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벗의 무따기(무작정 따라하기) 시리즈는 특히 일본어 편으로 많은 인기를 모았었다. 이번에 새로 출간된 책은 프랑스어다. 과연 이전의 일본어 편에서 쌓은 명성만큼 이번에도 따라만 하면 충분할까? 프랑스어는 영어의 어원이 되는 데다가 유럽은 물론 세계 여러 곳에서 사용되는 언어다. 하지만 특히 한국 남성들에게는 어색한 언어가 또 프랑스어다. 보통 고등학교에서 남학생들은 독일어를 제2외국어로 선택하는 경우가 많은 탓인데 요즘은 어떤가 모르겠다.


책을 펼치면 학습 진도표가 보인다. 2개월 과정이다. 언어를 배우는 책에는 이렇게 계획표를 저자가 만들어 주는 것이 좋다. 특히나 초보자들은 하루에 어느 정도 공부를 하면 좋을지 도무지 감을 잡기가 어렵기 때문인데 그래서인지 보통 책을 보면 앞부분은 지저분하고 뒤로 갈 수록 책이 깨끗해지곤 한다. 프랑스어는 특히나 초기 진입이 어려운 언어로 꼽힌다. 그렇기 때문에 별 거 아닌 것 같은 이런 시간표는 처음 공부할 때 많은 도움이 된다.


이 책에서 약간 놀란 것은 흔히 어렵게 생각하고 있는 프랑스어 문법에 대한 설명이 그리 많지 않다는 점이다. 문법이 어려운데 왜 문법에 대한 설명은 적을까? 무작정 따라하기 시리즈의 특징이 아닐까 싶은데 처음 외국어를 접할 때 복잡한 수식과 암기 사항들을 만나게 되면 쉽게 지루해지고 거부감마저 생긴다. 우리가 우리말을 배울 때 문법책을 먼저 펼쳐놓고 배우지 않았듯이 외국어를 배울 때도 문법은 일단 기초적인 수준만 가볍게 아는 것이 좋다. 그런 면에서 이런 편집 방식은 여전히 마음에 든다.


그리고 이책의 나머지 부분은 모두 의사소통 즉 대화로 이루어져 있다. 바로 실전이라는 말이다. 인생이 실전인 것처럼 언어도 실전이다. 문법 이론 따져가며 머릿속에서 번역하지 말고 바로 말을 하자는 의미다. 다만 조금 아쉬운 것은 대화 주제가 기존의 외국어 학습 서적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 점이다. 일본어 무작정 따라하기와 조금 다른 부분인데 좀 더 일상에서 쉽게 마주칠 수 있는 주제들을 잡아 주었다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전체적으로 내용이 거의 다 일상의 대화다. 좀 더 많은 사례들이 있었으면 하는 아쉬움은 여전하지만 책의 분량 문제도 있으니 어쩔 수 없는 부분이다. 가능하다면 프랑스어편도 시리즈로 출간이 된다면 좀 더 많은 그리고 현실적인 주제들을 다룰 수 있을텐데 그러려면 이책이 많이 팔려야겠지.


미리보는 프랑스라는 미니 코너를 통해 프랑스의 관광지를 소개하고 있는데 공부하다가 잠깐잠깐 쉴 때 읽어보면 좋다. 이제까지 몰랐던 이야기들도 제법 많이 나온다. 좀 더 바란다면 이런 코너에서도 생활 프랑스어를 배울 수 있도록 박스 기사를 넣었으면 어떨까 싶다. (물론 문법만 아예 밖으로 빼내서 소개하는 코너도 있긴 하지만 여행과 직접 연결되는 어휘나 표현은 좀 더 실감이 난다)


본문은 이런 식의 대화로 이루어져 있는데 홈페이지에서 다운로드할 수 있는 mp3로 같이 공부하는 것이 좋다. 무엇보다 외국어는 발음이 중요한데 프랑스어는 아무래도 좀 더 그런 느낌이 강하게 든다. 처음 프랑스어를 배우는 경우는 도대체 무슨 말인지 알아 듣기가 어려운 경우가 많은데 책의 내용과 음성 파일을 대조해가며 공부하는 것이 반드시 필요하다.


부록으로는 어렵다고 소문난 프랑스어 동사 변화를 짬짬이 공부할 수 있도록 만든 소책자가 들어있다. 프랑스어는 처음에는 참 다가서기가 어렵지만 공부를 할 수록 익히기가 편해진다고 한다. 길벗의 무따기 시리즈의 막내가 된 프랑스어 무작정 따라하기와 함께 프랑스어에 도전해보면 어떨까?



프랑스어 무작정 따라하기


자극적인 제목이다. 안철수의 표정도 우리가 익히 접하는 웃는 모습과는 사뭇 다르다. 이책의 저자는 왜 그리고 무엇을 알리고 싶었을까?

대선을 맞아 대선주자들에 대한 책들이 정말 봇물 터지듯이 쏟아져나온다. 이런 류의 책들은 대개 두 부류인데 하나는 '용비어천가'이고 하나는 '불씨잡변'이다. 극단적인 칭송 아니면 비난이라는 말이다. 그런데 이책은 조금 다르다. 용비어천가도 불씨잡변도 아니다. 결론적으로 이도저도 아니라는 말이다.

저자의 성향을 파악해보자면 안철수에 대해 비판하는 성향이 강하다. 그러나 무작정 하는 비판이라기보다는 조사에 기초를 둔 비판이라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물론 무언가 근거가 있다는 것은 글에 힘을 실어준다. 그런데 이책의 필자가 근거로 들고 있는 '사실'들이 정확한 '진실'이냐의 문제는 독자로서는 검증할 방법은 없으니 이런 류의 책을 읽을 때는 최대한 객관성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3명의 대선주자들은 정말 특이하게도 각 인물의 캐리커쳐가 명확하게 그려진다. 그런데 이 '만들어진' 외양을 하나하나 따지고 들어가는 경우는 많지 않다. 박근혜는 어떻고 문재인은 어떻고 또 안철수는 어떻다는 식으로 정형화된 패턴이다. 아마 이 패턴은 대선이 끝날 때까지 그리고 누군가 정권을 잡아 그 정권이 끝날 때까지 크게 달라지지 않을 그런 패턴인데 이책의 저자는 안철수의 정형화된 모습을 하나하나 짚어 보고 있다. 본인 외의 가족사항에까지 펜을 댄 것은 드문 일이지 싶기도 하다.

부제로 달려있는 '우리는 정말 안철수를 알고 있는가?'는 그런 의도로 보인다. 갑이라는 후보가 좋으니 그의 모든 점을 이해하고 받아들여야 하고 을이라는 후보는 싫으니 그의 장점까지도 비난과 비판의 대상으로 삼아야 한다는 양비론에서 조금은 물러서 과거 그리고 현재의 상황과 행적들, 배경들을 조목조목 짚어가는 점은 이책이 가진 의도 부분만 놓고 보면 장점일지도 모르겠다. 어쩌면 그 '의도'만이 이책의 유일한 장점일 수도 있겠다. 어떤 의도를 가지고 글을 쓸 때 그 글이 필자의 주관에 의해 어떤 식으로 극단적인 양상을 보이게 되는지를 학습할 수 있다는 점에서는 꽤나 유익하다.

그리고 저자가 극구 부인함에도 불구하고 시류에 편승한 책임은 분명하다. 제목이나 중제의 선택이나 필체에 이르기까지 그런 부분들이 보이는 것은 어쩔 수 없는 노릇이다. 그럼에도 이책을 읽은 것은 한 사람에 대한 여러 생각들을 모두 접해봐야 한다는 판단때문이다. 콩깍지가 씌워진 양 좋으면 무조건 좋다는 식으로는 누군가를 진정 좋아할 수 없다. 단점도 정확하게 알고 그 단점마저 충분히 받아들일 수 있을 때 진실로 누군가를 좋아할 수 있는 것이다. 하지만 그런 내 의도는 몇 페이지 넘기지 않았음에도 '이책으로는 불가능하다'는 결론이 나버렸다.

아무튼 앞서도 적었지만 정치적인 서적은 선택을 할 때 신중함을 요한다. 스스로 아무리 객관적인 시각을 가지고 있다고 해도 책을 일단 펼치고 읽어나가다보면 필자의 감정에 빠져드는 경우가 종종 발생하기 때문이다. -물론 이 정도까지 이르려면 상당히 필자의 필력이 우수해야겠지만- 시대적인 흐름이나 상황 등에 휩쓸리다보면 그런 냉정한 객관성을 유지하기 어려울 때가 있다. 

어떤 책을 읽건 결국 최종적인 선택은 독자의 몫이다. 차동엽 신부가 이야기한 것처럼 세상에 나쁜 책은 없으니 말이다. 그책을 좋게 혹은 나쁘게 받아들이는 것은 언제나 독자의 몫이다.


안철수의 두 얼굴


한국사검정능력시험이라는 시험이 있다. 아는 분들은 알고 모르는 분들은 또 모를 그럴 시험인데 적어도 수험생들에게는 익숙한 시험이다. 한국 사람이 한국 역사에 대해 잘 알고 한글에 대해 잘 알아야 하는 것은 당연한데 실제로 그러질 못 하니 시험으로까지 나온 것이 아닐까 싶다.

한국사능력검정시험을 관리하는 곳은 국사편찬위원회다. 다만 시험을 치르기 위해서는 전용 홈페이지로 가야 한다.

자, 민족을 안고 세계로 가려면 국사를 잘 알아야 한다. 그런데 이 시험이 만만한 시험이 아니다. 고등학교 때까지 국사를 열심히 배우지만 막상 시험이라면 꺼려진다. 토익처럼 말 그대로 국민시험도 아니다보니 선뜻 응시하기가 어렵다. 한국사능력검정시험은 아래 표와 같이 급수가 나뉘는데 소위 어디 명함 좀 내밀려면 고급은 통과해야 한다.

50문제인데다가 5지 선다형이다. 제한시간은 80분. 문제를 읽고 뭔가 생각할 여유는 없다. 대부분의 시험이 그렇듯이 지문을 보고 바로 답을 찾아야 한다. 그렇다면 이 시험은 어떻게 준비를 해야할까? 

이미 시중에 이 시험을 대비하기 위한 많은 교재들이 있다. 게다가 공무원 시험 과목이기도 하니 자료는 그야말로 바닥에 깔려 있는 셈이다. 하지만 책을 잘못 고르면 경제적으로나 시간적으로나 크게 낭비다. 수험생들에게 입소문으로 인기를 끌고 있는 책 한 권을 소개해볼까 한다.

책 제목을 이야기해야 하는데 조금 난감하다. 시험 이름이 그대로 책 제목이다. "한국사 능력 검정시험 문제 고급 1·2급"이다. 풀판사는 운전면허시험을 치러본 사람들이라면 친숙한 크라운출판사다. 저자인 최영욱 강사는 이 바닥(?)에서는 제법 유명하다. 특히나 동영상 강의가 인기인데 홈페이지에 가 보면 시범강의를 볼 수 있으니 들러보도록 하자.

본문은 컬러풀하다. 각종 유물들과 지도 등을 컬러 사진으로 싣고 있어 자칫 지루해지기 쉬운 역사 공부에 흥미를 붙일 수 있도록 돕고 있다. 책의 구성방식은 개조식 서술에 가깝다. 이건 읽는 이마다 장단점이 있겠지만 빠르게 흐름을 잡으려는 이들에게는 적당한 방법이다. 단원마다 실제 기출문제를 싣고 있어 어느 부분을 강조해서 공부해야할지 파악할 수 있도록 배려하고 있다. 종이질은 약간 광택이 나는 재질인데 컬러 인쇄를 배려한 방식이지만 책을 읽는 입장에서는 조금 불편한 부분이기도 하다.

전체적인 구성은 시대의 흐름을 따르는 방식을 채용하고 있는데 역사라는 과목의 특성상 전체적인 그림을 그리기에 적합한 방식이다. 물론 어느 정도 학습이 이루어진 다음에는 테마별로 정리를 해야 함은 기본 중의 기본이다. 이책은 그런 면에서 초심자가 빠르게  역사의 흐름을 잡을 수 있도록 돕고 있고 어느 정도 학습이 이루어진 수험생이 막판 반복학습을 할 때 적당할 정도의 분량을 장점으로 내세우고 있다.

역사 시험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사료들을 책 날개 부분에 따로 뽑아 두고 있다. 이 부분은 그 자체로서 문항으로 바로 반영되기 쉬운 부분이다보니 철저한 준비가 필요한데 별도로 지면에서 독립시켜 두고 있어 사료 자료만의 독립적인 학습도 가능하도록 배려하고 있다. "청상과부의 개가를 허용하라!"

중간중간에 형광펜으로 칠한 듯한 부분은 저자가 특히 강조하고 있는 부분으로 절대로 잊어서는 안 되는 부분이니 세밀한 학습이 요구된다. 이 표시들만 죽 훑어봐도 전체적인 내용의 강약조절을 할 수 있다. 아무리 압축된 내용의 교재라도 결국 그것을 자신의 것으로 만들지 못 하면 아무 소용이 없다. 강사가 강조한 부분과 자신이 판단한 부분을 잘 조화시켜야 함은 물론이다.

글만 써 있다면 이해도 안 되고 암기도 안 되는데 이런 식으로 시각적인 효과를 극대화하고 있다. 376페이지라는 분량으로 고급을 통과하기에 부족한 것이 아니냐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그만큼 압축된 내용을 담고 있다. 책의 분량이야 늘리고 싶으면 언제든지 무한정으로 늘릴 수 있지만 수험생의 입장에서는 결코 좋은 것이 아니다. 시험장에서 결국 필요한 것이 서브노트와 같은 얇은 분량의 책이라는 점을 생각하면 걱정할 필요는 없다.

마지막 하이라이트는 연표다. 책 뒷면에 고이 접혀 있는 연표를 펼치면 전체적인 흐름을 쉽게 파악할 수 있다. 꽤 넓고 큰 데다가 빈 공간이 많은 편이니 벽에 붙여 두고 그때그때 보면서 추가적으로 중요한 내용들을 첨부해 나가면 자신만의 좋은 압축 학습 교재가 될 것이다.

이책을 구입하면 동영상 CD와 인강 30% 할인쿠폰을 동시에 받을 수 있다. 그리고 이책은 인강과 동시에 공부할 때 효과가 배가되는 특징을 갖고 있다. 강사 본인의 강의의 핵심내용들이 담겨 있다고 보면 된다. 자 그럼 실제로 강의와 책을 어떻게 조화시키면 좋을지 최영욱 강사의 샘플 강의를 들어보자. 


구석기시대 from Realhistory on Vimeo.







허허당 스님은 트위터에서 먼저 알게 되었다. 虛虛堂이라는 법명에는 비운다는 의미가 크다. 언젠가 조선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스님은 "내가 찾는다고 해서 찾아지는 것이 아니라, 모든 것을 비워버리면 스스로 찾아온다"라는 것을 깨달았다 했다. 그래서 허허당이다. 비움으로써 아픔을 위로할 수 있는 것이 스님만의 특기(?)인지도 모르겠다.

(스님에게 예의는 아니지만) 스님의 외모를 보면 부드러움과는 거리가 멀어보인다. 스님이 아니라면 제법 무서운 인상일 수도 있겠다 싶다. 실제로 스님의 글들은 매섭다. 그리고 강하다. 나약해지고 약해지는 마음에 꾸중을 하는 듯 하다. 처음 스님이 올리는 글들을 읽을 때는 아팠다. 남의 속도 모르고 저렇게 강하게 이야기를 할까 싶었다. 하지만 스님이 옳았다. 무조건 감싸주는 건 누구나 할 수 있다.

머물지 마라.. 상처에 머물지 마라고 스님은 이야기한다. 그러고보면 살아가는동안 얼마나 오래 지난 상처에 머물기만 했는가 돌아보게 된다. 머물고 있음으로 인해 상처가 아물지 않았다. 떠나 있어야 상처가 자연적으로 치유가 될 텐데 그 상처에 자리를 잡고 머물고 있으니 상처가 아물 틈이 없다. 조금 아물라 치면 또 상처를 들여다보고 '아직도 낫지 않았네..'라고 푸념을 해 왔다. 상처는 내가 더 키워갔던 셈이다. 머물지 마라. 그 아픈 상처에...

책 속에 담긴 글들은 어쩌면 우리가 이미 알고 있는 이야기들일 수도 있다. 그럼에도 마치 처음 듣는 것처럼 새로운 의미로 다가오는 것은 역시 글을 쓰는 이의 마음이 다르기 때문이라 생각된다. 같은 글도 누가 어떤 마음에서 우러나 쓰느냐에 따라 읽는 이에게는 천지차이로 다가온다. 내가 느낀 스님의 마음은 '안타까움'이다. 늘 주저주저하며 놓지 못 하고 하루하루 버티듯 살아가는 우리네 삶에 대한 안타까움...

변함이란 삶을 지탱해가도록 도와주는 지렛대같은 역할을 한다. 아무 것도 달라지지 않는다면 살아가는 의미를 찾을 수는 없다. 무엇이든 달라지기에 오늘을 살며 내일을 꿈꿀 수 있다. 비록 다가오는 내일이 오늘보다 나은 하루가 아니더라도 나에게는 늘 새로운 삶이기에 살아볼만한 것이 아닐까.

책에는 빈 공간이 많다. 짧막한 글에 커다란 그림 그리고 넓은 공간이 함께 하고 있다. 그 빈 공간은 읽는 이가 채워넣어야 한다. 그것이 스님이 던지는 또 하나의 메시지인지 알 수는 없지만 적어도 내게는 그렇게 보인다. 스님이 던진 이야기와 그림을 읽고 보고.. 내가 그 이야기와 그림에 대한 답을 적어 나가면 이책은 나만의 책으로 탈바꿈하게 된다.

스님은 그림을 배운 적이 없단다. 그래도 스님은 그림을 잘 그린다. 잘 그린다는 표현은 어울리지 않을 수도 있겠다. 하지만 그보다 나은 표현을 찾기는 힘들다. 스님의 그림을 보고 있으면 마음이 차분해진다. 위안이 된다는 말이 적당하지 싶다. 그림의 대부분은 상반신을 담고 있고 그중에서도 얼굴이다. 얼굴에는 사람의 모든 것이 드러난다. 오욕칠정의 감정이 모두 담겨 있는 것이 얼굴이다. 스님의 그림은 이곳에 가면 더 많이 볼 수 있다.

문득 나는 어떤 얼굴을 하고 있을까 궁금해진다. 나로 인해 다른 이들이 행복할 수 있는 얼굴일까? 아니면 나로 인해 다른 이들이 불행해지는 얼굴일까? 얼굴은 하루에도 수 만 번 변한다. 시시각각으로 변하는 감정들이 고스란히 얼굴에 담겨 밖으로 퍼져 나간다. 표정은 마치 냄새와 같아서 기쁜 얼굴에 담긴 행복이건 슬픈 얼굴에 담긴 불행이건 바로 다른 이들에게 옮겨가 버린다. 얼굴은 그렇게 삶의 향기를 내뿜는 법이다. 오랜만에 마음이 차분해지는 책을 읽었다. 며칠 어느 산사에 들어가 생활을 하다 나온 느낌이다. 

책은 그리 두껍지 않다. 종이 냄새가 물씬 난다. 아마 글 내용이나 그림이 그런 느낌을 더해 주는지도 모르겠다. 굳이 앞부분부터 읽을 필요도 없다. 마음 가는대로 아무 곳이나 펼쳐 읽으면 된다. 이 또한 이책이 가진 매력이다.



산후조리. 중요하다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남자들이 산후조리에 대해 알고 있는 것은 고작해야 산후조리원 이용 금액이 비싸다는 정도가 아닐까 싶다. 그리고 아주 상식적인 지식. 아이를 낳은 이후 엄마의 몸관리를 해야 한다는 정도.. 그리고 그렇게만 알고 있지 막상 현실에 닥치면 과연 어떻게 할까?

나는 아직 미혼인지라 산후조리는 물론이고 아이를 낳기까지의 엄마의 노력, 낳는 노력, 낳고난 이후의 노력과 어려움을 알지 못 한다. 물론 결혼을 해 아내가 아이를 낳아도 그 노력과 힘겨움은 남편으로서는 알 길이 없을 것이다. 그럼에도 덥썩 이책을 읽어보겠노라 한 것은 동생 내외가 얼마전 아들을 낳았기 때문이다. 첫아이를 낳고 여러가지로 어려워하는 동생에게 도움이 될까 싶어서 책장을 넘겨 보았다.

이책은 크게 

산후조리의 중요성, 산후풍, 산후조리에 대한 진실, 산후 100일 건강수칙 그리고 에필로그로 구성되어 있다. 임신 후 태교는 물론 엄마의 몸과 마음에도 큰 영향을 미치지만 아이에 좀 더 비중을 두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산후조리는 전적으로 엄마의 몸과 마음에 비중을 두고 있는 부분이다. 그렇지만 실제로 많은 엄마들이 자신의 몸보다 아이를 먼저 신경 쓰다보니 정작 자신의 몸과 마음이 고장나는 것을 알아차리지 못 한다는 데서 문제가 시작된다.

이책의 장점은 이미 방송에서도 확인할 수 있었듯이 과학적인 분석과 실례를 들어 산후조리에 대해 조목조목 따지고 정답을 찾아간다는데 있다. 보통 임신과 출산에 대한 정보는 대부분 자신의 어머니나 인터넷 커뮤니티 등에서 얻는데 아무래도 ~카더라 혹은 특정인의 개별적인 경험에서 비롯된 지식이기 때문에 사람에 따라 너무도 다른 산후조리방법으로는 적합하지 않다.

그래서 이책은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산후조리에 대한 상식을 하나하나 파헤쳐간다. 그리고 이 과정과 결과를 통해 자신에게 가장 적당한 산후조리법을 찾아가도록 도움을 준다. 책에서 가장 비중을 둔 부분은 산후풍인데 전문 의료인들조차 그 실체를 알기 어렵다는 산후풍에 대한 이해도를 높이는데 큰 도움을 준다.산후풍이란 무엇인지 원인은 어떤 것인지 그리고 해결책은 어떤 것이 있는지 읽어가다보면 혹 자기에게 발생할 수도 있는 산후풍을 예방할 수 있다.

전체적으로 책의 내용과 구성이 산모들에게 가장 적합하도록 되어 있어 실제 출산을 준비 중인 그리고 출산을 한 엄마들에게 상당한 도움이 될 것 같다. 그러면 다른 이들에게는 어떨까? 나는 남편도 이책을 읽기를 권한다. 자기 몸이 아니기 때문에 아내가 겪는 어려움을 이해할 수 없다. 책의 내용 중에 출산 후 고생을 하던 아내가 병원 진단을 받고 구체적인 병명이 확정되고 나서야 가족들의 관심을 받을 수 있었다는 부분이 있다. 그만큼 임산부 본인이 아니면 알기 어렵다는 말이다.

이책을 통해 남편도 아내가 겪는 어려움을 간접적으로 접해볼 수 있다. 집에서 아내가 힘들어할 때 '아이를 낳고나면 다 그런거야'라는 무책임으로 일관하지 말고 다양한 자료를 통해 객관적으로 진단하고 있는 이책을 통해 조금이라도 아내의 힘이 되어줄 수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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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건강한 리뷰문화를 만들기 위한 그린리뷰 캠페인에 참여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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