뭔가 안 풀리면 성공기를 읽어라
경기가 어려울 수록 소위 '성공'의 타이틀을 붙인 책들이 많은 인기를 얻는다. 마치 처세술 관련 서적이 인기를 얻는 것과 비슷한 경우라 하겠다. 이번에 읽게 된 '26살, 도전의 증거'를 내가 선택하게 된 것은 '뻔하고 뻔한' 스토리가 아닐 것이라고 생각을 했기 때문이다. 

즉 '일단 마음을 먹고 도전을 했더니 역시나 잘 되더라 그러니 이렇게 해라'는 등 '공부가 제일 쉬웠고 과외 한 번 안 하고 교과서만 봤다'는 식의 책이라면 당장에 거부감이 들었을 텐데 '실력도 배짱도 없이 글로벌 기업을 이룬'이라는 카피에 일단 읽어 보자는 생각을 하게 됐다.


이 책의 주인공인 야마구치 에리코는 일본의 글로벌 기업 중의 하나인 마더 하우스의 사장이다. 1981년 생이니 이제 스물 여덟이다. 하지만 그녀가 회사를 세운 것은 스물 여섯 살이 되던 때다. 우리네 상식으로는 26살의 젊은 아가씨가 회사를 차린다는 것이 잘 이해가 가지 않을 수도 있다. 이것도 어쩌면 일률적인 교육 체계의 틀에 우리들이 너무 익숙해져 있기 때문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뻔한 이야기가 아닌 쓰러지고 또 쓰러진 이야기
그녀가 그렇게 어린 나이에 회사를 차릴 수 있었던 것은 말 그대로 부딪히고 또 부딪힌 결과다. 소심하기 그지 없던 왕따 시절 그리고 왕따를 극복하기 위해 유도를 배우고 공고 출신이면서도 게이오 대학에 진학한 점이나국제기구에서 근무한 점 등은 얼핏 보기에는 대단한 성공기처럼 보인다. 그런데 가만히 그 과정을 돌이켜 보면 처절하다 싶을 정도로 철저하게 자신과 싸운 모습을 볼 수 있다.

"유도가 평생 내 것이 되지 못한다면, 내 마음 속에 그런 생각이 들었다면, 그쪽으로 쳐다보지 않는 것이 좋다. 모든 일이 그렇다. 그 길이 내 길이 아니라는 것을 알면서도 아무 저항 없이 걸어간다는 것은 시간을 낭비하는 것이다"

그녀가 우리에게 전하는 교훈 중에 가장 핵심은 바로 이 문장이 아닐까 한다. 젊은 나이에도 파란만장한 길을 걷게된 그녀의 인생의 바닥에는 이런 생각이 언제나 자리 잡고 있었고 항상 스스로 가장 잘 할 수 있고 해야 하는 일에 온 힘을 다한 것이 그녀가 세상돠 부딪혀 살아가는 방법이었던 것이다.

한 장 한 장 페이지를 넘겨가다보면 성취 이야기보다는 실패와 좌절의 이야기가 더 많이 나온다. 흔히 성공 신화에 나오는 멋드러진 묘사보다 펑펑 울었다는 말이 더 많이 나온다. 아마 그래서 이 책이 더 마음에 와 닿는지도 모르겠다.

창업 이후 개도국에 기여부분 묘사는 아쉬움으로
한 가지 아쉬운 점이라면 그녀가 방글라데시를 가게 된 것이 무늬만 국제구호인 국제기구의 현실을 목격하고 직접 개도국에 찾아가 그들을 돕기 위함이었는데 책에서는 그런 부분에 대한 부각은 많지 않은 점이다. 그리고 현재 그녀가 과연 방글라데시인들을 위해 어떤 일을 하고 있는지도 궁금해하는 분들이 많을텐데 역시 아쉽다.

마더 하우스의 소개글을 보면 "発展途上国におけるアパレル製品及び雑貨の企画・生産・品質指導、同商品の先進国における販売"라고 적혀 있다. 그리고 마더하우스의 미션 즉 목표는 "途上国から世界に通用するブランドをつくる"다. 개도국으로부터 전 세계에 통용될 수 있는 브랜드를 만든다는 말인데 이러한 노력과 그 결과에 대한 소개가 적은 점은 못내 아쉽다. 아무튼  최근의 에리코 씨의 소식이 궁금한 분들은 그녀의 블로그에 올라오고 있는 글들을 읽어보는 것도 좋을 듯 하다.

아무튼 뻔한 성공기들 사이에 몇 안 되는 제대로 된 칠전팔기 스토리여서 자신의 길을 찾지 못 하고 방황하는 젊은이들이나 미래의 진로를 고민하는 청소년들에게 제법 많은 호응을 얻을만한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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