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쓰고 있는 키보드는 마제스터치 흑축을 사용한 리니어 키보드인데 회사 키보드가 워낙에 사용하기가 어려워서(아마도 마제에 너무 익숙해서일 것이지만) 이 녀석을 사무실로 가져오기로 했다. 보통 기계식 키보드는 소음이 제법 크지만 리니어의 경우는 그나마 조용하다는 이유에서다. 그 대신 집에 놓을 녀석은 이번에는 기계식 키보드에서 가장 많은 평가가 엇갈리는 갈축으로 주문했다.


원본 출처: 아이오매니아(http://www.iomania.co.kr) 이하도 같음.

게시판을 돌아다녀보면 기계식은 역시 갈축이라는 말도 많이 있고 키감이 리니어와는 또 다른 맛이 있을 것 같다는 점에서 구입하기는 했지만 역시나 가격적인 부담은 어쩔 수 없다. 한참을 구입을 해야하나 고민을 하고 있던 차에 이번에 새로 흰색이 나왔고 더 이상 고민할 필요없이 구입 버튼을 눌렀다.


왠지 기계식 키보드는 흰색이 어울린다는 생각이었는데 적절한 시기에 나와주었달까?


기계식 키보드들의 디자인은 복고적인 것들이 대부분이다. 향수를 불러일으키기 위한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내가 생각하기에도 요즘 나오는 키보드들은 너무 화려하고 키보드 본연의 기능(?)에 충실하지 못하다는 생각이 든다.


위에 보이는 것이 그 유명하다는 소위 갈축의 내부 모습이다. 이로써 흑축과 갈축 두 개를 쓰는 셈인데 나중에 여력이 되면 청축에도 도전을해볼까 하는 생각도 있다. 다른 이들이 보기에는 디자인도 투박하고 특별한 기능도 없는(그 흔한 USB도 없는) 키보드를 그렇게 비싼 돈을 주고 구입을 할까 의아해할 수도 있지만 기계식에 중독되면 좀처럼 헤어나기 어렵다.


예전에 펜을 좋아한다는 글을 쓴 적이 있다. 필기는 주로 세필을 선호하는 지라 그 때 구입한 세일러사의 만년필을 여전히 잘 사용하고 있다. 하지만 요즘은 아무래도 펜을 이용해 글을 쓰는 것보다는 키보드를 통해 워드 프로세서에 글을 쓰는 경우가 주를 이루고 있다. 많은 이들이 펜을 고를 때는 꽤나 고민을 하지만 정작 키보드를 고를 때는 많은 고민을 하지 않는 경우가 많은데 입력장치는 자기에게 맞는 최상급의 제품을 써야 한다는 것이 내 지론이다. 일반적인 PC환경 하에서 입력장치로는 키보드와 마우스, 타블렛 등이 있겠지만 보통 키보드와 마우스가 대표적인 입력장치라는 점을 생각하면 이 두 녀석은 자기 손에 딱 맞는 것을 찾아야 한다. 문제는 펜처럼 매장에 나가 직접 사용해보고 구입하기가 어려운 점인데 어느 정도의 시행착오는 각오하는 것이 좋다. 기사를 작성하는 것이 아니니 내 경험만을 근거로 이야기해보자면...

맴브레인 방식의 키보드는 키감이 별로 좋지 않기 때문에 이전부터 펜타그래프 방식의 키보드를 사용해왔다. 지금은 국내에 정식 판매처가 없는 것 같은데 맥컬리의 아이스키보드를 쓰고 있었고 손에 완전히 적응을 해서 편하게 글을 쓰고 있었다. 펜타그래프 방식은 흔히 볼 수 있는 노트북의 키보드 형태로 자판을 두드리는 소리가 작고 키감이 부드럽다는 장점이 있다. 이 방식의 키보드는 국내에서도 아이락스 등에서 출시가 되지만 이것저것 써본 결과 맥컬리 제품만한 것을 찾지는 못 했는데 나이가 오래 돼서 그런 지 슬슬 입력에 에러가 나고 그나마 청소한다고 키를 몽땅 분리했다가 3개를 잃어버리는 불상사가 생겨서 마우스를 교체하는 김에 전부 바꿔보자고 마음먹고 그동안 꽤나 망설였던 기계식 키보드를 구입하기로 했다.

기계식 키보드는 예전 기자 시절 선배들이 꽤나 칭찬을 해서 몇 번 쳐보기는 했지만 본격적으로 사용해본 적은 없었고 무엇보다 가격이 비싸다는 점이 늘 걸림돌이었다. 예전에는 IBM의 키보드가 유명했지만 요즘은 Filco 제품이 비교적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기계식 키보드에 내가 매력을 느끼는 것은 키감. 즉 낡은 타자기를 칠 때와 같은 느낌과 소리다. 디지털 기기이면서 아날로그적인 감성을 가지고 있다는 점이다. 물론 넌클릭 모델처럼 기계식 특유의 따각따각 소리가 나지 않는 방식도 있지만 이래서는 아무래도 전통적인 느낌은 없지 싶다. 가격으로 따져보면 조금 괜찮은 녀석은 PC를 사면 껴주는 키보드보다 작게는 5배에서 많게는 20배까지 높지만 그만한 가치가 있다고 생각되는 것은 내 감성에 맞기 때문이다. 별 다른 이유 없이 그냥 남들이 하는 이야기만 듣고 구입하기에는 아무래도 부담스러운 것이 또한 기계식 키보드기도 하다.

내가 고른 모델은 전통적인 클릭 방식이 아닌 리니어 방식이다. 속기 전용이라는 별칭이 있을 정도로 빠른 타이핑에 유리한 녀석이다. 물론 전통적인 기계식 특유의 소리가 없는 것이 단점일 수도 있지만 키보드를 사용하는 주변 환경도 생각을 해야 하고 그렇다고 넌클릭은 아무래도 좀 밋밋한 느낌이 날 것 같아 타협을 본 녀석이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사진은 아이오매니아에서 빌려왔다.

이 키보드의 가장 큰 특징은 리니어 즉 입력에 대한 반발력이 동일하다(선형)는 점이다. 이건 사실 말로 설명하기는 한계가 있는 부분이 아닌가 한다. 키압이 다른 키보드에 비해서 높기 때문에 처음 타이핑을 하면 무겁다는 느낌이 들지만 키를 완전히 누르는 것이 아니라 반만 눌러줘도 입력이 되기 때문에 소위 구름타법이라고 부르는 물 흐르듯이 이어서 타이핑을 하는 것이 가능하다. 작가들에게 추천할만한 키보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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