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전을 읽어야 한다는 것에 대해 많은 이들이 공감은 하지만 막상 시간을 내어 고전을 보기는 쉽지가 않다. 21세기 첨단 문명 시대에 논어나 맹자를 읽는 것이 한편에서 보면 꽤나 낭만적인(?) 일이기도 하지만 한편에서 보면 왠지 고루하고 진부해보이기 때문이다. 고전 속에 나오는 말들에 대해서는 공감을 하면서도 막상 책을 펼치기가 쉽지 않은 것도 후자의 영향이 더 강하기 때문일 것 같다.

지하철에서 양복을 입고 단정한 자세로 논어를 읽고 있는 누군가를 발견했을때 우리는 어떤 반응을 보일까? "야 이런 시대에도 고전을 탐독하다니"라며 존경의 눈빛을 보낼 것인가 아니면 "왠 논어?"라며 가볍게 무시해줄 것인가?

특히 젊은 세대라면 고전을 접하기는 더욱 어렵고 손도 가지 않는다. 시아에서 출간한 "지혜의 숲에서 고전을 만나다"는 바쁜 현대인들을 위한 일종의 고전 다이제스트 북이다. 재밌는 것은 이책의 저자는 3-40대의 독자들을 염두에 두고 있다는 점. 적어도 이 세대라면 학창시절 암기용으로라도 고전의 이름 몇 개는 아직 기억하고 있을지도 모르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일단 책은 상당히 딱딱하다. 나름대로 고전에 흥미를 가지고 있는 입장이지만 역시나 한문과 고전 특유의 문체는 말랑말랑한 문체에 길들여진 요즘의 나로서는 술술 읽어내려가기가 어렵다.
하지만 한편 생각해보면 고전이라는 것이 술술 읽어내려가면서 머리에 쏙쏙 들어온다면 그것 또한 문제가 있다.

한 문장을 읽고 그것을 머릿속에서 되새기고 마지막에 가서는 실제 생활에서 그것을 실천에 옮길 때 고전의 진가가 드러난다는 점을 생각하면 이해가 간다. 애초에 독자타깃을 명확하게 해 두었으니 청소년들이 이 책을 읽느라 골머리를 썩힐 것은 전혀 고려치 않고 있다.


무엇보다 이 책의 장점은 논어 한 권을 완벽하게 읽지 않아도 된다는 점이다. 요즘 세상에 논어를 통독할 사람이 얼마나 있겠냐는 저자의 생각이 아닐까 싶지만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혹은 책 이름만 들어보았음직한 고전들에서 발췌한 내용들을 소개하고 있다. 저자도 어느 정도 요즘 세상과 타협을 한 부분이다.

그리고 각 장을 인간관계에 대한 지혜, 사람을 쓰는 지혜, 소박한 일상의 지혜, 상황을 대처하는 지혜, 인생을 위한 지혜, 세상을 현명하게 사는 지혜로 구분해 골라서 읽도록 유도한 점도 저자의 배려가 돋보이는 부분이다. 정말 책 한 권 읽기도 어려울 정도로 바쁘다면 필요한 부분만 골라서 보면 된다.

다만 뭐랄까 고전의 특성을 생각하면 저자의 의도도 어느 정도 공감은 가지만 가볍다는 느낌을 지울 수는 없다. 한 번에 너무 많은 것을 담으려고 한 부작용일까? 다이제스트의 장단점을 그대로 가지고 있는 책이라는 점은 독자들이 사전에 알아두어야할 부분이다. 하지만 어떤 의미에서건 고전은 누군가 입에 떠 먹여주지 않으면 읽기 어렵다는 점에서 이책의 가치가 있다.

"아는 것이 어려운 것이 아니라, 행하는 것이 어렵다'

서경의 문장은 시공을 초월한 지금도 그리고 앞으로도 유효한 문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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