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은 연필을 쓰는 사람이 많지 않을 듯 합니다. 글쓰기를 워낙에 좋아하다보니 가장 원초적인 연필에 끌리는 것은 어쩔 수가 없습니다.


파버카스텔의 연필은 연필 본연의 철학에 충실한 제품입니다. 가격이 좀 비싸다는 점이 있기는 한데..아날로그의 향수를 그리워하는 분들에게는 제법 좋은 벗이 되어 줍니다.


디지털 시대에 만년필과 연필을 쓴다는 것이 뒤떨어진다는 느낌을 줄 수도 있지만 오히려 손으로 글을 써나가는 동안 숨겨져 있던 자신과 만날 수 있는 시간이 되지 않을까 생각을 해봅니다.




펜을 다시 잡으면서 가장 많이 하는 일 중의 하나는 시를 옮겨 적는 일이다.

악필이기는 하지만 그래도 좋아하는 시인의 시를 옮겨 적다보면 번거로운 세상사는 잠시 잊을 수 있다.

145는 이제야 조금씩 길이 들어 가는데 완전하게 손에 익숙해지려면 한 달 정도는 더 있어야지 싶다.

Montblanc P145 EF, Aurora Blac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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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으로 글을 쓰는 것을 즐기는 입장에서는 ‘펜’이 중요한 관심사다. 펜을 고르는 요령에는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그립감이라고 불리는 손에 잡았을 때의 느낌과 종이에 글을 쓸 때의 느낌이 가장 크게 작용하지 싶다.

내 경우는 가는 글씨(細筆)를 좋아한다. 가는 글씨는 깔끔하게 정리가 된다는 장점이 있지만 필체가 좋지 않은 경우는 어수선하다는 느낌이 나는 단점이 있다. 가는 글씨를 쓰려면 특히 ‘펜’을 잘 골라야 한다. 잉크를 내보내는 공간이 다른 펜들에 비해 좁다 보니 글씨가 중간에 끊어지거나 종이가 긁히는 등의 문제가 생길 수 있기 때문이다.

요즘은 워드 프로세서가 워낙 보편적으로 사용되다 보니 직접 펜을 들고 종이에 글을 쓰는 일은 상대적으로 적어졌지만 일상 생활에서 ‘아날로그적인 감성’을 즐기기에는 글쓰기처럼 좋은 것은 없지 않나 하는 생각이다.

펜의 종류는 정말 많지만 연필과 샤프, 볼펜, 만년필 정도가 우리가 쉽게 접할 수 있는 것이다. 연필의 경우는 아마도 요즘은 거의 사용하지 않겠지만 필기도구 중에서 가장 정감어린 것을 고르라면 연필을 1순위로 올려 놓아도 손색이 없다. 나무와 흑연 특유의 향이 글을 쓰는 중간에 여유를 주기 때문이다.

샤프는 내 경우 하나의 제품만을 고집해서 쓰고 있다. 일본 Pentel에서 나온 0.5mm와 0.3mm로 국산인 제도 샤프의 원조격인 제품이다. 이 샤프는 무엇보다 워낙 손에 익숙해져서 다른 것을 쓰기 어렵다는 이유로 사용 중이다.

볼펜의 경우는 젤 잉크가 들어간 제품을 선호하는 데 시험 공부를 할 당시에 답안지 작성용으로 워낙 많이 사용하다 보니 익숙해진 필기구다. PILOT의 G-2 0.5mm가 주로 사용하는 펜이고 들고 다니면서 메모를 하는 데에는 흔히 선물용으로 많이 주고 받는 Parker의 Reflex를 사용한다.

무엇보다 가장 좋아하는 펜은 역시 만년필이다. 만년필 사용자의 대부분이 그렇듯이 나도 아버지로부터 물려 받은 낡은 Parker 만년필로 처음 글쓰기를 시작했다. 만년필은 손에 맞는 제품을 찾기가 쉽지가 않다. 우선 직접 써보고 고를 수 있는 경우가 많지 않은 데다가 가격이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나 역시 여러 차례의 시행착오를 거쳤고 현재 사용 중인 것은 일본 Sailor의 Profit과 Pelican의 M이다. 두 제품의 공통적인 특징이라면 역시 세필이다. 몽블랑과 같은 두꺼운 펜은 손에 쥐어줘도 사용하지 못한다.

잉크는 몽블랑이 특유의 색 때문에 매력적이고 세일러의 경우는 초미립자 잉크라는 자체적인 모델이 있는 데 세필에는 이 잉크가 가격적인 부담만 감수할 수 있으면 제일 적합하다. 펜 이야기는 하나씩 따로 주제를 잡아서 천천히 이어가 보도록 할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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