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3시리즈의 경우는 만년필의 145에 대응하는 크기다. 만년필을 146을 사용하고 있기 때문에 수성펜은 162로 가는게 맞지만 아무래도 내 손이 그리 크지는 않은 모양인지 162보다는 163이 좀 더 필기하기에 좋은 느낌이 든다. 사실 163은 여성분들에게 어울리는 펜이 아닌가 싶기도 하다.



보통 펜 동호회 등에서 활동하다 보면 '버건디'라는 말을 자주 듣게 된다. Burgundy라는 단어인데 프랑스 부르고뉴 지방에서 만들어지는 포도주를 말한다. 즉 버건디라고 발음하기 보다는 부르고뉴라고 해야 맞지 않나 싶지만...

아무튼 영어식으로 버건디라는 표현을 쓰고 있다. 적색 계열인데 아주 붉은 적색이라고 보기도 뭐한 약간 애매한 색이랄까?




몽블랑 만년필의 경우는 필기감이 좋기로 잘 알려져 있다. 하지만 이건 일반적으로 보급되는 만년필의 경우는 글쎄..라고 생각된다. 제대로 된 몽블랑의 필기감을 느끼려면 한정판으로 가야하고 또 M촉을 써야 한다는 것이 중론이다. 즉 우리가 주변에서 비교적 자주 접하는 몽블랑 만년필의 필기감은 썩 좋은 편은 아닌 셈이다.

이것은 특히 볼펜과 수성펜으로 가면 확연히 드러나는데 몽블랑 볼펜이나 수성펜의 필감은 최악이라는 표현이 어울릴 정도로 좋지 않다. 만약 몽블랑 볼펜이나 수성펜을 갖게 되었다면 리필은 차라리 파커 것이 더 낫고 조금 더 유연한 필기감을 원한다면 까렌다쉬를 고르면 되겠다. 몽블랑의 대중적인 명성이 어느 정도는 마케팅의 힘이라는 반증이 아닐까 싶기도 하다..




이 잉크는 일단 자부심이 대단해보입니다. 블랙이라는 문구도 없이 'carbon' 이 한 단어뿐입니다.



전반적인 잉크의 느낌은 점성이 제법 높습니다. 잉크가 번지지 않고 한곳에 집중되는 경향을 보입니다.



Brause 361입니다. 워낙 많이 써서 닙이 다 닳았네요. 수명이 그리 길지는 않은 것 같습니다. 잉크의 색을 보세요.



제가 사용해 본 검정 잉크 중에서 이렇게 진하게 나오는 잉크는 처음이네요. 글은 햄릿이 자기를 버린 것을 탓하는 오필리어에게 하는 대사 중의 한 부분입니다. 원래 자기 성질이 그 모양이라 당신을 사랑한 적이 없다고 하는군요..


몽블랑이 잉크 흐름이 좋은 덕에 빡빡한 카본도 이어 쓰는데 큰 문제는 없었습니다만 굵기 적응이 안 되어서 들쑥날쑥합니다. 세필 펜에 카본을 넣었더라면 자연스러운 이어쓰기는 어렵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까렌다쉬 잉크는 세 병이 있는데 가장 놀란 잉크는 이 카본입니다. 물론 블루 스카이의 경우도 상당한 진함을 보여주긴 했지만 이 잉크만은 못합니다. 진하기로 말하면 정말 최고가 아닐까 싶습니다. 진한 검정으로 유명한 오로라는 이 잉크에 비하면 흐릿한 수준이고 몽블랑이나 파커 퀸크는 물 빠진 검정 수준이 되어 버립니다.. 아직 누들러 잉크는 써보지 않아 비교는 할 수 없지만 카본을 따라오기는 어렵지 않을까..추측만 해봅니다.

까렌다쉬 잉크가 상당한 퀄리티를 보임에도 역시 높은 가격과 30ml라는 적은 양은 쓰는 이에게 제법 부담을 줍니다. 그럼에도 종이 위에 표현되는 색을 보고 있자면 그 비용이 크게 아쉽지는 않을 듯합니다. 또 무척이나 무거운 잉크병은 문진으로 쓰기에도 아주 좋습니다.


다른 것들도 마찬가지지만 특히 필기구의 경우는 자기 손에 맞는 것을 찾기가 쉽지 않습니다. 글씨만 잘 써지면 된다..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글쓰기를 즐기는 그리고 만년필에 관심을 가지고 있는 경우라면 내 손에 맞는 그리고 내 글씨를 제일 잘 표현해 줄 수 있는 펜을 찾기 위해 많은 시간과 비용을 투자하게 됩니다.

한참 카메라에 빠져 있을 때에도 내게 맞는 장비를 찾기 위해 참 많은 노력이 들었었는데 만년필에 와서도 역시 같은 과정을 거치게 되더군요. 그나마 다행스러운 것은 비교적 빠른 시간과 적은 비용으로 손에 맞는 펜을 찾았다는 점입니다.


이번에 영입한 펜은 146라인 중 P옵션이 붙은 펜으로 클립과 장식부가 크롬 처리된 펜입니다. 흔히 CT(Chrome Trim)라고 불리지요. 저는 금장보다는 이런 스타일을 좋아하는데 일전에 소개한 펠리칸의 경우도 205 즉 CT였습니다.



몽블랑 마이스터스튁 라인은 146까지도 닙은 14K입니다. 149로 올라가야 18K를 사용하는데 실제 사용에 있어서는 14K가 부담은 덜한 편입니다. 금 함량이 높아지면 아무래도 닙이 쉽게 다칠 우려가 많지요. 물론 필자에 따라서는 금의 함량이 높은 것을 좋아하는 분들도 많습니다.



막상 찍어 놓고 보니 지포와는 별로 어울리지 않는군요.. 저 지포가 약간 특이한데..티타늄 도금이 된 녀석입니다. ^^



146의 닙은 시대에 따라 그 모양과 디자인이 변해왔는데 80년대 146의 경우는 닙이 단색입니다. 단색의 경우를 보통 원톤닙, 현대 146처럼 금과 백금이 혼합되어 있는 경우를 투톤닙이라고 합니다. 닙에 세공된 글자나 문양은 아무래도 현대펜이 보다 선명합니다.



왼쪽이 구형 146이고 오른쪽이 오늘 들어온 신입인 현대 146입니다. 클립 부위의 색으로 GT(Gold Trim)와 CT를 구분합니다. 몽블랑에서는 P 즉 Platinum이라는 단어를 써서 이를 구별하지만 P모델이 가격이 약간 상위일 뿐 근본적인 차이는 없습니다.


 
많은 분들이 현대의 몽블랑의 닙 디자인이나 색상보다 구형 닙을 선호합니다. 디자인이나 색상은 단조롭지만 오히려 그 모습이 더 인간적이라는 생각에서죠. 역시 현대의 몽블랑은 정감어린 느낌이 든다기보다는 공장에서 대량 생산되는 기계적인 느낌이 드는 것은 부인할 수 없습니다.

자필은 적지를 못했는데 세척을 하고 말리는 중이라 그렇습니다. 시필을 해 보니 현대 EF는 확실히 구형 EF보다 굵게 나옵니다. 하긴 몽블랑 만년필에서 글씨의 굵기를 이야기하는 것 자체가 의미가 없는 일이긴 하죠.

대충 이렇게 해서 제 만년필 라인업(?)은 구성을 1차적으로 마쳤습니다. 146은 흑색 계열, M205가 청색 계열 잉크를 사용할 예정이고 국내 저명한 닙마이스터께 폴리싱을 의뢰한 팔콘이 도착하면 세밀한 문서 작성용으로 쓸 예정입니다.  

 

펠리칸 만년필은 실사용에 적합한 라인업에서부터 소장용 라인업까지 다양한 것이 장점이다. 이번에 소개할 펜은 얼마 전 국내에 출시된 M205 데몬스트레이션으로 흔히 '데몬'이라 불리는 속이 투명하게 처리된 펜이다. 사실 M200 데몬은 이미 출시된 적이 있는데 이번에 새롭게 업그레이드가 되었다고 할까?


국내에서 만년필을 구입하는 루트는 아주 비싸게 사는 방법에서부터 아주 싸게 사는 방법까지 다양한데 M205 데몬의 경우는 현재로서는 일반 온라인 샵에서 구입하는 것이 그나마 저렴한 축에 속한다.



케이스에 비해 아담해보인다. 사실 블루 데본이라고 했을 때 색상이 좀 어색할 것이라는 생각을 했었는데 실제로 받아보니 전혀 촌스럽지 않은 세련된 청색 계열이어서 마음에 든다.



펠리칸의 특징은 역시 캡에 새겨져 있는 새 문양인데 이 문양은 시대의 흐름에 따라 변해왔다.. 현대의 펠리칸은 어미새 한 마리와 아기새 한 마리로 이루어져 있다.



청색 계열임에도 투명도가 높아 상당히 맑은 느낌을 주는 것이 이 제품의 장점 중의 하나다.



캡 안쪽으로 닙을 볼 수 있다. 투명도가 얼마나 우수한지 확인해볼 수 있다. 다만 스크래치가 날 경우에는 단점이 될 수 있겠다.



M205의 경우 스텐닙이다. 펠리칸의 스텐닙은 오랜 시간 써서 이리듐이 적당히 마모되면 어지간한 금촉보다 필감이 좋기로 유명한데 실제로 내가 사용 중인 M150의 경우 15년 이상을 써오면서 지금은 거의 미끄러지듯이 글을 쓸 수 있다.



M150과의 크기 비교다. 펠리칸 라인업은 200부터 본격적인 닙의 호환이 이루어지기 때문에 표준적인 크기는 200부터라고 볼 수 있다. 150은 200에 비해 약간 작다.



내 M150은 촉이 도금되기 이전의 모델이라 그냥 스텐의 색상을 가지고 있다. 닙에 디자인적인 변화를 주지 않은 단순하고 직선적인 모양이다. 반면 200으로 올라가면 서서히 닙에 라인을 주기 시작한다. 데몬 버전에는 금색보다는 은색이 어울리는 것 같다.



시대의 흐름에 따라 캡에 새겨진 로고가 변화하는 데 이것으로 펜의 역사를 알 수 있다. 참고로 펠리칸의 제품명 표기는 한 종류일 경우 200, 205 등과 같이 변화를 주는 데 끝 자리에 5가 붙으면 은장(CT)을 말한다. 이외에도 중간에 1이나 5가 들어가는 조합 등 다양한 조합의 라인업이 나온다.


 
내가 펠리칸을 좋아하는 이유는 간단하다. 실제 필기에 최적화된 만년필이라는 점이다. 무엇보다 펜의 몸통 자체가 잉크 탱크 역할을 하기 때문에 잉크를 많이 담을 수 있고 가벼워서 장시간 필기에도 손이 피곤하지 않다. 물론 펠리칸의 경우도 수집용 제품들은 무겁기도 하고 실사용으로는 쓰기 어려운 제품군도 있지만 그것들은 어디까지나 수집용이다. 적어도 순전히 글을 쓸 목적이라면 가장 좋은 대안 중의 하나가 바로 펠리칸이고 지금 내 책상 위의 보물이다.





결국 145를 헐값에 분양하고 들여놓은 펜은 80년대 후반으로 추정되는 146이다.

146은 만년필史에서 가장 밸런스가 좋은 펜 중의 하나로 꼽히는 펜인데 149가 크기 때문에 실사용에서 조금 부담스러운 점이 있는 데 반해(물론 149의 큼직함을 좋아하는 분들도 많이 있다) 무게나 그립감은 물론이고 전체적인 균형이 가장 잘 잡혀 있어 실사용으로 적당한 펜이다.



구형 146의 경우는 닙이 현대 146과는 달리 원톤닙으로 되어 있다. 70년대의 146이 상당한 플렉시블함을 보여주는 것에 비해서는 약하나마 탄성도가 있는 편이어서 필압에 따라 제법 재미있는 글을 쓸 수 있는 것이 장점이다.




현대 146은 EF닙의 경우에도 상당히 굵게 나오는데 반해 구형 146은 상당히 얇은 필기가 가능하다. 이것은 몽블랑 만년필의 특징 중의 하나인데 빈티지 쪽으로 갈 수록 닙의 품질이나 탄성도가 좋다. 그래서 만년필 동호인들은 빈티지 몽블랑에 상당한 관심을 보이기도 한다.



현대 몽블랑의 경우는 뭐랄까 인간적인 면이 상당히 빠진 삭막한 도시적인 느낌을 주는데 반해 구형 몽블랑의 경우는 장인의 손놀림이 느껴진다고 말하면 좀 거창하지만 인간적인 면이 제법 느껴진다.



조금 아쉬운 것은 몽블랑의 가장 큰 장점인 풍성한 잉크의 흐름을 느낄 수 있는 두줄 에보나이트 피드를 구하지 못했다는 것인데.. 이런 것들이 결국 또 다른 지름신으로 다가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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