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일 분주하던 아침 출근길에 뭔가 허전함을 느꼈지만 별로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고 길을 나섰다. 그리고 하루가 지나서야 무언가 중요한 것이 내게서 사라졌다는 것을 깨달았다. 시계를 잃어버린 것이다.

사실 1년 전까지만 해도 손목시계를 전혀 차고 다니지 않았다. '시간에 쫓긴다는 것은 구속이야' 라고 스스로 최면을 걸기도 했지만 손목에 걸리는 느낌이 영 거추장스럽게 느껴졌기 때문이다.

그런데 막상 손목 위의 '그것'이 사라지고 나니 시원함보다 허전함이 더 크게 느껴진다. 단순히 있던 것이 사라져서..라는 이유가 아니라 내 일상을 통제했던 하나의 구속이 사라져버렸다는 감정이 크게 느껴진 까닭이다.

구속이 사라지면 자유로움을 느껴야 하는 데 불안함과 허전함을 느낀다는 것이 스스로 이율배반이라고 생각하면서도 그만큼 일상이라는 것이 천편일률적인 틀에 짜여져 있었구나..라는 생각이 든다.

어떤 삶을 살건 지극히 평범한 우리네들은 이 틀을 쉽게 벗어나지 못한다. 가장 큰 이유는 남들과 같다고 느끼는 데서 오는 안도감, 다른 사람과 다르다는 데서 오는 불안감이다. 인간들은 인간 자신이 만들어 놓은 틀에 의해 살아간다. 법률이니 도덕이니 하는 잣대를 기준으로 하고 일,월, 년으로 구분되는 시간을 기준으로 살아간다.

법철학을 공부할 당시 내가 제일 고민스러웠던 부분은 '대체 이 법은 왜 정당한가?'라는 물음이었고 '그건 그것이 옳다고 여겨지기 때문'이라는 뫼비우스의 띠같은 답변에 혼란을 느꼈다. 대중이 그것을 받아들여 사회적으로 타당하다는 일치를 본(?) 관습법 역시 '특별한 생각'을 인정할 수 없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차라투스트라는 인간이 신을 만들었다고 했다. 삶에 불안을 느낀 인간은 스스로를 의지할 수단으로 신을 선택한 것이다. 그렇게 인간은 작고 나약한 존재다. 신을 죽인 연민은 이미 모든 인간이 내재하고 있는 속성인 것이다...

시계 하나 잃어버리고 별 쓸데없는 소리를 다 한다..고 생각이 들었다면 이 세계에 충분히 적응하고 있는 것이니 안심해도 좋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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