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8년 서울 올림픽이 아니었다면 아마 우리나라가 세계에 지금처럼 알려지지는 못 했을 것입니다. 영국 같은 나라에서는 올림픽을 보고나서야 많은 사람들이 대한민국이라는 나라가 있는 것을 알았다고 하니 그동안 우리나라의 존재가 세계사적으로 얼마나 미미했을까 하는 생각을 해봅니다. 푸른숲에서 출간된 "세계의 교과서 한국을 말하다"는 그런 의미에서 상당히 직설적입니다. 교과서라고 하는 것은 교육의 근간이 되는 자료인데 이를 통해 어린 학생들의 역사관이나 세계관이 정립된다는 점을 생각한다면 그 중요성은 상당히 크다고 할 수 있습니다.




아무리 현대가 지구촌 시대라고 해도 사실 당장 내 나라에서 벌어지는 일들도 모두 알기가 어려운데 굳이 나라의 일까지 알기는 더욱 어려운 일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학교에서 배우는 교과서의 내용이 어쩌면 한 사람이 평생 가지고 갈 지식의 전부가 될 수도 있는 것입니다. 이책은 그런 점에 착안하고 있다는 점이 우선 특별합니다. 전 세계의 40여 개국의 500가지가 넘는 교과서를 일일히 들여다보고 만들어졌기 때문입니다. 저자는 세계 각국이 바라보는 우리나라의 실상을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있습니다.

우리가 알고 있는 선진국의 대열로 접어드는 대한민국과 세계가 바라보는 아시아 변방의 작은 나라의 격차는 제법 크다고 할 수 있습니다. 사실 우리나라의 역사를 정확하게 세계 각국에 알리는 것은 정부의 역할임에도 역대 어느 정부도 변변하게 우리의 정확한 모습을 세계에 알린 적이 없지 않나 싶습니다. 오히려 민간단체인 반크와 같은 곳이 있었기에 그나마 지금 정도의 위상을 유지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아쉬운 생각이 많이 듭니다.




저자는 우리나라에 대한 잘못된 정보의 원인을 이와 비슷하게 진단하고 있습니다. 잘못된 외국 교과서를 수정하도록 할만큼의 정확한 자료도 부족하고 연구나 개발도 부족하다고 꼬집고 있습니다. 너희 교과서에 이런이런 부분이 틀렸다. 그 근거로 이 자료를 봐라..고 말한만한 자료가 우리는 턱없이 부족한 것입니다.

우리는 삼성이나 LG와 같은 소위 글로벌 기업이 전 세계적으로도 유명할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정작 저자가 찾아간 멕시코에서는 이들 기업을 일본의 것으로 아는 사람들이 태반이었다고 합니다. 이는 기업에도 책임이 있지만 역시 국가적인 홍보가 부족한 탓이라고 할 수 있는 사례입니다.




430페이지가 넘는 제법 두꺼운 분량의 이책에는 상당히 자세한 실제 사례들이 실려있습니다. 그렇다보니 읽는 입장에서는 술술 넘어가지는 않습니다. 편한 마음으로 읽는 책이라기보다는 연구의 참고자료로 활용하기에 제격인 책이라고 하겠습니다. 아마 국내의 어느 책도 이 정도로 자세한 실제 사례들을 담고 있지는 못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실례를 가능한 많이 소개해 경각심을 불러일으킬 목적으로 써진 책인지라 읽기가 쉽지 않은 점만 빼면 자료로서의 소장가치는 매우 높은 책이라고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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