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인지라 마음이 늘 한결같을 수는 없지 싶다. 이것도 나약함에서 오는 변명이라면 어쩔 수 없으려나 싶지만...

살다보면 슬럼프를 겪는 때도 있고 일신우일신[日新又日新]하며 앞으로 죽죽 달려가는 때도 있는 것을 알면서도

가끔은 푹 주저 앉고 싶기도 하고 그렇게 주저 앉아 있을 때 누가 손을 내밀어 일으켜주기를 바라기도 한다.

나름 꿋꿋하게 죽 달려오다가 철퍼덕 넘어졌는데... 마음이란 역시 간사해서 나약해질 때는 끝을 모르고 나약해지나보다.

유난히 정에 약한 탓인지는 모르겠지만 이럴 땐 곁에 누군가 있어주었으면 하는 마음이 커진다.

하지만 내가 힘들 때 누군가 곁에 있다는 것은 상대에게도 그만큼의 짐을 지워야 하니 역시나 이기적인 생각이다.

아무튼 요 며칠새 정신이 달에 갔는지 별에 갔는지 모르겠다. 시간은 꽤나 빨리 지나가는데 일상은 뭔가 어긋난채 돌아간다.

이럴 때는 그저 숨을 죽이고 웅크리고 앉아서 가만히 있는 게 상책이지 싶다. 물론 가능한 빨리 정신을 수습하고 일어서야 하지만...


Leica M6, Summicron 35mm f/2.0 asph, Kodak EBX, LS-40



창경궁이었던 것으로 기억하는데 그날따라 결혼식 야외촬영이 많은 날이었다. 결과적으로 보는 사진은 신랑과 신부가 밝게 웃고 있는 사진들이지만 그 사진을 만들어내는 과정은 제법 분주하고 한편은 피곤스러워 보였다. 결혼을 해 본 적이 없으니 야외촬영이 얼마나 많은 수고를 동반하는지는 모르겠지만 신랑신부 모두 제법 힘들어보이는 표정. 

요즘은 디지털카메라가 일반적이니 사진에서처럼 중형 판형의 카메라를 쓰는 일은 없지 않을까 싶은데.. 아무래도 디지털보다 불리한 점이 많으니 한 컷을 찍는 데도 제법 많은 과정들이 필요한 모양이다. 나름 괜찮은 구도라고 생각해 찍었지만 호수 건너에서 35mm로는 무리.. 크롭을 해보니 좀 나아보이긴 하지만 표정을 담지 못한 점은 아쉬웠다. 

하지만 생각해보니 차라리 표정이 잘 보이지 않는 것이 그래도 행복한 날의 사진을 담는 이들에게 예의가 되지 않을까 싶기도 했다. 이동 중에 워낙 힘들어하는 분들이 많았기에..

일포드 XP2는 언제나 이렇게 부드러운 흑백을 그려준다..


Contax Aria, Carl Zeiss 35mm Distagon f/2.8, Ilford XP2, LS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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