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다보면 자의에 의해서건 혹은 타의에 의해서건 꼭 가보고 싶었던 길을 걷지 못 하게 되는 일이 종종 있다. 대부분 '할 수 없지'라고 생각하고 잊고 사는 것이 앞으로 살아갈 날들을 생각하면 바람직한 일이지만 그래도 못내 아쉬움이 남은 그길에 대한 동경과 아쉬움은 특히나 일상에 지치고 사람에 치일 때면 불쑥 머리를 강하게 치고 지나가곤 한다.

그래서 '아, 전에 그길을 갔더라면 지금 이렇지는 않을텐데...'라는 생각을 하곤 하는데 정말 생각지도 않게 그길을 다시 가야 하는 상황이 자신의 눈 앞에 펼쳐지면 그 감격이란 참 대단한 것이다. 물론 그길이 언제나 쭉쭉 뻗어있는 신작로가 아닌 그리고 아제까지 살아온 삶의 어떤 모습보다도 힘든 여정임을 잘 알고 있더라도 말이다.

몇 번인가를 돌고 돌아 다시 여기 섰다. 막상 서 보니 두려움도 생긴다. 다시 돌아갈 수만 있다면 반드시 이겨낼 수 있다고 생각하던 일이 현실이 되니 두려운 것이다. 사람이란 이렇게 간사하다. 늘 손에 닿을 수 없는 것을 바라고 희망한다. 그러면서 현재 자신이 가지고 있는 것들과 가고 있는 길에 대해 불만을 늘어놓곤 한다.

이제 다시 그길에 서서 나는 어떤 삶을 살 수 있을까 내게 물어본다. '돌아만 갈 수 있다면...'이리고 늘 바라기만 했던 그 여정의 출발점에 이제 나 홀로 서 있다. 오래 전 묻어두었던 길인지라 어디부터가 길의 시작이고 가장자리인지 보이지도 않고 이정표조차 세월의 무게를 버티지 못해 쓰러져 있는 이길에 단지 내 몸뚱이 하나만 가지고 서게 됐다.

이제 흔한 문구를 인용하며 걸어나가는 수밖에


"운명아 비켜라 용기 있게 내가 간다!" -니체


Nikon D300, AF NIkkor 35mm f2.0D



세상에 그 사람만 있으면 못할 것이 없을 줄 알았지요. 내 삶이 아닌 우리로서의 삶. 그와 내가 말 그대로 하나가 되어 세상을 함께 바라보고 세상을 함께 살아갈 수 있을거라 생각했습니다. 만나기까지의 과정, 만난 후의 삶의 모습들이 참 특별하다 생각을 했었고 그런 소중함을 세상이 끝나는 날까지 같이 끌어안고 살아가고 싶었습니다.

하지만 우리가 특별하다고 생각한 우리의 만남과 우리의 일상은 사실 특별할 것이 하나도 없었지요. 다 사람이 살아가는 모습인데 세상과 우리를 나누어 생각한게 가장 큰 실수였는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리고 어느 날인가 전혀 특별하지 않은 우리의 모습을 세상에 비춰보고서야 우리의 길이 서로 엇갈려있음을 그리고 둘의 길이 영원한 평행선임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사랑이라는 감정. 그 감정만으로 세상을 넘어서고 아니 넘어서지 못하더라도 세상을 함께 끌어안을 수 있을 줄 알았는데..세상은 그렇게 호락호락하지는 않았지요. 그렇게 하루하루가 지나가고 그녀도 나도 이미 더 이상 함께 할 수 없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만남은 우연처럼 혹은 기적처럼 전혀 예측하지 못한 순간에 다가오지만 헤어짐은 그것을 어렴풋하게나마 이미 알 수 있습니다. 

그리고...

누가 먼저 이별을 이야기할 것도 없이 다른 길을 가게 되었습니다. 이별이라는 단어는 안녕이라는 말을 굳이 말하지 않아도 이미 서로가 서로를 바라보는 순간순간마다 느끼고 있었으니 말이죠..

하지만 이미 알고 있던 사실도 그것이 현실화되면 감정의 폭풍에 휘말릴 수밖에 없습니다. 헤어진 이후에는 늘 좋은 기억과 행복했던 추억들이 먼저 떠오르게 되니까요.. 

그리고 이제 혼자 걸어야 하는 길을 바라봅니다. 조금씩 걸음을 걸어보기도 하면서 이길이 앞으로 내가 가야할 길이구나..나 혼자 걸어야 하는 길이구나..하고 이 생각 저 생각을 해봅니다. 이제까지.. 그러니까 함께 걷던 그리고 함께 걸어갈 수 있었던 길과 전혀 다른 길이기에 처음에는 제법 낯설고 두려운 마음도 듭니다.

그렇지만 걸어가야겠지요. 한 걸음 한 걸음 나아갈 수록 그 사람에 대한 기억과 추억과..그리고 둘이 함께한 기억, 둘이 함께 할 미래와 멀어지지만 그래도 걸어가지 않을 수 없겠지요. 이 또한 이 세상을 살아가면서 내가 걸어가야 할 나의 길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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