헨리 데이비드 소로우의 '월든'은 쓰여진 시기가 제법 오래된 책임에도 오늘날을 살아가는 현대인에게도 많은 생각거리들을 던져줍니다. 무엇보다 소로우는 자연주의적인 사상을 통해 문명사회에 대한 거침없는 비판을 하고 있습니다. 문체나 시대적인 상황이 근대이기 때문에 읽어나가는 것이 그리 수월하지는 않지만 한 문장 한 문장을 되새김질하고 읽어나가다 보면 공감하게 되는 부분이 상당히 많습니다.

사실 오늘날의 인간들, 아니 유사 이래 인간들은 스스로의 한계를 넘어선 부와 명예에 대한 욕망으로 가득차 있죠. 유한한 생명을 가진 존재이기에 오히려 살아있는동안 더 많은 물질적인 것들에 집착하는 것인지도 모르겠지만 결국은 부질없는 것이죠. 물론 살아가는 시간을 열심히 일하고 그것을 통해 부를 축적한다는 것이 무의미하다는 것은 아닙니다. 다만 지나친 욕망의 결과 오히려 정신적인 황폐함을 불러일으킬 수도 있다는 점을 우리네들은 너무 간과하고 있는 것입니다.


사람이 소박한 생활을 하며 자신이 직접 가꾼 농작물만을 먹되 필요한 만큼만을 가꾸며, 또한 거둬들인 농작물을 호사스러운 기호 식품과 바꾸려 들지 않는다면 단지 몇 '라드'의 땅만 일구어도 충분히 먹고 살 수 있다는 것.

소로우, '월든', 이레, 2007,  p81.

위 문장은 소로우가 인간 세상을 바라보는 시각을 압축해서 보여주고 있습니다. 사실 사람이 살아가는동안 무엇을 추구해야할 것인지는 철학의 원천적인 주제 중의 하나이고 사춘기 청소년들은 물론 80이 넘게 생을 살아온 사람도 풀기 어려운 난제 중의 하나입니다. 소로우는 다분히 안분지족적인 삶의 모습을 인간들에게 제시하고 있는데 이를 쉽게 받아들이기는 한편에서는 쉽지 않은 일이기도 합니다.

어차피 한 번뿐인 인생인데 과연 소로우가 이야기한대로 안분지족의 자세로 '철학자'의 삶을 사는 것이 바람직할 것인가 아니면 이왕 사는 거 화끈하게 하고 싶은 일 다 하면서 사는 것이 바람직할 것인가는 어떤 쪽이 더 나은 것이라고 단정지어 이야기하기 어렵습니다. 여기에는 개개인이 생각하는 가치관이 반영되기 때문이죠. 다만 월든을 통해 우리가 얻을 수 있는 것은 지나침에 대한 자기반성이 아닐까 생각을 해봅니다.

"무덤까지 가지고 가지 못할 것은 끌어안지 않으려고 한다"는 대사도 이런 면에서 일맥상통하는 부분이 있는 것이 아닐까 합니다. 물론 지나친 회의주의는 일상을 살아가는데 큰 도움은 되지 않습니다만

아무튼 '월든'은 날로 각박해져가는 인생 그리고 욕망덩어리로 가득 찬 인생에 적나라한 경고를 던지고 있습니다. 문장 자체가 어떻게보면 과격하다 싶을 정도인 부분도 있지만 가끔 인생을 돌아보고 싶을 때 혹은 스스로의 삶을 한 번 정리해보고 싶을 때 훌륭한 지침서가 될만한 책이라고 생각이 됩니다.


불필요한 삶의 열매는 사치일 뿐이다.


ibid, p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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