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을 시작하면 카메라 바디와 렌즈 가격에 놀라기도 하지만 부수 기자재들의 가격에 한 번 더 놀라게되지요. 그래서 카메라가 아닌 기타 장비들은 그냥 저렴한 제품을 선택하는 경우도 종종 있습니다. 전에 동호회 게시판에도 적었는데 제 생각으로는 가방과 필터는 가능하면 좋은 것을 쓰는 것이 낫다는 입장입니다. 특히 가방의 경우는 출사를 나가 카메라 등의 장비를 원천적으로 보호하는 유일한 수단이기 때문에 과감하게 고급 제품을 사라고 이야기하곤 합니다. 전적으로 개인적인 경험에서 나온 생각이니 반론의 여지는 물론 충분히 있습니다.

저도 가방은 제법 많이 바꾼 편인데 아무래도 실용성보다 외관이나 겉멋에 흔들렸기 때문인데 그렇게 바꾼 가방만 제법 됩니다. 가방을 고르는 제일 좋은 방법은 일단 마음에 든 가방을 사용 중인 다른 사람의 리뷰를 보거나 하루 정도 빌려서 직접 출사를 나가보는 것인데 사실 다른 이들이 좋다는 가방도 자기 스타일에 안 맞으면 쓰기가 어렵기 때문에 직접 들고 다녀보는 것이 제일 좋습니다.

제가 지금 쓰는 가방은 빌링햄의 하들리프로와 돔케의 F-2인데 하들리 이야기를 먼저 해보고자 합니다. 요즘은 하들리의 재질이 바뀌어서 파이버나이트라는 이름으로 팔리는 데 2005년에 구입한 제 가방과는 많이 달라보입니다. 하들리의 장점은 역시 외관상 카메라 가방같지 않다는 점이고 카메라 가방의 본연의 역할인 카메라의 보호에 충실하다는 점입니다. 단점은 늘 나오는 이야기지만 가격이 제법 비싸다는 점(악세사리의 경우는 더하죠)입니다.


요즘은 재질이 바뀌어서 판매 중인 하들리프로(출처: 필름나라)


하들리로 정착한 이후 3년간을 가방에 대한 아쉬움없이 지낸 걸 보면 이 가방에 대한 만족도가 제법 높다는 생각이 드네요. 겉보기에는 작아보이지만 왠만한 가방 이상의 수납능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다만 꽉꽉 채울 경우에는 어깨에 부담이 꽤 심한 편입니다. 별도로 판매하는 어깨패드는 필수라고 할 수 있는 데 가방 가격의 4분의 1이나 되는 무지막지한 가격이라 부담이 크긴 합니다.


다른 실용적이고 튼튼한 가방들도 많은데 굳이 하들리를 살 필요가 있느냐고 하실 분들도 계실 듯합니다. 어떻게 보면 돈 낭비일 수도 있지만 장비를 바라보는 시각의 차이가 아닐까 합니다. 오래된 수제 가방에 대한 막연한 동경 같은 것이 있는지도 모르겠습니다만 결국 전통과 그에 대한 향수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출퇴근 시나 간단한 출사(1바디 1렌즈)시엔는 기동성 면에서도 그렇고 상당히 유용한 가방인 것은 틀림없지만 원거리 출사나 장비가 좀 많아지만 아무래도 실용성 면에서 크게 떨어지는 점은 부인할 수 없습니다. 무엇보다 한쪽 어깨에 실리는 부담이 큰데 빌링햄의 어깨패드보다는 돔케의 어깨패드를 추천합니다.

본격적인 출사 시에는 아무래도 돔케의 F-2를 따라올만한 가방은 없는 것 같습니다. 돔케 이야기는 다음에 다시하기로 하죠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