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다니지 못했던 여행도 다녀보고 오랜만에 밀린 책들도 읽었다. 회사를 다닐 때에는 무엇이 그리도 바빴는지 잠시 짬을 내어 어디를 간다거나 보고 싶었던 책을 읽는 것이 왜 그리 어려웠을까 싶을 정도다. 물론 어설픈 핑계라는 것은 잘 알고 있다. 하루하루의 일상에 쫓기며 결국 나만의 시간과 공간을 만들어내지 못한 일종의 자기관리의 실패라고 할 수 있으니 말이다.

세상 일이란 참 뜻대로 되지 않는 것이어서 이후 생각해두었던 일들이 대외적인 여러가지 변수로 인해 어려워지면서 다시 나 혼자만의 홀로서기를 해야겠다는 결심을 하게 되었다. 그렇게 생각하면 일을 손에서 놓은 지 이제 2주가 되는 셈이다. 다시 처음부터 모든 것을 시작한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반면 이제는 지금까지의 나에서 벗어나 전혀 다른 나로 다시 시작할 수 있는 기회기도 하다.

결국 모든 일이 그렇듯이 선택의 문제이고 생각의 문제가 아닐까...

취업사이트를 뒤적이며 오래 전 이력서의 먼지를 털어내본다. 대학을 졸업하고 군대를 마치고 돌아올 무렵과 지금은 참 많은 면에서 비슷하다. 물론 당시는 여자친구가 나보다 더 내 취업에 열정적이었던 차이는 있지만 말이다.

아무튼 혼자 모든 것을 챙겨나가려면 준비물로 제법 필요하다.

무엇보다 무제한이라고 할 수 있는 나태한 시간을 관리할 플래너와 내 가치관의 틀을 유지해줄 책들과 삭막해져버리기 쉬운 감정을 다스려줄 음악..

그리고 내 삶의 한 구석을 차지하고 있는 사진과 낡은 자동차..

이제 다시 시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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