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펜과 잉크 이야기 > 펜·잉크' 카테고리의 다른 글

Red..and Violet with Falcon  (0) 2009.07.27
핏빛 유혹  (0) 2009.07.24
몽블랑 솔리테어 듀에 시그넘  (0) 2009.07.17
미도리 트래블러스 노트  (0) 2009.07.12
세필의 명가: 세일러 프로기어슬림  (10) 2009.07.04


펜을 다시 잡으면서 가장 많이 하는 일 중의 하나는 시를 옮겨 적는 일이다.

악필이기는 하지만 그래도 좋아하는 시인의 시를 옮겨 적다보면 번거로운 세상사는 잠시 잊을 수 있다.

145는 이제야 조금씩 길이 들어 가는데 완전하게 손에 익숙해지려면 한 달 정도는 더 있어야지 싶다.

Montblanc P145 EF, Aurora Black



'펜과 잉크 이야기 > 필사' 카테고리의 다른 글

추억  (0) 2009.07.17
나는 소망합니다  (4) 2009.06.29
첫사랑  (4) 2009.06.27
우리는  (0) 2009.06.06
거미 - 김수영  (0) 2009.05.17



만년필을 쓰는 이들에게 가장 두려운 것은 무엇일까? 여러가지가 있겠지만 습기를 빼 놓을 수 없겠습니다. 모처럼 장문의 연애편지를 썼는데 들고 가는 중에 소나기라도 맞았다면? 소나기는 아니더라도 땀이 많이 나 편지지에 습기가 배었다면 어떻게 될까요? 또 공공문서에 만년필로 서명을 하는 경우도 많은 데 보관 상의 부주의나 천재지변 등으로 습기가 문서를 습격한다면 문서는 멀쩡하게 살아 있을까요?


위에 보이는 종이는 중성지로 일반 산성지에 비해 내구성이나 보존성이 좋은 종이입니다. 그리고 각각의 문장은 제가 가지고 있는 5종류의 잉크로 글을 적은 것입니다. 테스트는 좀 과격하게 했는데 종이에 글을 쓴 다음 잉크가 마르기를 기다렸습니다. 분무기로 뿌려줄 수도 있지만 아주 극단적인 상황이다 생각하고 수돗물을 흘려 보냈습니다.

완전히 물에 담글까 생각도 해보았지만 그 상태가 되면 사실 어떤 잉크도 버티기는 어렵다는 판단이 들어서 물을 흘려보내는 수준으로 테스트를 했는데 결론적으로는 물에 담가도 버티는 잉크가 있기는 있더군요.

자, 위에 사용된 잉크는 모두 5종입니다. 몽블랑의 블랙 잉크, 파카의 퀸크 잉크, 세일러의 극흑 잉크, 오로라의 블랙 잉크 그리고 마지막으로 제이허빈의 사파이어블루입니다. 제이허빈의 잉크는 까렌다쉬로 납품을 하고 있으니 까렌다쉬도 비슷한 결과가 나온다고 보시면 되겠습니다. (물론 제이허빈의 잉크는 워낙 종류가 다양하니 100% 일치하지는 않습니다.)

펜 좀 만져보신 분(?)은 일단 대충 각각의 번호에 맞는 잉크를 벌써 맞추셨을 수도 있겠네요. 원문이 거의 사라지지 않고 버틴 잉크 즉 2번은 역시 세일러의 극흑 잉크입니다. 그리고 원문이 대체 뭔지 알 수도 없게 지워진 잉크는 짐작하시는 대로 몽블라의 블랙 잉크입니다.

1번은 파카의 퀸크 잉크로 버티려고 노력은 했는데 번짐이 생겼고 4번은 오로라의 블랙 잉크인데 대충 글씨는 알아볼 수는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청색은 제이허빈의 사파이어블루로 번짐이 생기기는 했지만 그래도 제법 잘 버텨주었습니다.

세일러 - 제이허빈 - 오로라 - 파카 - 몽블랑의 순으로 습기에 대한 저항력이 강하다고 볼 수 있겠네요. 아니 방탄 잉크라는 몽블랑이 왜 저래? 하실 수도 있는데..사실 몽블랑 블랙 잉크는 습기에 약합니다. 그래서 보통 보존을 위한 경우에는 블루블랙을 주로 사용합니다. 몽블랑 블루블랙의 경우는 어느 정도의 내수성을 가지고 있습니다.

물을 흘려 보니 블랙 잉크의 경우라도 제각기 고유의 색이 다르다는 것을 보실 수 있을 텐데요. 블랙 잉크 중에 어떤 것을 고를까 할 때도 참고하시면 되겠습니다.


만년필을 즐겨 쓰다 보면 역시 잉크에 민감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런데 가만히 들여다보면 검은색도 다 검은색이 아닙니다. 미세한 차이를 보이는 색들이 존재하고 또 제조사마다 고유의 색상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자신에게 딱 맞는 색을 고르기가 쉽지가 않습니다. 왠만한 잉크는 다 써봐야 알기 때문이죠. 아니 대충 고만고만한 거 아니냐? 고 반문할 수도 있지만 펜을 좋아하는 이들에게 잉크는 무척 중요한 의미입니다.




검정색의 경우 이전 포스팅에서도 이야기를 하긴 했는데 본격적인 잉크 이야기는 우선 푸른색 계열로 해볼까 합니다. 만년필에 왠 파란색? 이라고 생각하실 수도 있지만 공문서에 인정되는 색상이 검정과 파랑이라는 점을 생각하면 검정 이상으로 파란 계열의 잉크는 우리 실생활에서 많이 사용하고 있습니다. 저 개인적으로도 파란색 계열의 잉크를 즐겨 쓰고 있습니다. 물론 만년필이라는 한계(?)상 하나의 만년필에 하나의 잉크를 넣어서 쓰고 있으니 경제적이지는 않은 셈입니다.

이번에 소개할 잉크는 J.Herbin이라는 회사에서 만든 잉크입니다. 일단 J.Herbin의 홈페이지를 먼저 구경하고 오시죠. 그래야 이해가 더 잘 되실 수도 있겠네요.




J.Herbin의 역사는 1670년으로 거슬러 올라가니 무려 300년이 넘어가는 역사를 가지고 있는 잉크입니다. J.Herbin을 잘 모르시덜라도 몽블랑의 쥬뗌므나 사쿠라와 같은 향수 잉크를 아신다면 바로 이 잉크를 만든 회사기도 하죠. 까렌다쉬의 잉크 역시 J.Herbin의 제품입니다. 이 회사의 잉크는 말 그대로 자연의 색상을 가져오는 것으로 유명합니다. 물론 향수 잉크와 같은 별종(?)도 있지만 습작가들에게 향수 잉크는 큰 매력은 없겠죠.

아무튼 J.Herbin의 여러 색상 중에 보편적으로 사용되는 파란색 계열은 5가지로 구분할 수 있습니다. 원어는 같지만 우리말로는 제각기 다르게 불리기도 하는데 원어로 보면

BLEU AZUR

BLEU PERVENCHE
BLEU DE SAPHIR
BLEU NUIT
BLEU MYOSOTIS

이렇게 됩니다. 우리말로는 위에서부터 터키옥색, 짙은 터키옥색, 사파이어블루(애매하군요), 다크블루, 딥블루 정도가 아닐까 합니다. 참고로 한 샾에서는 아래 그림과 같이 표현하고 있기도 합니다.


이번에 살펴 볼 BLEU DE SAPHIR 즉 문자 그대로 사파이어 블루 혹은 울트라마린 블루(뭐로 불러도 우리말은 아니군요)는 여라 파란 계열의 잉크 중에서 중간 정도의 느낌을 가지고 있다고 보시면 됩니다. 이 색은 파란색이면서도 약간 붉은 느낌도 가지고 있습니다. 그래서 아마 한눈에 보기에는 가장 일반적인 파란색보다는 조금 진한 느낌이 듭니다. 물론 그래도 파란 느낌이 훨씬 강하게 들기 때문에 공공문서에도 문제가 되지 않습니다.




만년필에 파란 계열의 색을 쓰시는 분들은 종종 블루블랙(군청색)이라는 잉크를 쓰시는데 J.Herbin의 잉크 중에는 딥블루가 비교적 그런 느낌이 아닌가 생각이 됩니다.

30mm라는 용량은 일단 꽤 부족합니다. 게다가 가격도 저렴한 편은 아니니 J.Herbin의 잉크에 손이 쉽게 가기는 어렵습니다. 다음에 다룰 오로라의 잉크도 45mm 병잉크가 J.Herbin보다 훨씬 저렴하니까요. 몽블랑의 50mm잉크도 따져보면 J.Herbin보다 저렴하니 이 잉크의 가격이 만만치 않다는 점은 눈치를 채셨을 겁니다. 물론 같은 내용물인데 포장만 다른 까렌다쉬의 경우는 J.Herbin보다 훨씬 비쌉니다..병 디자인 값에 메이커 프리미엄이 단단히 붙은 셈이죠..까렌다쉬 잉크는 선물용이 아니면 정말 사기는 어려울 듯합니다.



아무튼 이 5가지 파란 계열의 색 중에서 저는 사파이어 블루를 사용합니다. 크게 튀지 않는 보편적인 파란 느낌의 색이고 적당한 농도(붉은 끼가 많지는 않은)가 시원시원한 느낌을 주기 때문인데요. 정말 더 시원한 바다 느낌을 원하는 분이라면 터키 옥색이라고 불리는 BLEU AZUR가 제격입니다. 그런데 이 색은 펜에 따라 아예 흐리게 보일 수도 있으니 짙은 터키옥색 그러니까 BLEU PERVENCHE를 쓰시면 '주변에서 흔히 보기 어려운 파란색을 쓰는 사람'이 되실 듯 합니다. ^^

J.Herbin의 잉크는 비록 가격은 만만치 않지만 사용자의 미묘한 감정이나 성격에 따른 색상의 사용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상당히 매력적인 잉크입니다. 천편일률적으로 만년필 잉크는 검정 아니면 파랑이라는 선입견은 이제 버리셔도 좋겠습니다. 26가지의 색상이 어느 하나 비슷하지 않고 차이를 가지고 있으니 적어도 26번의 변화를 줄 수 있다는 의미도 되겠지요.

 

    한편에서 보면 상당히 투박한 병 디자인이다. 옆에 있는 오오라 잉크나 몽블랑 잉크와는 또 다른 느낌이다.
 
    펜을 올려놓을 수 있게 디자인된 병. 다만 여기에는 만년필이 아닌 정통 '펜'을 올려놓아야 어울린다. 
    (만년필의 두께보다 훨씬 얇기도 하다)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