받아들이고자 하는데도 이래저래 번거롭게 하더군요. (예를 들어 근기법상 퇴직은 30일 전에 서면통지를 하게되어 있지만 저는 어느 것도 받은 적이 없죠. 이건 같이 퇴사한 직원들도 마찬가지입니다)

결국 실업급여를 받는 데 2주나 더 걸렸고 반면 의료보험은 9월 1일자로 바로 소멸이 되더군요. 이게 가능한 것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이때 받은 느낌은 참 직원을 소중하게 생각하지 않는다는 점이었죠. 물론 사장은 늘 "너희 팀은 언제나 대체가능한 팀이다"고 주장해왔죠. 가진 것이 돈만 있는 사람들의 사고방식이라는 것은 참 안타깝기만 합니다.

뭐 당연히 퇴직금은 아직도 들어오지 않았고 100번 양보해서 9월 16일을 퇴직일로 확정했다고 해도 근기법상 2주째인 어제 들어왔어야 하는데 말이죠. 자신에게 유리한 부분은 법을 들이대고 불리한 부분은 어물쩍 넘어가는 전형적인 모습이 아닌가 합니다. 퇴사자인 제가 법적으로 대항해봐야 돈으로 무장한 사장을 이기기란 어려운 일이죠. 어쨌건 2주가 지났으니 공식적인 법적 절차를 밟을 수 있는 요건은 제게도 생겼습니다.

이런저런 것 다 떠나서 정말 잊고 싶은 데 한 달이 넘도록 계속 사소한 일들로 마음을 상하게 하는 작태가 참 증오스럽네요. 그 회사에 다녔던 것 자체를 잊고 싶지만 계속 나쁜 감정만 쌓이게 하는 것도 참 재주인 것 같습니다. 누군가를 이렇게 경멸해본 게 살아오면서 딱 한 번이었는데 이번 일로 두 번으로 늘어났습니다. 공통점은 인간에 대한 예의를 버린 사람이라는 점과 비도덕적인 행동을 한다는 점이네요. 

그냥 나간 직원에 대해 최소한의 인간적인 대우를 해주는 게 그렇게 어려운 일인지 참 답답한 일입니다. 일반적인 회사도 아니고 학생들의 진로를 설정해주고 컨설팅을 해 주는 중요한 일을 하는 회사가 그러니 참 저로서도 할 말이 없습니다.

제가 회사를 그만두게된 이야기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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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업난이 사회문제를 넘어서 국가문제로까지 확대되고 있다 보니 구직자들 중에서는 “일단 아무 회사라도 좋으니 출근이라도 하게해달라”는 경우도 있지만 이것처럼 자신의 인생을 낭비하는 일은 없다고 생각한다.

보통 이런 경우 일단 아무 곳이나 들어간 다음 좀 더 좋은-이 기준도 사실상 애매하지만-곳으로 옮기는 것을 모색하자는 입장이지만 애초부터 이런 마음으로 들어간 회사에 애정이 있을 리 없다 보니 스트레스만 받게 되고 회사 입장에서도 나갈 사람을 키워야 하는 모양새가 되니 어느 쪽에도 이득 될 것이 없다.

한편에서 보면 이런 현상이 생기는 원인 중의 하나는 기업들의 정보를 구직자들이 모르고 있는 데서 기인한다. 사회적인 인지도가 있는 기업들은 그나마 나은 편이지만 그렇지 않은 기업의 경우 구직자 입장에서는 인터넷 상이나 면접 시에 얻는 정보가 회사에 대한 모든 것이다.

게다가 인터넷이라는 매체의 특성상 어느 정도 미화되어 있을 수밖에 없는 정보는 구직자들에게 착각을 불러 일으키기 일쑤다. “아니, 회사 소개에는 이렇게 되어 있던데요?” 라고 항변해봐야 “아 그건 업데이트가 안 된 거야”라는 답변을 듣고 나면 허무해진다.

기업 입장에서도 멀쩡한 이력서와 자기소개서를 보고 뽑았더니 겉만 번지르르한 인물이라는 결론이 나버리면 골치가 아프다. 그래서 인턴 제도라는 것을 도입하고도 있지만 최근의 몇몇 보도에서도 나타났듯이 그 역기능도 만만치 않게 일어나고 있다.

구직자 입장에서는 한 두 달 정도 회사를 다녀보면 나름대로의 판단이 선다. 회사가 발전가능성이 있는 지 복지는 어떤 지 직원들과는 잘 맞는 지 등 앞으로의 자신의 미래를 결정할 수 있는 요인들을 이 시기에 대부분 파악하게 된다.

그리고 그 결과 다닐만하다라는 결론이 나면 다행이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는 다시 악순환이 시작된다. 어렵게 들어간 직장을 그만두고 다른 직장을 구해야 하는 것이 주는 심리적인 압박감은 업무에서 받는 스트레스 이상으로 크기 때문이다.

많은 직장인들이 이직을 희망한다는 신문기사는 다닐만하지 않다는 결론이 났음에도 쉽사리 현재의 위치를 버릴 수 없는 직장인들의 현실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것이다. 구직자 입장에서는 자신의 기대치와 적성에 맞는 회사를 찾고 싶어하고 회사 입장도 마찬가지인데 이 둘이 일치하기보다는 평행선을 긋는 데서 오는 불일치가 문제의 시발점이다.

구직자의 시각에서만 보면 선택은 빨리 하는 것이 좋다고 생각된다. 자신에게 도무지 맞지 않는다는 결론이 났는데도 경제적인 혹은 다시 직장을 구해야 한다는 압박감에 마지 못해 현상을 유지하는 것은 ‘생명단축의 길’일 뿐이다.

“아니 그렇다면 회사를 몇 번을 옮기라는 말이냐?” 혹은 “어떻게 자신의 적성에 맞는 회사를 골라서 잘 들어갈 수가 있느냐?”는 항의가 있을 수 있다. 그리고 사실 이 부분이 가장 어려운 점이지만 면접 차 회사를 방문했을 때를 최대한 활용해야 한다. 뒤늦은 후회를 하지 않기 위해서는 면접이 최선의 기회다.

면접 차 회사를 방문하게 되면 일단 회사의 외부와 내부를 전체적으로 볼 수 있고 실무진과 임원들 나아가 대표이사를 만날 수 있는 기회까지 주어진다. 이 시간을 절대 가볍게 보면 안 된다. 면접은 기업이 구직자를 평가하는 기회지만 한편에서 보면 구직자가 기업을 평가할 수 있는 시간이기 때문이다.

사무실에 들어가보면 일단 회사의 분위기를 느낄 수 있다. 직원들의 분위기도 금세 파악된다. 건물 외부나 내부의 상태만 봐도 회사 분위기를 알 수 있다. 이런 것들을 무시하고 지나치지 말고 찬찬히 살펴보자.

그리고 면접 시 상대방의 말투나 면접 방법도 조금만 생각해보면 “아 이 회사가 괜찮은 곳이구나” 혹은 그 반대라는 것을 알 수 있게 해 준다. 소위 ‘기본’이라는 것을 파악하는 데는 많은 시간이나 노력이 필요하지 않다. 특히 직접 업무를 같이하게 될 담당자와 대표이사와의 면접은 꼼꼼히 새겨야 한다.

회사 측에서도 지원자의 눈빛, 말투 등에서 자신감, 패기, 가능성을 파악하듯이 구직자도 면접자에게서 회사의 모든 것을 파악할 수 있어야 한다. 정황상 파악이 안 되면 질문을 해서라도 알아내야 한다. 면접 자체에 집착해서 마치 피고인이라도 된 양 수동적인 자세를 보이지 말고 적극적으로 자신에게 필요한 정보를 얻어내는 자세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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