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온라인 게임 한두 개 정도는 안 해본 사람들이 없겠지만 하나의 게임을 몇년이고 계속 하는 경우는 많지 않다. 일단 하나의 게임을 오래하는 것은 생각보다 꽤 지루한 일이다. 물론 업데이트가 빠르다면 그나마 낫겠지만 업데이트도 느리고 게임에 접속해서 하는 일이 레벨업 노가다라면 금방 싫증이 나기 마련이다. 그럼에도 하나의 게임을 제법 오래 즐기는 게이머들이 있으니 한 부류는 게임 속에서 만난 친구들 때문에 게임을 계속 하는 그룹이고 한 부류는 게임 속 아이템이나 머니를 팔아 수입을 올리는 그룹이다.

후자의 경우는 그 시초가 리니지가 아닐까 하는데 리니지의 뒤를 이어 한게임 머니가 제법 많은 인기(?)를 끌었고 요즘에는 거의 대부분의 온라인 게임이 소위 현거래가 이루어지고 있다. 오죽하면 중국 작업장이 등장해 게임 내 물가를 좌지우지하는 경우도 있으니 가상 현실 안에 또 다른 (규모가 생각보다 큰) 경제 활동이 존재하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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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라인 게임을 하지 않는 이들이라도 리니지의 현거래 이야기는 들어봤을 것이다

내 경우는 전자의 경우로 WOW를 베타테스트 단계에서부터 지금까지 하고 있는데 역시 가장 큰 이유는 접속을 하면 친한 얼굴들이 반겨준다는 점때문이다. 실제 현실에서의 수 많은 일상사들을 게임에 접속한 순간만큼은 잊을 수 있고 또 다른 가상의 현실 속에서의 나는 현실과는 전혀 다른 모습으로 인생을 살아가기 때문이다. 이런 현상에 대해 심리학자들이나 사회학자들이 다양하 의견을 내놓을 수 있겠지만 복잡한 이론은 둘째치고 '현실에서 벗어나 가상 현실 속에서 새로운 친구들과 새로운 인생을 사는 것'이라고 온라인 게임을 하는 이유를 정리해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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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언제 1인용 비행기를 타보겠는가?

온라인이 아니더라도 이렇게 가상의 대역 즉 아바타를 만들어 새로운 인생을 꿈꾸는 것은 이미 인류의 역사가 생긴 이래 계속되어온 대리만족의 모습이 아닐까 하는데 게임의 경우는 좀 더 주도적으로 가상 세계를 만들어간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지 않나 하는 생각을 해 본다.

아무튼 글을 쓰다 보니 또 삼천포로 빠지는데..

물론 게임이 주가 되고 현실이 부가 되면 결국 은둔형 외토리가 되는 불상사를 맞을 수도 있겠지만 적정한 선에서의 아바타 놀이는 단조로운 일상에 활력소가 된다는 면에서는 일단 긍정적으로 생각할 수 있을 것 같다. 이런 부류의 게이머들에게 필요한 것은 내부 콘텐츠의 지속적인 업데이트다. 아무리 친구들이 좋아도 매일 접속해서 '부캐놀이'만 하다보면 질리기 마련이다.

따라서 제작사들도 콘텐츠의 업데이트에 사활을 걸고 있고 그런 면에서 WOW가 현재 보여주고 있는 지속적인 업데이트는 국내 제작사들이 참고해야할 부분이 아닌가 생각도 든다. 물론 WOW도 요즘은 현거래에 시달리고 있긴 하지만 말이다.

아마 시간이 좀 더 지나면 이 가상현실은 눈으로 보는 것에 그치지 않고 오감을 모두 이용할 수 있는 단계에 이르지 싶다. 영화 속에서만 보던 일들이 머지 않아 우리의 일상이 될 텐데...생각보다 별로 반갑지 않은 것은 왜 일까?

스타크래프트가 한국에서 성공한 큰 이유 중의 하나는 ‘과시’다. 다른 사람보다 높은 점수와 아이디 앞에 붙는 아이콘 등으로 다른 사람들과의 차별성을 보여줌으로써 현실 생활에서 느끼지 못했던 우월감을 느끼기 때문이다. 또한 유달리 ‘승부욕’이 강한 한국 사람들의 취향에 잘 맞아 떨어진 게임이라는 분석도 있다.

온라인 게임에서는 이와 같은 흐름이 어떠한 모습을 띠고 있을까? 국내 MMORPG의 선두주자격인 리니지 1의 경우 아이템을 장착한다해도 플레이어의 외양이 변하지는 않았다. 하지만 리니지 II로 접어들면서 3D와 함께 착용하는 아이템에 따라서 플레이어의 외모가 달라진다. 고급 아이템을 장비할수록 그 차이는 커지며 좋은 아이템을 장비한 플레이어는 다른 플레이어에 비해 상대적인 우월감을 느끼게 된다.

“게임을 이제 막 시작했는데 화려한 장비로 치장한 다른 플레이어를 보면 당연히 부러운 생각이 든다”고 말한 한 사용자는 “레벨 1부터 시작해서 언제 저 정도 장비를 맞출까 하는 생각에 막막한 것은 사실”이라고 밝혔다. 최근의 온라인 게임은 이른바 ‘만랩(더 이상 레벨이 올라가지 않는 최종 레벨)’에 이르기까지 걸리는 시간도 길게는 몇 달에 이를 정도로 방대하다.

“레벨이 낮을 때 게임을 하다 레벨이 높은 다른 사용자에게 PK(Player Killing)를 당하게 되면 장비를 맞추고 싶은 마음이 강하게 든다”고 밝힌 다른 게이머는 “한 서버에서 지존급으로 불리고 싶은 욕구도 있는 것이 사실”이라고 덧붙인다.

여기서 게이머들이 선택한 지름길이 바로 현금 거래다. 흔히 ‘현거래’ 라고 불리며 온라인 아이템 거래 사이트 등에서 빈번하게 이루어지는 게임 내에서 사용하는 게임 머니, 아이템, 계정 등의 거래를 부르는 말이다.

경제학의 대원칙의 하나인 ‘수요공급의 법칙’은 온라인 세계에도 그대로 적용된다. 게임 내에서 보다 좋은 장비를 착용하고 싶은 마음에 현금 거래 사이트를 찾은 사용자들은 적게는 1-2만원에서 많게는 수십만 원의 비용을 지불하고 게임 머니나 아이템을 구입하게 된다. 인기 있는 게임, 인기 있는 서버일수록 가격은 비싸다.

이런 추세에 아예 이를 하나의 직업으로까지 선택한 사람들도 있다. 한 달에 200만 원 정도는 넘게 번다고 밝힌 한 게이머는 “PC방에서 먹고 자고 생활을 하기 때문에 생활비도 사실 거의 들어가지 않는다”며 “하루 종일 앵벌(게임 머니를 벌기 위해 아이템 파밍 등의 작업을 하는 일)을 하다보면 피곤하지만 수입이 좋아서 계속 하고 있다”고 밝혔다.

리니지 II의 경우 중국인들의 비중이 상대적으로 높은데 이것도 온라인 게임이 돈이 되기 때문이다. “웬만한 중국 대기업에 다니는 것보다 돈을 많이 번다”고 한다. 몇몇 PC방은 아예 PC 몇 대를 이 ‘앵벌용’으로 돌리는 경우도 심심치 않게 찾아볼 수 있다.

국내외에서 인기몰이를 하고 있는 WoW는 이와 같은 아이템 거래를 막기 위한 방어책으로 아이템에 대한 귀속 시스템-일단 착용한 아이템은 다른 게이머에게 전달할 수 없다-을 채용하기도 했지만 아이템이 아닌 게임 머니의 거래는 막을 수가 없는 현실이다.

온라인 게임의 이런 문제는 이미 사회적으로도 보편적인 하나의 현상이 되어 있음에도 실질적인 사회의 대책은 극히 미흡한 상태다. 언론이나 시민단체에서 연중행사처럼 문제점을 지적해도 구체적으로 어떤 사건이 발생할 때만 잠시 관심을 가질 뿐 금방 잊고 만다. 온라인 세상도 우리 현실 사회의 반영이다. ‘점차 나아지겠지’라는 안이한 생각만으로 넘겨버리기에는 이제 어려운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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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민등록법의 개정으로 이제 계정의 현금 거래는 원천적으로 차단되었습니다. 물론 법 시행 후 얼마 간이라는 전제를 저 나름대로 붙여봅니다만...랭킹 시스템은 한국 사람들의 정서에 가장 잘 맞는 것같다는 이야기는 오래 전부터 나온 말이고 유난히 스타크래프트가 인기를 모으는 것도 그런 관점에서 볼 수 있습니다.

현재 국내의 현거래 1,2 위 사이트가 모두 미국으로 넘어가고 있습니다. 이점은 참 여러가지의 의미가 있는데요. 작년 한 해 국내 게임시장에서 현거래 규모가 1조원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이제 외국계 기업이 국내 게임의 아이템 거래를 중개하는 상황이 되는 것이고 이에 대한 법규제는 전혀 없다고 봐도 지나치지 않습니다. '애들 코 뭍은 돈'이라는 말은 이미 오래 전 이야기입니다. 대책 마련을 촉구해봅니다.




개정 주민등록법의 시행이 다음 주로 다가오면서 인터넷을 이용하는 많은 네티즌들의 경각심을 불러일으키고 있는 가운데 온라인게임업계가 난데없는 불똥을 맞는 것이 아니냐는 의견이 나오고 있어 주목을 끈다.

온라인게임이 주민등록법의 개정에 영향을 받게 되는 이유 중의 하나는 다름 아닌 ‘아이템 거래’가 사실상 곤란해지기 때문이다. 특히 계정의 거래는 이번 주민법의 개정으로 원천적으로 금지되게 됐다.

온라인게임 업계에서는 그 게임의 현금 거래가 얼마나 많이 이루어지느냐가 게임의 성공 여부를 판가름할 수 있는 척도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현금 거래가 보편화되어 있는데 이번 주민법의 개정으로 인해 아이템이나 게임머니의 경우는 논외로 치더라도 당장 계정의 거래가 불가능하게 되어 사용자들이 다수 이탈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실제로 게임 계정을 구입해 플레이하고 있는 한 네티즌은 “아이템 거래 사이트를 통해 구입하긴 했지만 상대방이 주민 번호 도용으로 신고할까봐 겁이 난다”고 말하는가 하면 다른 네티즌은 “이미 거래가 이루어진 계정을 두고 또 다른 시비가 생길 것같다”는 우려의 목소리를 내기도 했다.

온라인게임사들은 공식적으로는 아이템 및 계정의 매매를 금지해오고 있지만 어느 정도 현금 거래에 대해 알면서도 묵인을 해온 터라 당장 다음 주 동시접속자 수가 감소하지 않을까 걱정하고 있다. 한 온라인게임사 관계자는 “주로 청소년 층에서 계정을 구입한 사용자들의 대거 이탈이 우려된다”며 “당장은 접속자 수의 감소가 예상되지만 시간을 두고 지켜봐야 할 것”이라는 의견을 내기도 했다.

한편 이미 국내 1,2위의 게임 아이템 거래 사이트인 아이템베이와 아이템매니아는 해외 업체에 회사를 매각했거나 매각 협상이 진행 중이다. 주민법의 개정 이전에 이미 바다이야기 사태 등으로 여론이 악화된 데다가 추가적인 규제의 움직임도 보이고 있기 때문에 수익성이 없다고 조기에 판단을 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계정 거래가 불가능해지고 그나마 대화가 통하던 아이템 거래 업체들이 해외 업체로 넘어가는 상황이 이어지고 있는 시점에서 그동안 현금거래를 통해 어느 정도 인기를 유지해 온 온라인게임들의 매출이 당장 어떻게 변화할 지도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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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라인게임의 성공 여부를 실제 현거래 금액이 얼마냐...에 따라 평가한다는 말도 있습니다. 농담같은 말이지만 증권업계에서는 이런 측면에서 보기도 한다는군요. 보드게임은 이미 상품권으로 타격을 받을 대로 받았는데..주민법의 여파로 계정 현거래가 사실상 어려워짐에 따라 여러가지 문제가 생길 것같습니다.. 신종 사기도 꽤나 등장하지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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