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 게바라, 누군지는 자세히는 몰라도 어디선가 들어봤음직한 이름이다. 기억이 잘 나지 않더라도 지난 2004년 개봉한 모터사이클 다이어리를 본 적이 있다면 '아'하고 무릎을 칠지도 모르겠다. 과거 정권이었다면 제대로 빛도 발하지 못했을지도 모르는 인물인데 그나마 민주화가 진행된 덕분일까? 한때 우리나라에도 체의 얼굴이 그려진 옷을 입고 다니는 이들이 제법 될 정도로 그의 인기는 대단했다.

그리고 그 열기가 모두 가라앉고 그의 이름조차 세인들의 기억 속에서 희미해져갈 무렵 나는 그의 전기를 다시 읽어내려갔다. 실천문학사에서 꽤 공을 들여 내놓은 '체 게바라 평전'은 일단 독자를 배려한 책으로는 보이지 않는다. 700페이지가 넘는 분량덕분에 한 손에 책을 올려놓고 읽는 것을 즐기는 내게는 제법 고역이었다.

언제 어떤 상황에서도 독서를 게을리하지 않았던 체를 본받으라는 의미가 담긴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판형도 작은데 두께가 두꺼워 한 손으로 책을 들면 자꾸 책이 접히려는 경향이 있어 결국 한 손으로 받혀 들고 다른 한 손으로는 책을 눌러가며 봐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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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의 일대기에 대해서는 워낙에 많은 정보들이 공개되어 있으니 이 자리에서 그의 일생을 다시 돌아보는 것은 큰 의미는 없어보인다. 다만 왜 그가 전 세계인들에게 그렇게도 많은 인기를 얻고 있는지는 돌아봐야 한다. 그는 한 마디로 소신껏 살아간 인물이었다. 자신의 신념과 이상의 실현을 위해 평생을 바친 인물이다. 어떻게 보면 무모하고 무계획적이고 현실을 도외시한 이상주의자로 보일 수도 있었지만 그런 평범한 인간들과 그가 결정적으로 다른 점은 그 이상을 실천에 옮겼고 성공을 거두었다는데 있다.

누구가 살아가는동안 자신의 이상과 현실사이의 괴리때문에 고민을 한다. 하지만 많은 이들이 어쩔 수 없는 현실을 택하고 하나의 부속으로 일생을 마감하지만 소위 '위인'이라는 인간들은 그런 현실을 타파하고 이상을 얻기 위해 일생을 바친다. 어떤 인생이 가치있는 인생이냐고 묻는다면 주저없이 위인의 인생이 가치있다고 말할 수 있지만 막상 직접 그런 삶을 선택해서 살것이냐고 묻는다면 주저하게되는 것이 또 우리네 삶이다.

이 책은 한 번을 읽어서는 제대로 의미를 파악하기 어렵다. 체의 일생을 시간적인 흐름에 따라 죽 훑어가고 있기때문에 글자에만 집중해서 읽어내려가다 보면 나중에는 도무지 무엇을 읽고 있는지 오히려 혼동스럽다. 처음 읽을 때는 그냥 이런 사람이 있었다정도로 만족하는 것이 좋다. 그리고 인터넷이나 도서관 등을 이용해 그 시대로 돌아가 역사적인 상황을 되짚어본다면 다시 책을 읽어내려갈 때 좀 더 체 게바라라는 인간에 대해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인간 본성에 대한 믿음과 스스로의 신념에 대한 확신과 추진력으로 가득 차 있는 근대사에서 접할 수 있는 몇 안 되는 인물인 체 게바라, 물론 혁명을 당한 입장에서는 귀찮은 테러리스트일 뿐이겠지만 그의 진정한 가치는 혁명가에서보다는 그가 가졌던 인간애에 있다고 보는 것이 내 생각이다.

"내가 곧 서른 아홉이 된다. 시간은 어느 누구의 사정도 봐주지 않는다. 나이를 한 살 더 먹는다는 사실을 생각하며 게릴라로서 내 미래에 대해 깊이 성찰한다. 그러나 당장은 '타협하지 않겠다'라고 결심했다. 해발 고도: 8백 40미터"

본문 중에서

장 코르미에 저/김미선 역 | 실천문학사 | 2005년 05월


아침 잠이 없는지라 출근을 하지 않더라고 일어나는 시간은 큰 차이가 없을 것 같다. 운전이며 장시간 책상 앞에 앉아 있느라 딱딱해진 몸을 풀어주는 일도 중요하겠지만 그동안 모아두기만 하고 읽지 못한 책들을 하나씩 읽어나갈 생각이다.

우선은 지금 다시 보고 있는 책으로 체 게바라 평전이 있고. 이 책이 끝나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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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이기적 유전자

2. 월든

3. 로아나 여왕의 신비한 불꽃

4. 우연의 음악

의 순서로 우선 최근에 구입한 책들을 읽을 예정이다. 내 경우 책을 읽는 방법이 조금 특이한데 일단 내용의 파악 여부에 관계 없이 전체적으로 제법 빠른 속도로 읽어 내려간다. 그리고 그 책은 덮어둔다. 이후에는 또 다른 책을 읽어 나가고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난 후에 이전에 빠르게 읽었던 책을 꼼꼼하게 읽어 나간다. 그렇게 독서가 끝나고 나면 한 동안 그 책은 다시 덮어두고 나중에 시간이 날 때 한 번을 더 읽는다. 즉 한 권의 책을 3번 읽는 것인데 기간을 정해놓고 읽는 것은 아니어서 한 권을 제대로 읽었다고 말하기까지는 제법 많은 시간이 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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