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기자 생활을 한참 할 때 내가 주로 담당했던 분야는 운영체제였다. 덕분에 MS로 출퇴근하는 일도 많았고 이제까지 정품 윈도만을 꾸준히 써올 수 있는 혜택(?)을 받기도 했다. 윈도의 새 버전이 나올 때마다 알파버전, 베타버전, RC, RTM 그리고 최종 출시 버전까지 수시로 설치, 재설치를 반복하면서 글을 써야했으니 한편으로 보면 지루한 작업이지만 그래도 꽤나 즐겁게 일을 했던 것같다.

윈도가 본격적인 GUI를 채택한 이래 비스타는 어쩌면 가장 큰 변화를 시도하고 있는 지도 모르겠다. 에어로 UI라는 독특한 (하지만 전혀 새롭지는 않은) 인터페이스를 채택하면서 많은 사용자들의 관심을 모으고 있고 3D인터페이스를 채택한 탓에 그 기능을 제대로 쓰기 위해서 하드웨어를 업그레이드해야 하는 사용자들이 많아 지면서 관련 업계의 매출 확대에 기여할 것이라는 예측도 나오기도 했다. 물론 복잡하고 (비판론자의 시각에 의하면) 리소스를 많이 잡아 먹는 비스타를 쓰는 것보다 리눅스를 사용하는 것이 낫다는 입장도 있다.

아무튼 비스타를 설치하고 3일 정도 사용해본 소감은 '비교적 괜찮다'는 것이다. 에어로 UI는 처음에는 독특하게 느껴지지만 며칠 지나면 금세 익숙해지고 나중에는 에어로를 채택하지 않은 PC가 어색하게 느껴질 정도니 어느 정도의 중독성은 가지고 있는 것같기도 하다. 하드웨어 부분은 일단 업그레이드가 필요하다는 견해에 찬성이다. 집에 있는 PC는 무난하게 돌아가는 에어로지만 회사 PC에서는 그래픽 카드 자격 미달로 작동 불가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사무실 PC의 한계상 그래픽 카드 점수가 최저로 나왔고 에어로 UI의 제 기능을 사용하기는 어려웠다

그밖에 인터페이스가 기존의 XP에 비해 바뀐 구석들이 있지만 어차피 초기 적응은 누구나 거쳐가는 과정이니까 별 다른 언급은 하지 않겠다. 그리고 이미 여러 전문 리뷰어들이 비스타의 주요 기능에 대해 언급을 했으니 내가 여기서 다시 이런 기능은 어떻고 저런 기능은 어떻고 말하는 것은 별 의미가 없을 듯하다. 순수하게 일반 사용자의 입장에서 보면 비스타는 쓸만한 운영체제다 -다만 이것이 굳이 기존의 XP를 버리고 건너갈만큼 탁월하다고 생각되지는 않는다- 하드웨어적인 부담은 시간이 지나면서 해결될 문제고 XP가 그랬던 것처럼 아니 윈도의 역사가 그랬던 것처럼 불법으로 복제된 비스타가 많은 사람들의 기본 운영체제로 쓰일 것은 누구나 예상할 수 있는 일이다.

기업용 버전만 출시되어 있는 현 시점에서야 기능이 어떻고 가격이 어떻고 이야기를 하지만 처음 XP가 등장했을 때에도 지금과 다를 바 없는 논쟁들이 있었고 결국은 대부분의 사용자들이 XP를 사용하고 있는 것처럼 비스타 역시 '대안'이 존재하지 않는 운영체제 시장의 현재 모습을 볼 때 늦어도 올 하반기에는 대다수의 PC에 자리를 잡고 앉아 기본 운영체제라는 타이틀을 달고 있을 지도 모를 일이다. MS가 해 오고 있는 서비스팩에 대한 지원을 중단하는 식으로 구버전의 사용을 점차 줄일 것도 분명한 일이고 보면 그렇게 무모한 추측은 아니지 싶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휴지통 아이콘을 이제 사라지게 할 수 있다면 특별한 기능일까?

아무튼 새로운 완성형 PC를 구입하는 경우 이미 설치되어 있는 비스타를 사용하지 않으면 안 되는 상황에서의 비스타는 최선의 선택이지만 XP에 길들여진 사용자들의 마음을 사로잡기에는 뭔가 빠진 듯한 느낌을 지울 수 없다.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