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간 격의 없이 지내는 개발사 한 곳을 방문했다. 신규 서비스 개발에 한창이라는 소식을 들었던 탓에 안부도 물음 겸 요즘 개발사들 분위기를 들어보자는 생각에서였다.

“아니 왜 말도 없이 왔어요? 온다고 했으면 점심이라도 할 걸 그랬네요” 밝게 웃으며 악수를 청하는 박 팀장은 다음 주에 휴가라 정리할 것이 많다며 어수선한 책상 위를 급히 정리정돈했다.

“서비스 준비 막바지라 정신이 없습니다. 신규 투자건도 무난히 받게 되었고 그동안 직원들이 고생들 많이 했는데 이제 형편이 좀 나아지겠죠” 다행히 추진 중이던 프로젝트가 이통사의 승인을 받아 다음 달부터 고정 수입도 들어온다고 한다.

개발을 하는 입장에서 이통사들과의 어려움은 없느냐는 질문에 “어렵죠” 라고 말문을 뗀 박 팀장. “원천 기술을 가지고 있어도 바로 서비스를 개시할 수 있는 게 아닙니다. 이통사 내부의 절차도 복잡하고 가령 저희 회사가 A라는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어도 그게 이통사의 플랫폼에 적용이 안 되면 의미가 없잖습니까”라고 말한다.

“특히 이통사 내부의 절차가 서비스 지연에 많은 원인이 됩니다. 그런 면에서보면 SKT쪽이 피드백이 빠른 편이죠. 장비를 지원해주거나 테스트룸을 배정해준다거나 하는 부분도 그렇고요”

개발의 우선순위를 SKT에 맞추는 것이냐고 되묻자 “원칙적으로 하자면 SKT, KTF, LGT 3사에 적용할 수 있도록 해야겠죠. 하지만 현실적으로 보면 그러긴 어렵습니다. 솔직히 서비스를 개발할 때 LGT쪽은 염두에 두지 않는 경우가 많죠"

"가입자 수를 봐도 그렇고 내부 프로세스도 그렇고 SKT쪽과 이야기 하는 게 빠릅니다. 저희도 먹고 살아야하지 않겠습니까? 그러다보니 자연히 수익성에 초점을 맞추게 되고 그런 여건이 타사에 비해 SKT가 낫다는 거죠”

그렇다면 장기적으로 봐도 이통 3사의 현재 구도는 변하지 않을 것이냐고 물었다. “LGT가 어렵긴 어렵습니다. 다른 두 이통사를 따라가기엔 여러모로 어려운 점이 많고 개발사나 CP들도 LGT에 대해서는 다소 소극적인 게 문제죠. SKT가 독주를 하는 것은 일종의 순환고리라고 볼 수 있어요. 가입자가 많으니 재정적으로 안정되어 있고 그 돈을 개발이나 서비스 개선에 투입하고 이런 게 지속되다 보니 노하우도 타사에 비해 많은 거죠”

개발사의 하루하루는 마치 전쟁과 같다. 환경이 좋은 업체도 있지만 많은 개발사들이 아직도 어려운 환경 속에서 미래를 준비하고 있다. 대기업을 상대하다보니 고충도 많다. 박 팀장은 “우리가 만드는 기술들을 다른 사람들이 사용하는 것을 보면 힘이 나죠. 다만 아직도 많은 개발사들이 대기업의 힘에 눌려서 기를 못 펴고 있는 게 아쉬운 부분입니다.”라고 말한다.

늦은 휴가 준비를 하면서도 박 팀장은 마음이 편치만은 않다. 기획, 영업, 개발까지 담당하고 있다 보니 혹 자기가 없는 동안 회사 업무에 차질이 생기지는 않을까 걱정도 많다. “직원들이 일당백이니 괜찮을 겁니다.” 사람 좋은 웃음으로 박 팀장은 다음에는 어려운 얘기는 관두고 술이나 한 잔 하자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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