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뇌과학 여행자

김종성 저
사이언스북스 | 2011년 0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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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금만 더 말랑했더라면 아주 좋았을지도 모르겠다.


 

"저 사람은 머릿속이 어떻게 생겼길래?" 라는 이야기를 우리는 일상에서도 쉽게 한다. 누군가 기발한 생각을 하거나 혹은 아주 황당한 생각을 할 때 주로 이런 말을 하는데 무언가 우리와 다른 "천재"들을 보면 그네들의 머릿속 이야기가 궁금해진다.
 
아인슈타인의 뇌가 현재 보존되어 있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는데 아마도 역사상 수 많은 천재 혹은 악당(?)들의 뇌가 지금도 세계 어딘가에서 보존되어 연구되고 있을지도 모를 일이다.
 
이책은 그런 면에서 일단 기발하다. 신경과 전문의라는 직업을 가진 그러니까 '뇌'를 다루는 것이 직업인 저자가 천재들의 뇌를 분석하고 있기 때문이다. 물론 저자가 그들의 실제 '뇌'를 해부하는 것은 아니다.
 
뇌의 질환을 가지고 있던 천재들을 다루고 있다는 표현이 더 어울린다. 여러 명의 천재들의 뇌질환을 살펴보면서 어떤 증상이 누구에게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를 추적하고 있다. 평소에는 좀처럼 접하기 어려운 내용임에 틀림이 없다.
 
특히 내 관심을 끈 것은 도스토예프스키의 간질 부분이었다. 그의 간질은 꽤나 특이한 증상을 보였는데 일종의 '환희'증상이 나타났다고 한다. 물론 대부분의 경우는 고통이 더 많았지만 가끔 찾아오는 그 '환희'가 그에게 있어서는 일상의 우울과 고통을 이겨내는 한 자극제로도 활용된 모양이다. 이외에도 편두통에 시달린 아폴리네르, 수면장애에 빠진 세르반테스라던가 파킨슨 병이 있었던 히틀러도 흥미 있는 부분이었다.
 
책 한 권에 담고 싶은 이야기는 많고 지면은 한정되다 보니 어떤 인물의 경우는 '그래서 어떤 것이 결론인가?'라는 의문은 여전히 남았는데 차라리 몇 명의 인물만 집중적으로 다루었으면 어땠을까 싶기도 하지만 상업성을 고려할 수밖에 없는 출판의 특성 상 그 점은 다음 저서를 기대해본다.
 
역사상 유명한 인물들의 질환 특히 뇌 관련 질환들을 그 인물들의 작품들과 연관 지어 다루고 있다는 점은 책 속에 쉽게 빠지게 하는 유쾌한 자극이었다. 다만 아쉬운 것은 저자 나름대로 최대한 전문적인 용어를 줄이려고 노력한 흔적이 보이지만 가끔 그런 의식을 잊었는지 비전문가가 읽기에는 어려운 단어와 설명들이 군데군데 드러났고 조금은 현학적인 표현들이 등장하는 점도 아쉬웠다.
 
물론 다방면의 지식을 가지고 있는 점이나 신경과 전문의로서 나름의 능력을 가지고 있는 것은 사실이겠지만 굳이 독자들에게 자랑 아닌 자랑을 하는 듯한 모습은 책 전체의 흐름을 깨는 요소라는 생각이 든다.
 
아무튼 이책은 재미있다. 주제도 재미있고 저자가 글을 풀어가는 방식도 재미있다. 우리가 이제까지 단편적으로 접했던(일반적으로 우리가 알고 있던) 인물들의 또 다른 면을 알 수있게 된 점은 상당히 큰 수확이다. 물론 그렇다고 모든 위인들이 뇌질환을 앓고 있었던 것은 아니니 오해는 하지 말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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