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안 가지 않고 미뤄두었던 둘레길을 걸었다. 걸은 코스는 두 코스 13구간과 14구간이지만 우선 13구간에 대한 이야기를 적고 14구간의 이야기는 며칠 후로 남겨둔다. 둘레길 걷기가 중반을 넘어서 종반에 이를 수록 뭔가 마음속에 아쉬움이 밀려드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물론 나중에라도 다시 걸을 수 있겠지만 지금처럼 전 구간은 하나씩 차례로 걷지는 않을테니 이번 걸음이 처음이자 마지막이라고 생각해서인지도 모르겠다.


13구간 송추마을길은 북한산국립공원의 안내에 따르면 난이도는 '하'이고 전체 거리는 5.3km, 소요시간은 약 2시간 40분이 걸리는 것으로 소개되어 있다.위의 기록을 보면 실제보다 거리가 약간 줄어 있는 것을 볼 수 있는데 길의 중간지점에 대규모 공사가 진행 중이어서 내가 걸은 길이 지정된 경로가 아닌 조금 구간을 단축하는 길이 몇 군데 있었지 않았나 싶다. 전체적으로 고도도 낮은 편이고 평지가 더 많은 구간이라 걷기 수월한 구간이다.


송추마을길은 이전 글에서도 적었지만 충의길에서 그대로 이어진다. -아니 이어진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지난 번에 걷다가 중지한 지점에서 다시 걷기를 시작했다. 아침에 짐을 꾸리며 아이젠을 넣어야 하나 말아야 하나 한참을 고민하다가 일단 넣기로 했는데 나중에 14구간을 걸을 때 제법 도움을 받았다. 겨울산에는 아이젠, 스틱은 필수라고 생각한다. 거기에 장갑 두 벌 정도와 바람막이 하나, 귀마개, 게이터, 바라클라바, 양말, 약간의 음식과 패딩 정도는 가져 가야 하니 배낭이 클 수밖에 없다. 겨울을 제외한 계절에는 여간해서는 배낭을 들고 다니지 않는데 겨울에는 어쩔 수가 없다. 그래도 크기는 딸랑 22리터다. 본격 산행이 아닌 둘레길 걷기인 까닭도 있다. 물론 오늘 저런 것들을 다 들고 간 것은 아니다.


역시나 시작은 밋밋한 도로인지라 이 도로길을 얼마나 더 걸어야 하나 생각도 들었지만 그리 오래 가지 않아 산쪽으로 방향을 잡게 된다. 13구간을 걷는 분들은 구파발 역에서 내린 다음 34번이나 704번을 타고 석굴암 입구에서 하차하면 된다. 전체적으로 바람은 불지 않는 날씨여서 가벼운 복장이었지만 그리 춥다는 느낌은 들지 않았다. 오히려 겨울 산행은 땀과의 싸움이고 옷갈아입기의 부지런함 정도에 따라 버티느냐 아니냐가 정해지기 때문에 전반적으로 손이 많이 가는 편이다.


어느 정도 걷다 보면 위의 이정표를 만나게 되는데 이제 도로를 따라 걷는 일은 별로 없다. 의정부 방향이라고 적혀 있는 표지판을 보니 내가 멀리 오기는 꽤 멀리 왔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둘레길 안내 이정표의 맨 아래에 오봉탐방지원센터가 보인다. 오늘의 하이라이트이기도 한 그곳의 이야기는 한참 아래에 나온다. -하지만 뭔가 기대를 할만한 것은 아니다.-


전형적인 시골의 어느 마을길같은 풍경이 펼쳐진다. 겨울에 접어 들면서 둘레길 사진이 전체적으로 우중충해보이는데 역시 계절이 계절이다보니 눈이라도 없다면 어딜 가나 뭔가 화사한 모습을 발견하기는 쉽지 않다. 그나마 볼 수 있다면 등산객들의 옷이 색깔 정도일까. 하지만 겨울은 다른 계절이 줄 수 없는 나름의 매력이 있다. 


송추마을길에는 제법 많은 군부대들이 있는데.. 생각보다 주변에 묘지가 많아 군부대에 나름 여러 괴담(?)들이 있지 않을까 싶다. 내가 근무했던 부대에도 별별 괴담이 다 있는데 지금 생각나는 건 빨간 부츠 신은 여자아이 이야기 정도다. 아무튼 이 주변의 묘역들은 제법 관리가 잘 되고 있었다. 어느 묘소 근처에는 바로 위에 초소가 있던데 그 초소에 근무하는 병사들에게는 뭔가 이야기들이 제법 많으리라.

이제야 볼 수 있는 것이 송추마을길 진입문이다. 이제까지 송추마을길이라고 알고 걸어왔던 것은 충의길도 송추마을길도 아닌 애매한 구간이었던 셈이다. 이런 부분은 좀 아쉽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는데 워낙 광범위한 지역을 둘레길이라는 하나의 틀로 묶으려다보니 어쩔 수 없는 부분이긴 하지만 중간중간의 안내가 좀 더 치밀하다면 어떨까 싶은 생각도 든다. 


본격적인 송추마을길의 시작이다. 제법 산다운 느낌이 들지만 이 구간은 전체적으로 무난한 구간이다. 딱히 힘들다거나 곤란한 지점도 없고 산책하듯이 천천히 걸어나가면 된다. 오늘은 날씨마저 워낙 흐린 탓에 우중충한 겨울의 분위기가 한 단계 더 업그레이드된 느낌이다. 게다가 오고 가는 사람도 하나 없어 오후에라도 왔었다면 조금은 음산하지 않았을까 싶기도 하다.


제대하신 분들은 이것이 무엇인지 아시지 싶은데 이 구간 내내 이런 표지들이나 진지들을 자주 볼 수 있다. 주변이 거의 다 군부대기 때문이다. 크레모아는 저렇게 글만 보면 사실 별게 아닌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 격발이 되면 참 잔인하기 이를데 없는 무기다. 신교대 교관 시절 저 녀석을 한 번 터뜨려본 적이 있는데 참.. 전쟁이 정말 일어나면 안 되겠다는 생각만 들었었다.


길은 이런 오솔길과 몇 군데의 계단으로 이어져 있다. 여름이나 가을날이었으면 제법 화려한 색상들과 마주치며 정겨운 느낌을 듬뿍 받을 수 있는 그런 길이 아닐까 싶지만 역시 겨울에 만나는 산길이란 지난 시절의 흔적들이 바닥에 짙게 깔린 무언가 다른 시간을 준비하는 잊혀져 가는 시간의 느낌을 간직하고 있어서 쓸쓸한 느낌을 걷는 내내 받을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그것 역시 겨울이 아니면 느낄 수 없는 감정이다.

 

왜 나무는 하늘을 보고 자라는 것일까? 라는 의문을 가져본 적이 있다. 하지만 어디서도 그 답을 얻을 수는 없었는데 굳이 답을 찾으려 하기보다 그것이 자연스러운 것이라고 생각하면 차라리 편하지 않았을까? 우리가 살아가는 하루에도 그런 풀리지 않는 질문들을 수 없이 마주 하는데 그 모든 것들에 대해 다 해결해야겠다고 생각하는 것 자체가 지나친 과욕은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든다. 때로는 있는 그대로를 받아들일 필요도 있다.


이 사진을 보시면 분노(?)할 예비역분이 계실지도 모르겠다. "아니 진지공사를 어떻게 했길래?"라며 말이다. 군인들에게 봄가을 진지공사는 여간 힘든 일이 아닌데 그래도 저 정도면 꽤나 열심히 잘 만든거다. 쓸 데도 사실 없는 것을 왜 힘들여 작업을 하느냐고 할 수도 있지만 이런 것들은 소위 FM 즉 Field Manual이다. 원칙이 있어야 그 원칙에 따른 융통성이 생기는 법이다. 당장은 무익한 듯 해보이지만 결정적일 때 필요한 것이 있다는 말이다.


그리고 만나게 되는 곳이 오봉탐방지원센터다. 내가 오늘 이곳을 벼르고 온 것은 다름 아닌 둘레길 열쇠고리를 받기 위해서이기도 했다. 남은 구간을 올해 안에 완주하기는 일단 어려운데다가 탐방센터들이 어쩐 일인지 내가 가는 날마다 문을 닫고 있어서 이곳은 열었을까?라는 호기심도 한몫 했다. 다행히 이곳은 오늘 영업(?)을 하고 있었다. 문을 열고 들어 서니 인상 좋아 보이는 아저씨 한 분과 묘령의 미모의 처자가 한 분 계셨다. 

나: "스탬프 투어 확인 받으러 왔는데요"

처자: "네~ 다 도셨나요?"

나: "아뇨, 13구간까지만요. 올해 안에 다 못 돌 것 같아서 열쇠고리라도 받으려고요"

아저씨: "에이 하루에 3구간씩 돌면 금방 다 돌텐데 아깝네" 라며 인상 좋은 아저씨는 밖으로 나가셨고 처자와 둘만 남은 상황..

처자: "네~ 사진 보여주세요. 어머! 알아보기 쉽게 정리를 잘 해두셨네요"

나: '제가 정리 하나는 잘 하는지라'라고 생각만...

여기까지는 화기애애하고 괜찮았는데 처자분이 스탬프를 찍다가 잉크가 터져 왼손이 푸른색으로 온통 변색이 된 다음에는 좁디 좁은 그 사무실 안에는 적만만 감돌았다. 

나: "저런, 제가 괜히 많이 가져와서 이런 일이"

처자: ...................

이후 괜히 농담도 꺼냈봤지만 대답 없던 처자분... 잉크라 좀 오래 가겠지만 언젠간 지워지니 너무 상심하지 마세요..


그리고 받아온 열쇠고리다. 별로 대단한 것이 아닐 수도 있겠지만 어느 날 갑자기 북한산둘레길을 걸어야겠다고 생각을 했었고 온전히 내 걸음으로 얻은 것이기에 그 소중함은 남다르지 싶다. 한 구간만 더 걸으면 탁상시계와도 바꿔준다지만 내게는 이것으로 충분하다. 앞으로 남은 구간은 완주할 생각이고 그럴 거라면 완주 기념품이 낫지 않겠냐고 할 수도 있지만 애초에 시작을 그렇게 내 스스로에게 부담을 줄 생각도 없었고 그렇게 되면 주객이 전도되는 셈이어서 열쇠고리면 그것으로 충분하다고 생각했었는데 다행이었다. 배낭에 걸어두면 그럭저럭 어울리지 싶은데 아직 앞 부분의 칠이 마르지 않아 끈적끈적하다. 며칠 숙성시켜두면 나아지겠지.


오봉탐방지원센터 주변으로는 뭔가 큰 공사가 진행 중이다. 주변이 온통 어수선한 느낌인데 무슨 이주단지라 하던데 이곳에 새로 아파트나 그런 것이 들어서는 것인지는 알 길이 없다. 하지만 산 주변으로 자꾸 사람들이 모여 드는 것은 그리 좋아보이지는 않는다. 갈 수록 산이 산으로 조용히 서 있기도 힘들어진다.


다시 만나게 되는 도로. 여기는 국립공원 주차장이 있는 곳인데 이곳에서 등산로가 시작되기 때문에 제법 큼지막하게 만들어 두었다. 역시 평일이어서 한산한 모습이다. 겨울 산행은 확실히 손이 많이 간다. 양손에 든 스틱에 카메라에 장갑까지... 카톡이라도 오면 멈춰서 장갑 벗고 확인하고 해야 하니 부산스럽다. 게다가 옷도 땀이 나면 벗고 추워지면 입고를 꾸준히 반복해야 하니 가장 부지런히 움직여야하는 산행이 겨울산행이 아닐까.


군부대 앞에 저렇게 둘레길이라고 표시를 해 둔 것이 왠지 귀여운 느낌도 든다. 이 지점까지 오면 선택을 해야 한다. 더 진행을 해서 다음 14구간에 진입할 것인지 아니면 왼쪽으로 가 버스를 탈 것인지 말이다. 14구간은 난이도가 '상'이다. 북한산둘레길에서 난이도가 '상'인 구간은 단 세 곳뿐이다. 그곳 중의 한 곳이 바로 다음 구간이니 생각을 잘 해야 한다. 특히 겨울산에 과욕은 금물이다. 


멀리 사패산을 바라보면서 걷다 보면 13구간도 어느새 막바지에 접어 든다. 교통표지판에 의정부, 구리가 보이는 것을 보니 서울의 오른쪽으로 제법 많이 이동한 모양이다. 처음 서울의 동쪽 끄트머리에서 시작한 둘레길 걷기가 다시 원점으로 서서히 돌아가는 것을 느낄 수 있다. 문득 마지막 구간인 우이령길은 어디에서 시작하는 것이 좋을까 생각도 해 본다.


계절은 겨울이지만 날이 계곡을 따라 흐르는 물은 맑고 투명하기만 하다. 여기까지 오면 전체적인 기온이 조금 내려가는 것을 느낄 수 있는데 점점 산의 품으로 들어가고 있기 때문이다. 이제 오르막을 따라 조금 걸으면 14구간 산너미길의 시작이다. 두 구간을 모두 걸었지만 이번 포스팅은 13구간만으로 마무리한다.

오늘 걷기는 전반적으로 겨울 산행을 위한 예행연습 같은 느낌으로 준비도 했고 그렇게 움직여보는데 의미를 두었다. 평소 들지 않던 스틱도 들고 교과서대로 사용도 해보고(덕분에 손목이..;) 아이젠도 수시로 채웠다 풀었다 해 주고 배낭도 동계용으로 꾸려서 다녀봤는데 역시 다른 계절에 비해 정말 손이 많이 간다. 가장 문제는 몸에서 흐르는 땀과 바깥의 기온과의 차이인데 이 부분을 어떻게 관리하느냐가 동계 산행에서는 가장 중요한 요소가 아닐까 싶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것은 무리하지 말 것이다. 산은 언제나 그 자리에 있으니 오늘 오르지 못 하면 내일 오르면 그만이다. 죽기 살기로 매달리다가 정말 죽을 수도 있는 것이 겨울산이다.


Panasonic LX5


순례길은 독립유공자 묘역과 4.19묘역이 공존하는 구간입니다. 제 경우는 1구간 소나무숲길에서 바로 이어서 2구간으로 접어들었는데 2구간부터 걸으실 분들은 수유역 3번(공사중)출구에서 120번이나 153번을 타고 덕성여대 입구에서 내린 다음 길을 건너시면 됩니다.

순례길 구간은 1구간보다 짧습니다. 그러나 소요시간은 조금 더 걸립니다. 아래 사진을 보시면 이해가 가실텐데요. 소나무숲길이 주로 평탄한 길이었던 것에 비해 순례길은 다양한 계단과 언덕, 내리막이 함께 하고 있어 걸음속도가 조금 늦어지게 됩니다.

전체 동선은 위 그림과 같습니다. 이 구간은 아래 사진으로 보시겠지만 1구간에 비해 조금 더 산다운 느낌이랄까요. 계곡도 통과하고 등산로의 전형적인 계단도 오르내리기 때문에 제법 산을 타는 분위기가 납니다. 물론 크게 어려운 구간은 아니니 걱정하실 필요는 없습니다.

2구간의 시작. 순례길 입구입니다. 1구간을 마치고 조금 걸어내려가면 입구를 볼 수 있습니다. 1구간을 들어설 때는 널찍한 느낌이었는데 순례길은 문 뒤로 계단이 보입니다. 제법 길어보입니다.

입구를 조금 지나니 쭉 뻗은 계단이 보입니다. 처음엔 저 계단을 보고 예전에 설악산 대청봉을 오를 때 기억이 문득 들더군요. 물론 설악산의 계단과 비할 정도는 아닙니다. 간단히 다리 근육 좀 풀어주고 천천히 오르면 됩니다. 

계단을 오르나 싶더니 바로 내리막입니다. 2구간은 이런 길들이 많습니다. 오르락내리락하는 모양새인데 크게 힘들지는 않지만 무릎에 부담이 갈 수 있으니 천천히 걸으면 되겠습니다. 이정표를 보면 오른쪽은 이제까지 온 우이동길이고 왼쪽이 정릉동을 향한 길입니다. 왼쪽으로 가면 됩니다. 정릉은 제가 초등학교때까지 살던 곳이기도 하지요.

이렇게 탁 트인 대로도 나옵니다. 2구간은 북한산의 산줄기에 조금 더 가까운 구간인데 이런 넓은 길을 만나면 제법 시원한 느낌이 들죠. 평일이어서 오고가는 분들이 거의 없다보니 이런 사진도 나옵니다.

넓은 길을 지나 다시 좁은 길을 따라 올라가면 4.19묘역과 만나게 됩니다. 2구간에서 볼 수 있는 가장 넓은 풍경입니다. 순례길에서 볼 수 있는 4.19묘역은 거의 이 각도가 대부분인데 전망대의 위치와 구조 자체가 그렇게 되어 있습니다. 전망대엔 의자도 있으니 잠시 쉬어가도 좋겠네요.

4.19묘역을 지나 다시 오르막 계단과 만나게 됩니다. 등산로도 우측통행이니 유의하셔서 걸어가시면 됩니다. 아마 주말에는 제법 많은 분들이 오고갈텐데 등산 예절을 지키는 것이 서로 편한 둘레길 걷기가 아닐까 합니다.

다시 이정표와 만나는 곳. 보광사라는 제법 큰 사찰을 오른쪽으로 바라보며 길은 계속 이어집니다. 제법 걸은 거 같은데 이제 400미터 전진했네요. 진행속도는 더디지만 길 자체가 주는 변화들이 많아 지루하지 않게 걸을 수 있습니다.

주의하실 부분이 바로 멧돼지입니다. 설마 하고 다니긴 하는데 분명히 나오긴 나온다네요. 대처요령을 잘 읽어 보고 행동하면 되겠습니다 (그러나 막상 정면에서 마주치면 저대로 할지는 의문입니다만..) 아무튼 어떤 동물이건 마주치면 뒤를 보이는 것은 위험합니다. 

맷돼지가 나올까..생각하고 걷다보면 어느새 마주치는 또 다른 이정표. 2구간의 종료지점엔 북한산 둘레길 탐방안내센터가 있습니다. 그러니까 앞으로 1.1km정도를 더 간다고 생각하면 됩니다.

대부분의 길이 이렇게 잘 닦여 있지만 가끔 길이 없어지는듯한 구간도 있고 좌우로 길이 나 있어 어디로 가야할지 잠시 헷갈리는 구간도 나옵니다. 주말이라면 다른 사람들을 보고 가면 되지만 이렇게 아무도 없는 길을 갈 때는 조금 애매하더군요.

2구간 순례길은 앞서 적은 것처럼 좀 더 산다운 느낌이 듭니다. 다리 아래로 작은 계곡이 펼쳐져 있는데 물이 정말 맑고 송사리들도 제법 많이 살고 있었습니다. 한여름에는 분명히 뛰어드는 분들도 계실 듯한데...벌금 30만원입니다..

작은 계곡 모습입니다. 물은 그리 많지 않지만 물 흐르는 소리를 들을 수 있고 정말 맑은 물을 볼 수 있습니다.

계곡을 감상하면서 천천히 다리를 건너면 됩니다. 순례길을 걷는 동안 가장 오래 머문 장소가 이 다리였네요.

이제 좀 북한산에 온 것 같은 느낌이 드네요. 북한산 등반로 중 무난한 등반로로 꼽히는 진달래능선 진입로가 오른쪽에 있습니다. 순례길이라는 이름에 걸맞게 여러 묘역들도 보이고요. 내친 김에 북한산을 올라가 볼까 싶었는데 시간이 애매해서 둘레길만 완주하기로 했습니다. 집이 목동인지라 오고가는 시간만 4시간이 걸리니 무리였죠.

조금 더 나아가면 바로 순례길의 종착점입니다. 이 문을 나서면 큰 도로가 펼쳐지는데 이제까지 걸어온 길하고 너무 상반되는 모습이라 적응이 안 되기도 합니다. 저 멀리에 통일연구원이 보이는데 3구간은 저곳으로 이동하면서부터 시작됩니다. 아마 다음 주 포스팅에서 보실 수 있을 거 같네요.

출구를 나온 상태에서 그대로 100미터 정도 아래로 내려가면 둘레길 탐방안내센터가 있습니다. 인증샷을 찍은 분들은 이곳에 가셔서 스탬프를 찍으시면 됩니다. 센터에는 쉬어 갈 수 있는 공간이 넉넉하니 땀 좀 식히고 귀가하시면 되겠습니다. 센터를 나와 다시 위로 올라가면 마을버스 정류장이 있고 그 버스를 타면 수유역으로 이동하게 됩니다.

2구간은 전체적으로 산다운 느낌이 들고 등산을 한다는 분위기를 느낄 수 있는 구간이었습니다. 각각의 구간별로 그 특색을 잘 살리고 있는 점은 상당한 장점이지 싶네요. 다음 주에는 3구간과 4구간을 예상하고 있는데 하루에 두 구간씩 나아가는게 장점보다는 단점이 많아 보여서 3구간만 갈까 생각 중입니다.


북한산은 예전에 일주일에 한 번씩 꼬박 올라가곤 했었는데 둘레길은 걸어본 적이 없어 이번에 전체 코스를 완주해보자 생각했습니다. 둘레길은 전체 길이가 71.8km에 이르고 전체 21구간으로 이루어져 있는데요. 일주일에 한 구간씩만 생각해도 5개월이 걸리는 대장정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물론 짧은 구간은 하루에 여러 구간을 갈 수도 있겠지만 그러면 걷는다는 의미가 많이 퇴색되겠죠. 

1구간은 소나무숲길이라 불리는데 국립공원측에서 밝히는 자료에 의하면 3.1km에 소요시간은 1시간 30분 정도 난이도는 낮은 편에 속합니다. 소요시간은 어르신들을 기준으로 한 것이어서 1km를 30분에 가는 것으로 정한 것이라고 합니다. 오늘 걸은 구간은 1,2구간인데 이번 포스팅에서는 1구간 소나무숲길만 가보도록 하겠습니다.

우선 북한산둘레길을 1구간부터 가보고 싶으신 분은 지하철 4호선 수유역에서 3번 출구(2012년 5월 8일 현재 공사중이라 4번으로 나가셔서 돌아가시면 됩니다)로 나간 다음 120번이나 153번을 타고 종점까지 가시면 됩니다. 종점에서 아래로 조금 내려오면 왼쪽으로 들어가는 길이 보이는데 둘레길이라고 표지판이 크게 있는 것이 아니니 잘 살펴보시기 바랍니다. 

제가 간 길을 트래킹한 지도인데요. 맨위에 삼양교통이라고 보이는 곳에서 조금 내려와 왼쪽으로 가면 됩니다. 이렇게 가면 실제 거리는 3.1km보다 더 됩니다. 2구간 출발점까지 하면 대략 4km정도가 된다고 여유있게 생각하시면 됩니다. 그럼 본격적으로 길을 가보도록 할까요.

둘레길로 가는 그리고 둘레길을 걷는 동안 가장 많이 보게될 이정표입니다. 둘레길 자체가 거주지를 관통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중간에 이정표는 필수입니다. 거주지를 지나간다는 것이 둘레길이라는 이름에 비춰 일관성이 없다고 생각하실 수도 있지만 한편에서는 중간중간 쉬어갈 수 있는 여지가 많은 것이니 그 나름의 특색이 아닐까 합니다.

본격적으로 둘레길에 접어들기 전 지나가는 길인데 이길도 제법 괜찮습니다. 길을 따라 죽 걸어가면 됩니다. 직접 가보시면 아시겠지만 표시목들이 워낙 많아 길을 잃을 염려는 없습니다. 물론 간혹 헷갈리는 길도 있기는 합니다. 

표시목이 나왔네요. 앞으로 자주 등장하는 요긴한 안내판입니다. 나무에 가능한 손상을 주지 않도록 잘 매달아두고 있습니다. 이제 둘레길의 시작이지만 1,2 구간을 다녀온 후 드는 생각은 제법 투자를 많이 했다는 것입니다. 단지 비용의 투자만이 아니라 생각을 하고 길을 만들었다는 것이죠. 물론 이 부분은 남아있는 19구간이 모두 완결되면 다시 생각해볼 문제입니다.

조금 걸어가다 보면 어느새 산 속에 들어온 듯한 느낌도 듭니다. 중간중간 민가(?)가 불쑥 나와서 분위기가 바뀌기도 합니다만... 

길을 걷는다는 것처럼 자기 자신과 솔직하게 마주치는 순간도 없지 싶습니다. 물론 우리는 매일매일 걷고는 있지만 그 걸음걸음 자체가 목적이 된 경우는 그리 많지 않을 겁니다. 걷기 위해 걸어본 적이 얼마나 되시는지요?

여기서부터가 북한산둘레길의 시작입니다. 처음 출발지에서 제법 오래 걷습니다. 주변에는 주택가가 있고 상점은 보이지 않으니 음료수나 기타 준비물은 미리 챙기시면 좋겠습니다. 이제 이곳을 통과하면 21구간의 긴 여정이 시작되는 것이죠. 

1구간 소나무숲길은 무난한 길입니다. 특별히 험하거나 그렇지도 않고 특별히 화려하거나 그런 느낌도 들지 않는 조금은 무채색의 느낌을 주는 길이랄까요. 앞으로 걸어가야 할 여러 길들을 위한 준비운동을 한다고 생각하면 좋을 듯 합니다. 

대부분의 길은 흙으로 되어 있습니다. 경사가 심하진 않지만 미끄러질 수도 있으니 조심하셔야 합니다. 등산장비는 크게 필요없어 보이지만 등산화는 신는 것이 좋습니다. 햇살이 제법 내리 쬐니 모자와 수건 정도 준비하면 되겠습니다. 등산스틱은 어떠냐..이건 좀 생각을 해봐야겠는데 1구간에서는 크게 필요치는 않아보입니다. 그러나 무릎이 좋지 않은 분이라면 휴대하시길 권합니다.

위 사진의 오른쪽에 보이는 돌(?)은 등산을 자주 하시는 분들은 익숙하실텐데요. 중간에 보면 현위치번호가 보입니다. 구간을 진행할 수록 이 숫자가 늘어나게 되지요. 혹 걷기 중에 어려움이 생기면 적혀 있는 전화번호로 연락을 하면 됩니다. 사진으로 한장 찍어두면 요긴하겠네요.

인원수를 세는 게이트를 통과해 쭉 뻗은 길을 천천히 걸으면 됩니다. 5월의 화사함이 그대로 묻어 나는 그런 차분한 풍경이 펼쳐지는 곳이 이곳 1구간입니다. 아무래도 평일이다보니 사람의 왕래가 적어 조용한 속에서 이런 생각 저런 생각을 하면서 걸을 수 있었습니다.

조금 걷다보면 등장하는 이것! 국립공원측에서 둘레길 걷기를 활성화시키기 위해 일종의 실적제(?)를 도입한 것인데요. 21구간의 곳곳에 있는 포토포인트에서 인증샷을 찍어 오면 나중에 선물을 주는 이벤트입니다. 선착순인지라 선물이 남아있을지는 모르겠네요.

안내소에서 받을 수 있는 이 책자인데(직원분 말씀으로는 이제 얼마 안 남았다고 합니다.) 위의 포토포인트에서 인증샷을 찍어 가면 안내소에서 확인 도장을 찍어 줍니다. 직원분들이 사진을 꼼꼼하게 확인하더군요. 본인이 맞는지 정확한 장소를 방문했는지 확인합니다.

1구간 소나무숲길은 처음부터 끝나는 지점까지 이런 길들을 자주 볼 수 있습니다. 편안한 느낌으로 천천히 주변의 경치를 보면서 걸으면 되는 그런 길입니다. 

거리만 생각하면 2구간보다 길지만 실제로 이동하는 시간은 2구간보다 적게 걸립니다. 대신 버스정류장에서 1구간 출발점으로 가는 시간이 조금 되니 전체적으로는 비슷하겠네요. 이후 포스팅에서 2구간을 보시겠지만 1구간은 전체적으로 수월한 길입니다. '여기가 둘레길이구나..' 생각하며 여기저기 둘러보다보면 벌써 구간종료점에 다다르게 됩니다. 

둘레길을 어느 계절에 가는 것이 좋을까 생각을 해봅니다. 입하가 막 지난 시점에 시작한 장정인지라 한여름에 마무리가 될 것 같은데.. 아마 겨울에 같은 코스를 한 번 더 오지 않을까..싶습니다. 그때는 또 다른 느낌으로 이 산과 길을 만날 수 있겠지요..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