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 제품은 디자인 면에서 확실히 칭찬할만하다. 디자인 분야와 인연이 없어서 이전의 '매킨토시'부터 시작된 애플 제품을 직접 사용해보지는 않았지만 편집팀에서 사용하는 장비들을 어깨너머로 보면서 같은 제품을 만들어도 어떻게 이런 디자인을 생각해낼까라는 감탄을 했던 것이 사실이다. 반면 가격대는 만만치 않은데 아무래도 디자인에 소요된 비용이 아닐까 싶기도 하다. 

아무튼 아이폰을 들이면서 케이스를 사야하나 제법 고민을 했는데 마침 올레스토어 쿠폰을 얻게 되는 바람에 생각해볼 여지도 없이 들인 녀석이 애플에서 만든 가죽 케이스다. 단순하면서도 기본에 충실한(어쩌면 별 다른 개성은 없는) 이 케이스는 6종류의 색상이 꽤나 매력적인데 여기저기 이야기를 들어보니 변색이 많이 된다고 해서 검정색으로 선택을 했고 이제 한 달이 조금 넘게 사용 중이다.


배송되어온 케이스는 이게 전부다. 뭐 케이스에 설명서가 있을리는 만무하지만 플라스틱 박스와 케이스가 전부인지라 뭔가 허전하다는 생각은 지울 수가 없었다. 가죽 재질은 상당히 연한 느낌이고 색상이 전체적으로 잘 배어들어 있다. 겨울에 아이폰 본체는 메탈 마감덕분에 상당히 찬데 이 케이스를 씌우면 뭐랄까 약간은 따스한 느낌이 든다고 할까? 가죽이면서도 보통 생각하는 가죽하고는 아주 느낌이 다른데 워낙 연한 재질이라 케이스 자체의 내구성은 기대를 안 하는 편이 낫겠다.


한 달 정도 사용한 케이스 후면 모습이다. 여기저기 긁히고 난리가 아니다. 다른 색상에서 나타나는 가죽의 오염은 전혀 없는 상태라는게 그나마 다행인 점이랄까? 폰을 아주 험하게 다루는 편은 아니지만 딱히 애지중지하는 성격도 아니어서 바닥에 툭 밀어두는 경우가 많아 그 때마다 긁힘자국이 생긴다. 이런 부분에 예민하다면 추천하고 싶지는 않은 케이스. 애플에서 만들어서 그런지 아이폰과 거의 완벽에 가까운 일체감을 보인다. 케이스에 폰을 넣고 빼기가 상당히 까다롭고 분리하다가 가죽에 생채기가 나기도 한다.


내부 재질은 극세사 안감이라는데 처음 올 때는 어린아이 머리결처럼 곱더니 몇 번 뺐다 끼운 것도 아닌데 제법 낡은 느낌이 든다. 밀착도가 꽤 우수하지만 내부로 먼지가 들어가는 것은 막을 수는 없으니 이런 부분에 민감하다면 역시 권하고 싶지는 않다. 애초에 이 케이스는 폰을 보호한다는 기능은 별로 없다고 보는 것이 좋은데 외부 충격 등의 보호를 원한다면 맥풀케이스를 추천한다.


케이스는 폰보다 약간(한 1mm정도) 높게 만들어져 있어 뒤짚어 놓았을 때 액정이 바로 바닥에 닿는 것은 막을 수 있다. 무음 버튼 부분의 커팅이 제법 큼에도 안으로 뭉게지거나 하는 일은 아직 없는데 이 부분을 잡고 케이스를 분리해도 버틸 정도로 튼튼하다. 물론 가죽이기 때문에 장시간 사용하면 가죽이 눌려 약해질 것은 분명한데 이건 시간이 좀 더 지나야 알 수 있겠다.


하단부의 일체감은 완벽할 정도인데 스피커홀과 케이스의 홀이 정확히 일치한다. 라이트닝 케이블 연결구는 정품 케이블만 허용할 정도로 작게 뚫려 있으니 이 점도 구입 전에 확인해 볼 일이다. 이어폰 홀은 I자형 이어폰은 모두 연결이 가능하지만 L자형은 자신이 가지고 있는 제품과의 궁합을 사전에 알아보는 것이 좋다. 라이트닝 케이블 연결 부위의 가죽은 슬슬 뭉게지는 부분이 나타나는데 수시로 라이트닝 케이블이 연결되면서 가해지는 충격 때문이다.


상단 버튼 부위도 잦은 눌림에도 아직 별 이상은 없다. 볼륨 버튼 부위도 마찬가지지만 이 부위는 유연성이 좋아서 케이스가 닳아버리지 않는한 문제가 될 것 같지는 않다. 사진에서 왼쪽 위를 보면 가죽이 패인 부분이 보이는데 이렇게 한 번 가해진 충격에 대한 복구는 불가능하다고 보면 된다. 물론 가죽 수선이 가능할 수도 있겠지만 그래서는 배보다 배꼽이 더 커진다.


카메라와 플래시 부분은 검정 플라스틱으로 한 번 더 마감을 하고 있는데 이것은 플래시 작동으로 인해 사진에 반사광이 들어가는 것을 막는 역할을 한다. 투명 케이스를 써 본 분들은 이게 무슨 의미인지 이해가 되시리라. 가까이서 보면 아직 처음 케이스를 받았을 때처럼 가죽의 오돌도돌한 부분이 남아있기도 하지만 자주 마찰이 일어나는 모서리 부분은 이미 마모가 되어가고 있는 것이 보인다. 역시 가죽케이스의 단점은 케이스가 시간이 지나면서 닳는다는 것인데 이건 사용하는 분이 생각하기에 따라 호불호가 갈리는 부분이라 생각된다.


조금 멀리서 보면 이런 모양인데 역시 곳곳에 스크래치가 생긴 것이 보인다. 아이폰 디자인의 장점(?) 중의 하나가 깔끔한 뒷판인데 이 케이스는 그런 장점을 여지없이 가려주니 이점도 구입 전에 생각해봐야 한다. 뒷판의 디자인을 살릴 생각이라면 역시 범퍼가 제격이다. 


전체적인 느낌은 이렇다. 내 아이폰은 실버모델인데(화벨 조정 실패로 골드처럼 보이지만) 검정색 케이스와 크게 이질감은 느껴지지 않는다. 스틸그레이 모델이었다면 조금은 어색하지 않았을까 싶은데 그건 사람마다 다를 테니 실버 모델에 검정 케이스를 결합하면 이런 모양이라는 것만 보면 되겠다. 

애플에서 만든 아이폰 5S용 가죽케이스에 대해서는 대체로 긍정적인 의견들이 많지만 이글에서는 한 달 정도 사용한 후에 케이스의 상태가 어느 정도로 변하는지 보여주는데 중점을 두었다. 처음 살 때야 어느 제품이건 가장 좋은 상태를 유지하지만 시간이 지나면 대개 실망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아무튼 이 케이스의 장점이라면 아이폰5S와 완벽하게 일치감을 보인다는 점. 가죽의 느낌이 차지 않고 부드럽다는 점, 케이스의 무게감이 거의 없다는 점, 색상이 다양하고 염색이 잘 되어 있다는 점(물론 검정 외의 다른 색은 변색이 잘 된다고 한다), 흔히 말하는 그립감이 아주 좋다는 점이고 단점이라면 쿠폰 없이 사기는 부담스러운 가격, 상처에 예민한 재질, 충격에 대한 취약성 등이고 뒷면이 보고 싶은 기대를 외면한다는 점은 케이스의 원래 만듦새상 불가능한 일이니 감수할 부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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