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보니 블로그에 대한 글들이 제법 많이 올라와있습니다. 여러 논제들이 흥미진진한 토론을 펼치고 있는데 전문적인 내용들은 다른 분들이 이미 언급을 해주셨기 때문에 저는 제 경험에 비춘 '소통'이라는 관점에서 블로그를 보고자 합니다.

제 경우 블로그의 세계로 들어온 계기는 오래 전 홈페이지에 대한 기억에서 비롯된 것이 아닌가 합니다. 90년대 후반에서 2000년대 초반에 이르는 시기에 도메인이니 홈페이지니 하는 낯선 용어들이 사람들의 눈과 귀에 제법 익숙해지게 되었고 인터넷 자체만으로도 신기한데 나만의 공간이 그곳에 생긴다는 것은 거의 기적 같은 일이었죠. 당시만 해도 개인 홈페이지를 갖는 것은 제법 어려운 일이었습니다. 도메인도 사야하고 웹호스팅도 받아야 하고 홈페이지를 꾸미려면 제법 많은 기술적인 지식이 필요했었죠.

그러던 것이 이제는 누구나 포털 아무 곳이나 들어가서 '블로그 만들기'를 클릭하면 되게 되었습니다. 물론 여전히 자기만의 도메인을 가지고 웹호스팅을 받는 분들도 계시지만 그런 복잡한 과정없이 그냥 인터넷만 할 줄 알면 블로그 하나는 누구나 만들 수 있는 세상이 된 거죠. 비유가 좀 어색하지만 카메라가 필름 카메라뿐이 없던 시절에는 사진을 찍는 일이 어려운 일이었지만 디지털 카메라가 일상의 소품이 된 지금은 사진을 찍는 일이 전혀 부담스럽지 않은 일이 된 경우랄까요?

아무튼 블로그가 대중적으로 확산되면서 긍정적인 면도 많이 나타나고 부정적인 면도 많이 나타났지만 긍정적인 면에서 보자면 어쩌면 평생 만날 수도 없는 낯선 이들과의 교류가 활발해졌다는 점을 가장 높게 평가하고 싶습니다. 그리고 이 낯선 이의 범위는 우리나라에 한정된 것이 아니라 인터넷만 연결되어 있으면 전 세계 누구와도 소통을 할 수 있으니 교통의 발달에 따른 지구촌의 완성에 이은 또 하나의 지구촌의 완성이라고 할 수 있지 않나 생각이 듭니다.

블로그를 가지고 있으면 참 많은 것을 할 수 있습니다. 소설을 써서 다른 이들에게 보여줄 수도 있고 사진을 보여줄 수도 있습니다. 내가 쓴 글이나 찍은 사진을 다른 이들과 공유하고 그네들의 평가도 받을 수 있습니다. 때로는 작은 수입이나마 부가적인 수익을 올려주기도 합니다. 전문적인 지식을 가지고 있는 블로거들을 찾아가 공부도 할 수 있고 우연치 않게 단 댓글 덕분에 평생의 인연이 생기기도 합니다.

즉 블로그는 작은 의미에서는 개인의 사상과 인격을 표상하는 결정체지만 넓은 의미에서는 타인과의 소통을 위한 창구 역할을 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기술의 발전 속도가 하루가 다르게 급격하게 상승하는 요즘 블로그 역시 현재의 글, 사진, 동영상의 소통보다 한 단계 혹은 여러 단계 진보한 소통의 장으로 거듭나게 될 것은 부정하지 않으시리라 생각됩니다. 어쩌면 시간과 공간이라는 절대적인 제약을 받고 있는 '현실의 나'보다 시공의 제약이 없는 '가상 공간의 나'가 주체가 되는 세상이 열릴 지도 모르겠습니다. 이미 지금도 개인의 블로그는 그 블로그를 운영하는 이의 아바타 역할을 충실히 하고 있는 것과 같습니다.

앞으로 어떤 기술적인 진보에 힘입어 블로그가 진화를 하던 '소통'이라는 기본적인 역할은 변하지 않을 듯 합니다. 오히려 현재보다 더 정밀하게 '나'를 인터넷 상에서 구현해낼 수 있게 되면서 보다 적극적이고 개인화된 소통이 이루어지지 않을까 추측을 해봅니다. 아울러 가상 공간에 대한 이해가 현재보다 진보된 모습으로 변화할 것으로 생각되는데 마치 온라인 게임에서 개개인의 아바타가 보여주는 몰입도 이상으로 개인의 블로그의 역할이 변화하지 않을까 생각해봅니다.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과거의 지인을 다시 찾기란 쉽지 않았다. 러브레터의 마지막 장면 같은 우연을 기대하기란 영화 속에서나 가능한 일이었지 싶다. 그러던 것이 인터넷이 대중화되면서 마음만 먹으면 누구든지 찾을 수 있는 세상이 되었다. 한때 상당히 유행했던 아이러브스쿨이 대표적인 예라고 할 수 있겠는데 피치 못할 사정으로 헤어진 친구나 옛 연인을 다시 찾는다는 긍정적인 면도 있었지만 못 잊는 첫사랑을 만나 감격에 젖은 나머지 불륜의 시초가 되었던 웃지 못할 기억도 있다.

특히나 요즘처럼 개인화된 공간(블로그, 미니홈피)이 아주 보편적인 것이 된 때에는 'A'군 이라는 이니셜만 가지고도 그 사람이 누군지 금방 찾아내고 태어나서부터 지금까지의 행적(?)이 파헤쳐질 정도니 하루하루의 행동거지와 글쓰기에 신중하지 않으면 세상살기가 쉽지 않을지도 모르겠다. 특히나 정치판에 뛰어들 꿈을 꾸는 인재라면 어려서부터 개인 블로그를 꾸리고 유명 블로거가 되지 않으면 네티즌들의 표를 얻기는 어려울 것은 물론이고 어설펐던 포스팅으로 인해 뒤통수를 맞을 각오도 해야 한다.

기술 발달의 고도화될수록 개개인의 존재는 점점 더 모래알이 되어 가지만 그 모래알 하나하나가 너무도 뚜렷한 테두리를 가지고 있어 어디서든 쉽게 구별될 수 있다. 극도로 고립화된 개인들이 네트워크라는 매개체를 통해 대면접촉이 아닌 대키보드접촉으로 이어지고 있고 이 연계는 시간은 물론 공간도 초월하고 있다. 이 네트워크를 통해 이어진 고립자들은 더 이상 은둔자가 아닌 오피니언리더가 되고 있는 것이 요즘 우리 사회의 모습이기도 하니 말이다.

네트워크의 최종적인 집결지는 어디일까? 아직까지 거대 자본이 만들어 놓은 공간에 터를 마련할 수밖에 없는 것이 현재 네티즌들의 모습이지만 언젠가는 인터넷 자본가들로부터 독립적인 그들만의 거점을 확보할 것이고 신분의 차이가 없이 모두가 다 평등한 하나의 아이디로 존재하는 그 속에서 어떤 혁명적인 사건이 일어날지 지금으로서는 예상조차 하기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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