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까라마조프 씨네 형제들 (상)

표도르 도스또예프스끼 저/이대우 역
열린책들 | 200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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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이 주는 의미를 적나라하게 구현해냈다



까라마조프 씨네 형제들...이책을 처음 알게 된 것은 중학교 때다. 우리 반에 참 조용한 친구가 하나 있었는데(지금은 많이 변했지만) 어 날 그 친구가 이책을 들고 다니며 보는 것을 봤다. '제목 참 희안한 책이네'라는 생각은 들었지만 정작 읽어볼 생각은 하지 못했었다.

그후로도 가끔 도스토예프스키라는 작가의 이름이 나오거나 이책의 제목이 들려올 때면 '아, 언젠가는 읽어야지..'하고 생각을 했던 것 같다. 그렇지만 막상 서점에서 이책을 펼쳐보니 만만해보이지가 않았다. 분량도 분량이지만 언뜻 읽어보기에도 여간 난해해 보였기 때문이다.

그렇게 시간이 지나고 이제서야 이책을 읽게 되었다. 열린책들의 양장판..무려 3권이나 되는 데 1Q84같은 책은 3권이어도 부담이 없다는 생각이 들지만 어쩐지 고전은 권수가 이렇게 많으면 상당히 부담스럽다. 쉽고 자극적이고 큰 고민이나 생각없이 보는 책들에 너무 길들여진 탓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까라마조프 씨네 형제들은 크게 두 개의 스토리로 이루어져 있다. 큰 주제인듯한 형제들의 이야기와 작은 주제인듯한 어느 아이의 이야기. 그러나 어느 한 쪽이 더 중요한 주제를 담고 있다고 함부로 이야기하기는 어렵다. 두 주제 모두 깊이 생각하기 시작하면 끝이 없다.

내게는 형제들의 이야기. 그 중에서도 둘째인 이반의 이야기가 좀 더 와 닿았다. <대심문관>이 등장하는 줄거리인데 전체적인 내용과 별개로 그 부분만 따로 떼어 놓아도 한 편의 작품이 나오지 않을까 싶다. 도스토예프스키의 신학적인 그리고 인간에 대한 성찰은 상당히 깊은 수준까지 내려가 있다.

문장을 읽고 또 생각을 하고 다시 읽어가기를 반복하다보니 3권의 책을 모두 다 읽는데 제법 오랜 시간이 걸렸다. 그러나 당연하게도 책의 내용의 절반도 이해하지 못 했다는 생각이 든다. 워낙에 범위가 넓고 다루고 있는 주제주제마다 숙고에 또 숙고를 요구하고 있기 때문이다.

물론 가벼운 마음으로 읽기에 부적합한 것도 아니다. 인간군상들의 관계에 초점을 맞추고 시간의 흐름을 따라 죽 읽어내려가도 괜찮다. 책을 읽는 데 있어 정해진 규칙이란 없는 것이고 제 아무리 사상이 심오하고 주제가 복잡하다해도 자신이 어떻게 이책을 읽을 것인가 미리 정해만 둔다면 그것으로 충분하기 때문이다.

이책은 문학이 인간에게 어떤 의미를 주는가에 대한 하나의 해답이 될 것 같다. 단순히 정신적인 카타르시스를 느끼는 것에 그치지 않고 무언가 책을 읽는 이로 하여금 끊임없이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지게 만들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질문은 궁극적으로 우리 인간은 어디에서 왔고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라는 원초적인 질문이다.

이책을 읽어내려가는 동안 아마도 많은 독자들이 그런 생각을 갖게 되리라 생각된다. 나 역시 그랬고 지금도 그 고민은 계속되고 있으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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