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복궁을 자주 찾는 것은 고즈넉함과 그 안에서 느낄 수 있는 평화로움이 아닐까 싶다. 삶의 각박함 속에서 평화를 찾을 수 있다는 것은 참 다행스러운 일인데 각자 개인이 그 평화를 찾는 방법은 여러가지가 있겠지만 도시적인 느낌이 적은 공간을 찾아 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지 싶다.


꽤 오래 전..아마 10년은 더 된 필름 스캔이다. 디지털과 달리 필름은 시간이 지나면 색이 바란다. 아날로그란 그런 것이다. 수치화되어 0아니면 1, 이런 식으로 딱딱 끊어져서 변하는 것이 아니라 물흐르듯이 점점 퇴색되어 간다. 그것이 세월이고 시간과는 다른 흐름이다.


소위 쨍하고 또렷한 사진이야 얼마든지 만들 수 있지만 흐릿하고 원래 무슨 색이었는지조차 알 수 없는 사진은 오로지 세월에 의해서만 만들어진다. 물론 이것도 디지털 보정을 통해 가능하겠지만 자연스레 세월 속에 녹아난 감성과 감정을 숫자로 표현하는데는 분명 한계가 있지 싶다.


필름카메라를 쓰던 시절에는 촬영을 하고 돌아와 현상을 맡기고 슬라이드를 찾아 루페로 들여다보고 또 집에 돌아와 필름스캐너를 이용해 스캔을 하던 조금은 번거로운(?) 작업들을 하는 것이 보통이었다. 지금은 필름스캐너가 없어 이전 슬라이드들을 하늘에 비춰 볼 수밖에 없다. 물론 외부 업체에 스캔을 맡기면 되지만 당시 스캔해 둔 이미지들이 그래도 적지 않으니 이 정도면 충분하지 싶다.

당시는 경회루를 개방하지 않아 먼 발치에서 바라보는 것이 전부였지만 이제는 개방이 되어 안에 들어가 볼 수 있게 됐다. 올해는 4월부터 개방이니 한 번 들러보는 것도 괜찮지 싶다. 그러고보면 서울 안에서도 이곳저곳 찾아보면 제법 운치 있는 공간들을 많이 발견할 수 있다. 무조건 멀리만 가려 하지 말고 주변에 놓친 곳들은 없는지 살펴보는 것은 어떨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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