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뮤니케이션을 하는 것은 확실히 어려운 일이다. 특히 인터넷이라는 익명성을 기반으로 하고 있는 공간에서 상대방과 의사소통을 하기는 실제로 얼굴을 맞대고 앉아서 이야기를 나누는 것보다 어렵다. 무엇보다 글은 ‘어조’나 ‘억양’을 쉽게 알 수 없기 때문에 글을 읽는 사람의 심리상태 등에 의해서 글쓴이의 원래 의도가 왜곡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요즘 인터넷 상에서 부지기수로 일어나는 댓글싸움은 기본적으로 상대방이 무슨 말을 하고 있는 지를 이해하지 못하는 데서 비롯된 것이고 나아가 ‘화면 너머에 있어 보이지 않는 사람’이라는 전제에서 발생하는 ‘상대방 무시’에서 비롯된다고 할 수 있다.

게시판에서 논쟁을 벌이는 사람들은 자기의 입장만을 주장하는 경우가 많다. 그리고 자신의 입장에 반대하는 댓글에 대해서는 무차별적인 비판을 가하는 반면 조금이라도 자신의 입장에 동조하는 댓글이 달리면 그것을 최대한 자신의 글에 합리화시켜 세력을 키워나가곤 한다.

특히 유명인이나 대기업 오너 같은 일반적으로 쉽게 볼 수 없는 사람들에 대한 비판은 좀 더 강도가 심한 데 이는 일종의 심리적 열등감에서 기인한 것으로 현실에서는 마주칠 수 없는 인물을 비판함으로써 자신이 비판하는 인물보다 좀 더 우월적인 지위에 있고 싶어하는 심리를 표출하는 것이다.

과거에는 주로 전문적인 분야에서 이런 댓글싸움이 많았지만 요즘은 일상의 아주 사소한 일들에까지 그 싸움이 확산되고 있다. 특히 개인화된 공간인 미니홈피나 블로그는 '키보드 워리어'라고 불리는 사람들의 좋은 표적이 되고 있다.

이와 같은 행태를 문화적 과도기에서 비롯되는 일시적인 유행으로 보기에는 정도가 심하다. 오히려 이런 행태 자체를 하나의 문화라고 보는 것이 정확할 것이다. 아울러 현재 형성되고 있는 이 초기 단계의 댓글 문화는 조금 더 시간을 거치면 어느 정도의 영향력 있는 힘이 될 것으로 생각된다.

아무튼 웹 서핑을 하다가 들른 몇몇 블로그에서 벌어지고 있는 상호비방과 상대방을 거침없이 깎아 내리는 모습, 그것도 모자라 아무 관계도 없는 일가친척들까지 싸잡아 ‘테러’를 당하는 모습을 보면서 문명의 발전속도와 사람의 정신의 발전속도의 차이가 갈수록 커가는 것 같아 안타깝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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