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롱이가 떠난 지도 벌써 3일이 지났습니다. 16년이라는 시간이 결코 짧은 시간이 아니기에 그 빈 자리는 생각보다 크군요. 특히 이빨이 다 빠진 후에 씹는 것이 어려워 사료를 잘게 부수어 입에 넣어주며 키우신 어머니의 상심은 생각보다 컸습니다.

"개 키우는 것이 얼마나 손이 많이 가는 것인지 아냐" 늘 어머니는 말씀하셨는데 옆에서 보기에도 쉬운 일은 아니었지요. 그런데 막상 요롱이가 떠나고 나니 어머니의 일상이 바뀌어버렸습니다. 아침에 일어나면 화장실 보내고 하루 세끼 밥 챙겨주고 목욕시키고 발톱을 깎아주고..등등의 모든 일이 하루아침에 모두 사라져버렸기 때문이죠.

아버지와 제가 출근하고 나면 어머니는 요롱이와 대부분의 시간을 보내며 그나마 덜 외로운 오전오후를 보내셨었는데 이젠 텅빈 방안에 홀로 계시게된 것입니다. 사람이 혼자 있으면 생각이 많아지는 법이고 정을 주던 강아지의 빈 자리가 유난히 크게 느껴질 것은 뻔한 일이지요.

저만 해도 아직도 손에 요롱이의 체온이 느껴질 정도니 말이죠. 사람은 늘 지난 후에 후회를 하는가 봅니다. 막상 이 녀석이 가고 나니 왜 그렇게 못해준 것들만 떠오르는지 모르겠습니다. 집에 들어서면 언제나처럼 반겨줄 녀석이 오늘도 없을텐데 그것이 적응하기가 쉽지가 않습니다. 당장이라도 짖으며 달려올 것 같은 녀석이 집안 어디를 둘러봐도 보이지 않는다는 사실이 정말 실감이 나지 않네요.

가끔 요롱이를 보기 위해 집에 놀러 오던 동생도 이젠 집에 오는 일이 뜸해지겠죠. 유일하게 가족 모두가 모이는 저녁 식사 자리도 요 며칠새 적막합니다. 그전에는 늘 밥상머리 옆에 앉아서 반찬을 달라며 투정을 부리던 녀석이 없기 때문입니다. 요롱이가 즐겨 먹던 쏘세지나 고기 같은 반찬이 사라진 것도 식사 시간의 변화랄까요. 기운이 없어진 후에도 요롱이가 그나마 힘을 내던 때가 저녁 식사 시간이었죠.

하루 종일 누워있다가도 밥 시간만 되면 아버지 손에 달라붙어 반찬을 달라고 떼를 쓰곤 했는데 아버지도 그것이 싫지는 않으셨는지 늘 요롱이에게 줄 반찬을 따로 빼두곤 하셨습니다. 그런데 막상 반찬을 줄 녀석이 없어지고 나니 요롱이가 즐겨 먹던 반찬을 보기도 싫으신 모양입니다.

개를 무척이나 싫어하는 당신이 유일하게 정을 붙인 녀석이다보니 상심도 남달리 크셨겠죠. 어떤 분들은 개 한 마리가 뭐 그리 대수일까..라는 생각을 하실 수도 있겠지만 요롱이는 우리 식구 이상의 존재였습니다. 16년이라는 시간동안 특히 집안이 아주 어렵던 시기에 우리집에 와 지친 가족들에게 큰 힘이 되어준 녀석이기 때문입니다.

시간이 좀 더 흐르면 집안도 예전처럼 다시 활기를 찾을거라 생각은 되지만 요롱이의 빈 자리는 아마 언제까지고 식구들의 마음에 크게 남아있을 것 같습니다.

'세상 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팀장님은 아빠같아요!  (10) 2009.04.09
기자들, 알파벳 놀이는 그만 하자  (0) 2009.03.30
강아지를 하늘로 보냈습니다  (4) 2009.03.13
쉽게 살려는 여자들, 결혼이란?  (6) 2009.03.11
법륜스님의 답변  (4) 2009.02.26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