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적으로 사람들이 마키아벨리에 대해 갖고 있는 선입견은 "피도 눈물도 없는 냉정한 인간" 정도가 아닐까. 권력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비도덕적인 일도 서슴지 않는 냉혈한이라는 시각도 있다. 나 역시 그의 대표작이라 할 수 있는 군주론을 직접 읽기 전에는 사실 이책을 굳이 읽을 필요가 있을까 라는 생각을 했었다.

그러나 판단이라는 것은 자신이 하지 않으면 안 되는 것이다. 남들의 이야기만 듣고 지레 손사래를 쳐 버린다면 그것처럼 위험천만한 생각도 없지 않을까 싶다. 마치 인터넷에서 영화평을 보고 나서 "아, 난 이 영화는 안 봐야겠어" 라거나 "이렇게 재미있는 영화가 있나!"라는 반응을 보이는 것과 별로 다를 바가 없다.

남들의 이야기는 어디까지나 남들의 이야기다. 즉 하나의 의견으로 생각해야지 타인의 의견이 무조건 맞는 것처럼(비록 그가 저명한 사람일지라도) 생각하고 자신의 경험을 사전에 차단해버리는 것은 스스로 쌓을 수 있는 좋은 기회를 내치는 꼴이 된다.

서론이 길었는데 아무튼 마키아벨리의 군주론은 16세기라는 시대적 관점에서 이야기하지 않으면 안 된다. 이건 모든 고전 -굳이 고전이 아니더라도 소설을 읽을 때도 마찬가지다- 에 있어 공통적인 것이라고 생각한다. 군주론이 집필된 시점은 16세기 이탈리아다. 르네상스라고도 하는 낭만적인 이름으로도 불리는 시기였지만 정치적으로는 마치 중국의 춘추전국시대와 같은 혼란기였다.

중국의 전국시대의 혼란스러운 상황을 통일한 것이 한비자의 법가라는 점을 생각해보면 당시 이탈리아 도시 국가의 어지러운 시기에 등장한 군주론을 현대적 시각에서 무조건적으로 폄하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된다. 역자도 적고 있듯이 "정치가 더러운 것임은 모두가 인정하는 것이 아닌가?" 현재의 우리도 누군가 정치를 한다면 어느 정도 뇌물도 받겠거니 생각하고 비리도 있겠거니 생각한다. 그러면서도 그것을 어느 정도는 수긍하고 들어간다. 모순이지만 이것이 현실이다. 

역자는 "단기적 전망에서 비윤리적인 것일뿐 장기적 전망으로 보면 결국 윤리적인 것보다 더 윤리적이라는 마키아벨리의 주장은 우리가 속으로는 그럴수도 있지..라고 생각하는 것을 있는 것을 너무도 적나라하게 드러냈기에 불편하다"고 이야기한다. 바로 이점이 군주론의 핵심이 아닐까 싶다. 

국가의 유지와 발전을 위해서는 어떤 수단이나 방법도 허용된다는 국가지상주의의 정치 이념인 마키아벨리즘. 단기적으로 보기에는 비도덕적이고 잔인해보이지만 장기적으로는 국가의 안정과 평화를 이끌어낸다는 그의 사상이 비단 당시의 이탈리아에서만 타당한 이론이라고 보기는 어렵지 않을까? 이미 현대의 우리도 이와 같은 정치 논리를 수 없이 보고 있으니 말이다. 

그렇다고 무조건적으로 그의 주장에 동의하는 것은 아니다. 마키아벨리즘 역시 하나의 주장이고 하나의 사상일 뿐이다. 그의 사상에 동의하고 실천하는 것은 어디까지나 독자의 몫이기 때문이다. 하나의 주장이나 사상에 대해 비판을 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것이다. 이책을 읽고 그를 비난하건 추종하건 그 역시 독자의 자유다. 

펭귄클래식에서 출간된 이책은 상당히 가벼워 들고 다니면서 읽기에 적당하다. 물론 주제 자체야 지하철의 흔들리는 차내에서 고민하기에는 부적합할 수도 있겠지만 말이다.  아무튼 번역도 자연스러워(군데군데 오타가 있기는 하다) 마키아벨리의 주장을 이해하기에 쉽게 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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