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SF 세계에서 안전하게 살아가는 방법

찰스 유 저/조호근 역
시공사 | 2011년 0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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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친 여행 후에 남은 무언가 아쉬운 감정..



우리는 흔히 상상을 한다. 

"만약 타임머신이 있다면 과거로 돌아가서 내 삶을 바꿀 수 있을 텐데"

그러나 타임머신은 존재하지 않는다. 왜냐하면 우리는 아직도 미래에서 왔다고 주장하는 사람을 만난 적이 없기 때문이다. 그리고 만약 타임머신이 존재하고 내가 과거로 돌아갈 수 있다 해도 과거의 나를 만난다거나 과거의 상황을 어떻게 해 볼 수 있을 지는 몰라도 현재의 내가 과거의 나의 삶을 대신할 수는 없지 않을까 생각을 해 본다.

아무튼 이책은 독특하다. 시간여행이라는 진부한 주제를 잡아채서 독자들의 관심을 끌만한 글을 쓰는 것이 쉽지 않음에도 찰스 유는 그런 시도를 했다. 

그러나 어떨까... 사실 이책을 둘러싼 다른 서평들이나 감상문, 출판사의 서평에서 읽을 수 있었던 기발하고 독창적이고 과학적인 느낌을 나는 얻지 못 했다. 물론 서평이나 감상이라는 것은 어디까지나 주관적인 것이기에 사람마다 느끼는 감정이 다를 수밖에 없지만 많은 곳에서 이책에 대한 찬사가 이어지고 있는 것이 좀 이해가 가지 않는달까...

시제가 등장하고 몇몇 과학이론들이 등장하지만 구색맞추기..정도라는 느낌이고 무언가 독자를 매료시킬만한 "그것"을 나는 이책에서는 발견할 수가 없었다. 그래도 적지 않은 책을 읽어 어느 정도 독서에 대한 나 나름의 방법이 생겼다고 느끼고 있음에도 뭐랄까..갈피를 잡기 어려운 그런 미로 속에서 방황하다가 마침내 찾은 미로의 출구가 사실은 내 발 아래에 있었다는 느낌이랄까...특히나 마지막에는 왠지 베르베르의 어떤 소설을 보는 듯한 느낌마저 들었다.

그럼에도 이책의 매력은 존재한다. 기존의 타임머신이 만들어내는 '환상'으로부터 냉정함을 찾을 수 있게 해주었다는 점이다. 특히나 무한루프에 빠질 것을 알면서도 끝내 자신의 삶을 바꿀 수 없는 아니 바꾸지 못하는 자신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순간의 묘사는 일품이다. 

찰스 유는 이책 전체를 통해 결국 과거 혹은 미래에 대한 환상을 가지지 말라는 것을 이야기하고 싶었던 것일까... 책의 시작에서 끝에 이르기까지 결국 가장 중요한 것은 현재 살아있고 생각하는 자신이었으니 말이다..


글의 첫머리에 내가 내린 결론은 수정해야할지도 모르겠다. 타임머신이 존재하지 않기 때문에 미래로부터 온 사람이 없는 것이 아니라 어쩌면 지금 내가 살아가고 있는 이 순간 역시 특정한 루프가 반복되고 있는 것인지도 모르니 말이다.


1408을 보고 난 후에 가장 먼저 든 생각은 오래 전에 본 나비효과를 다시 한 번 봐야겠다는 것이었다. 나비효과가 특별한 인상을 주는 것은 누구나 한 번정도는 생각했음직한 '과거로 돌아갈 수 있다면 좀 더 잘 할 수 있었을 텐데...'라는 아쉬움을 잘 묘사하고 있기 때문이다.

물론 영화 자체의 설정이나 묘사는 개인적인 느낌으로는 와 닿지는 않았지만 '선택의 순간에서 다른 길을 택했을 경우'에 대해 극단적인 이야기 전개를 끌어냄으로써 얼마나 현재의 선택이 중요한 지를 적나라하게 다루고 있다는 점에서 과거에 미련이 남은 이들이라면 감상할만한 작품이라고 생각된다.

내 경우는 어떨까 생각을 해본다. 누구나 자기의 경우가 가장 그럴 것이라고 주장을 할테고 나 역시 크게 다르지 않아 그 순간에 내가 그 선택이 아닌 다른 선택을 했었다면 내 인생이 지금과는 전혀 다른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을 것이라 생각된다.

가장 아쉬운 순간들은 역시 사람과의 만남의 순간, 진로 선택의 순간이라고 할 수 있겠다. 정말 1분 뒤의 미래라도 알 수 있었다면 그런 선택을 할 리가 없는 선택을 살아오면서 참 많이 했다. 제도의 탓이라면 제도의 탓이겠지만 이공계에서 문과로의 전환과 같은 극적인 반전은 내 인생 자체를 바꾸어 놓은 경우이고 가족과 친구들에게 조금 더 신경을 쓰지 못한 부분과 첫사랑을 덧없이 떠난 보낸 기억 역시 내 인생의 근본부터 변화한 경우라 하겠다.

미래에서 왔다고 주장하는 사람이 아직 없는 것을 보면 미래의 어느 날에도 타임머신이라는 기계는 발명되지 않을 것같다. 아니면 가까운 어느 날 인류 자체가 완전히 사라질 지도 모를 일이고..

그렇게 시간을 되돌이키는 것은 상상 속이나 꿈 속에서나 가능한 일이다. 그래서 아쉬움이 더 큰 법이고 미련과 후회가 많이 남는 법이다. 가장 후회하지 않는 길은 지금 살아있는 이 순간에 충실하라는 진리이지만 사람이라는 나약하기 그지없는 존재는 그보다는 향수에 빠져 과거를 돌아보는 데 더 시간을 보내고 있으니 인생은 알다가도 모를 그런 것인가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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