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로그에 썼던 글들을 뒤적이다가 지난 2006년도에 취재차 방문했던 한 개발사의 이야기를 다시 읽어봤다. 글 중간에 보면 LGT가 여러 면에서 개발사들의 적극적인 러브콜을 받기는 어렵다는 점이 나온다. 가입자 수가 적다보니 LGT의 플랫폼에 맞는 소프트웨어를 개발하는 것이 수지에 맞지 않고 아무래도 1위 업체인 SKT 중심으로 흘러갈 수밖에 없다는 내용이다.

그런데 작년부터 올해에 이르기까지의 LGT의 약진은 눈에 보일 정도로 가파르다. 내가 그 기사를 쓸 당시 600만명 대였던 LGT가입자수는 2008년도 현재 800만명을 넙어섰다. 한때 '600만명을 지켜라'는 구호를 외쳤던 상황에 비하면 상당히 호전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물론 1위 사업자인 SKT나 KTF를 따라잡기에는 아직 역부족인 숫자지만 과거와 확연히 다른 점 하나가 앞으로의 LGT의 새로운 가능성을 엿보게 한다. 즉 요즘 LGT에 신규 가입하는 사용자들의 많은 수가 휴대폰 자체의 품질에 만족해 LGT로 옮겨가고 있다는 점이다. 상반기 출시한 OZ서비스는 생각 외의 성공을 거두었고 이 기능을 탑재한 휴대폰들이 소비자들 사이에서 좋은 평가를 받고 있기 때문이다.

과거에는 휴대폰하면 애니콜이었다. 삼성이 만들면 다르다는 최면에 빠진 소비자들은 애니콜을 최우선 고려사항에 두고 있었고 LG의 휴대폰 그러니까 CYON은 뭔가 제 기능이 빠진 허술한 기기로 인식을 했었다. 물론 실제로도 싸이언의 휴대폰 품질은 그다지 마음에 들지 않았었다. 나도 개인적으로 싸이언을 사용하다가 금세 지쳐 다시 애니콜로 넘어 갔으니 말이다.

하지만 요즘의 싸이언은 디자인과 성능면에서 애니콜에 밀리지 않는다. 사람들이 방금 산 휴대폰인데 10년 된 듯한 느낌을 주는 애니콜에 식상해할 무렵 초콜릿이라는 제품으로 시장에 큰 반향을 일으켰고 이어 샤인, 프라다, 뷰티 등 고급 이미지를 어필하면서 시장을 잠식해갔다. OZ를 탑재한 터치웹(아르고)폰이나 캔유 모델들은 그다지 마케팅을 하지 않았음에도 애니콜의 햅틱과 경쟁을 해 나갔고 새로운 시크릿이 출시되었다.

절대수에서 보자면 싸이언 제품군이 애니콜에 밀리는 것은 사실이지만 최근의 싸이언 그리고 LGT의 이미지는 과거와는 전혀 다르다. 이 점이 앞으로의 LGT의 미래를 밝게 보는 이유 중의 하나다. 마치 같은 플랫폼을 사용하고 있으면서도 주류는 아닌 기아차의 로체가 소나타보다 호평을 받는 것과 마찬가지다. 판매량의 절대수는 소나타가 많지만 로체에 대한 평가가 소나타보다 좋은 것이 자동차 마니아들 사이의 공통된 의견이다. 이런 점에서 최근의 기아차와  LGT는 비슷한 점이 많다. 두 회사의 약진의 공통점은 '디자인'과 '성능'이다. 그리고 꼼꼼하고 많이 따지는 소비자가 늘어날 수록 이 두 회사의 미래는 긍정적이다. 

요즘 신이 들린 것같다. 특히나 지름신이 아주 자리를 잡은 모양이다. 점심시간에 외근을 나갔다가 결국 사 들고 왔는데 요 며칠 새 관심을 두고 지켜보던 녀석이긴 한데 아무래도 부담(가격, LG에 대한 왠지모를 불안감)스러워 머뭇거리던 차에 아버지 휴대폰이 사용하기 어렵게 되면서 핑계거리가 생긴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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터치웹폰, 흔히 아르고폰이라고 불리는 OZ서비스를 채택한 녀석인데 그러고보면 내 휴대폰 교환주기는 2년이고 항상 당시에 가장 앞서가는 기술을 채택한 휴대폰을 사는 것같다. 그러다보니 늘 금전적으로는 손해지만 얼리어댑터의 팔자려니 하고 만다.

이 녀셕을 사는 데는 역시 장기간 사용 중인 SKT를 버려야 한다는 점이 좀 크게 작용했는데 6년이 넘게 SKT를 사용하면서 혜택이라고는 받아본 적이 없었고 011이라는 번호를 굳이 유지할 이유도 없지 싶어 번호이동이라도 받아볼까 싶었는데 "어머 고객님은 번호이동은 안 되시구요..신규만 되세요" .. '이런..'

이런저런 요금제를 놓고 보니 단말기보조금이 나오는 요금제는 한달 통화량이 지극히 적은 내겐 여러모로 안 맞았고 그냥 할부로 구입해버렸다. 여러가지 기능들이 있지만 무엇보다 웹브라우징은 꽤나 신선하다. 좁쌀만한 글씨를 클릭하기가 여간 어렵지 않지만 급한 순간에는 꽤나 요긴할 듯싶다. 어차피 액정의 크기는 한계가 있는 것이니 너무 많은 것을 바라는 것은 무리다.

풀브라우징이라고는 하지만 요즘 웹사이트들의 기능성이 워낙 다양한 것을 고려하면 휴대폰으로 웹을 제대로 즐기기는 무리다. 모바일용 웹을 별도로 접속하면 모를까 휴대폰의 성능이 더 좋아진다고 해도 이 격차는 좁혀지기 어려울 듯하다. 아마 휴대폰을 위한 별도의 콘텐츠 페이지가 활기를 띠지 싶다.

폰의 성능에 대해서는 이미 많은 곳에 리뷰를 상세히 하고 있으니 여기서 덧붙일 필요는 없지 싶다. 아무튼 그동안 바꿔온 많은 휴대폰들 중에 제일 흥미진진한 녀석임에는 틀림이 없다.

요즘 비슷한 성능을 보이는 햅틱도 눈에 안 들어온 것은 아니지만 가격도 더 비싼 데다가 역시 화질에서 햅틱은 아르고에 경쟁이 되지 못한다. LGT라는 선입견만 없앤다면 분명 휴대폰 역사에 한 획을 그을만한 기종이다.

아무튼 10년 전에 처음 011로 시작한 내 휴대폰 번호가 이제사 010으로 바뀌었다. 이건 개인적으로 또 꽤나 사연이 많을 일이긴 하다..

그간 격의 없이 지내는 개발사 한 곳을 방문했다. 신규 서비스 개발에 한창이라는 소식을 들었던 탓에 안부도 물음 겸 요즘 개발사들 분위기를 들어보자는 생각에서였다.

“아니 왜 말도 없이 왔어요? 온다고 했으면 점심이라도 할 걸 그랬네요” 밝게 웃으며 악수를 청하는 박 팀장은 다음 주에 휴가라 정리할 것이 많다며 어수선한 책상 위를 급히 정리정돈했다.

“서비스 준비 막바지라 정신이 없습니다. 신규 투자건도 무난히 받게 되었고 그동안 직원들이 고생들 많이 했는데 이제 형편이 좀 나아지겠죠” 다행히 추진 중이던 프로젝트가 이통사의 승인을 받아 다음 달부터 고정 수입도 들어온다고 한다.

개발을 하는 입장에서 이통사들과의 어려움은 없느냐는 질문에 “어렵죠” 라고 말문을 뗀 박 팀장. “원천 기술을 가지고 있어도 바로 서비스를 개시할 수 있는 게 아닙니다. 이통사 내부의 절차도 복잡하고 가령 저희 회사가 A라는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어도 그게 이통사의 플랫폼에 적용이 안 되면 의미가 없잖습니까”라고 말한다.

“특히 이통사 내부의 절차가 서비스 지연에 많은 원인이 됩니다. 그런 면에서보면 SKT쪽이 피드백이 빠른 편이죠. 장비를 지원해주거나 테스트룸을 배정해준다거나 하는 부분도 그렇고요”

개발의 우선순위를 SKT에 맞추는 것이냐고 되묻자 “원칙적으로 하자면 SKT, KTF, LGT 3사에 적용할 수 있도록 해야겠죠. 하지만 현실적으로 보면 그러긴 어렵습니다. 솔직히 서비스를 개발할 때 LGT쪽은 염두에 두지 않는 경우가 많죠"

"가입자 수를 봐도 그렇고 내부 프로세스도 그렇고 SKT쪽과 이야기 하는 게 빠릅니다. 저희도 먹고 살아야하지 않겠습니까? 그러다보니 자연히 수익성에 초점을 맞추게 되고 그런 여건이 타사에 비해 SKT가 낫다는 거죠”

그렇다면 장기적으로 봐도 이통 3사의 현재 구도는 변하지 않을 것이냐고 물었다. “LGT가 어렵긴 어렵습니다. 다른 두 이통사를 따라가기엔 여러모로 어려운 점이 많고 개발사나 CP들도 LGT에 대해서는 다소 소극적인 게 문제죠. SKT가 독주를 하는 것은 일종의 순환고리라고 볼 수 있어요. 가입자가 많으니 재정적으로 안정되어 있고 그 돈을 개발이나 서비스 개선에 투입하고 이런 게 지속되다 보니 노하우도 타사에 비해 많은 거죠”

개발사의 하루하루는 마치 전쟁과 같다. 환경이 좋은 업체도 있지만 많은 개발사들이 아직도 어려운 환경 속에서 미래를 준비하고 있다. 대기업을 상대하다보니 고충도 많다. 박 팀장은 “우리가 만드는 기술들을 다른 사람들이 사용하는 것을 보면 힘이 나죠. 다만 아직도 많은 개발사들이 대기업의 힘에 눌려서 기를 못 펴고 있는 게 아쉬운 부분입니다.”라고 말한다.

늦은 휴가 준비를 하면서도 박 팀장은 마음이 편치만은 않다. 기획, 영업, 개발까지 담당하고 있다 보니 혹 자기가 없는 동안 회사 업무에 차질이 생기지는 않을까 걱정도 많다. “직원들이 일당백이니 괜찮을 겁니다.” 사람 좋은 웃음으로 박 팀장은 다음에는 어려운 얘기는 관두고 술이나 한 잔 하자고 했다.


이동통신사들의 멤버십 카드 유지에 들어가는 비용이 갈수록 줄어들고 있다. 멤버십 서비스가 줄어들게 되면 자연히 소비자들에게 돌아가는 혜택이 줄어드는 데도 소비자들의 별 다른 저항 없이 하나 둘 서비스를 축소해 나가고 있다. 얼마 전 TV에도 방송된 것처럼 그네들의 수익은 상상을 초월한다.

이동통신사들이 가입자 유치 명목으로 제공하는 멤버십 유지비용은 작년 한 해 2,200여억 원에 이를 만큼 큰 금액이어서 이통사 입장에서는 서비스를 줄이자니 소비자들의 반발이 심하고 유지하자니 비용부담은 큰 골칫거리의 하나였다.


이통사들의 이런 고민은 의외의 장소에서 그것도 쉽게 풀려 나갔다. 전국의 동네빵집들이 2005년 10월 SKT를 상대로 소위 ‘빵집 전쟁’을 벌였고 올해 2월 SKT는 빵집들의 의견을 수용해 기존의 대형 제과점 체인의 멤버십 카드 할인율을 20%에서 절반인 10%로 축소하는 조치를 취한 바 있다.

이 조치는 겉으로 보기에는 SKT가 빵집들의 요구를 받아들여 동네빵집들에게도 공평한 기회를 제공한 것처럼 보이지만 실상은 이를 계기로 기존에 제공되던 멤버십 서비스를 절반으로 줄여버린 것이다. “빵집 전쟁”으로 불렸던 이 사건은 특이하게도 SKT가 승리를 거두고 전쟁에 개입도 하지 않은 소비자가 피해를 본 모양이 되었다.

지난 6월 서울시극장협회는 기자회견을 열고 SKT·KTF·LGT 등 이동통신사의 영화관람료 할인제도와 관련, 할인요금 중 그동안 극장 측이 부담해 온 금액을 더 이상 부담할 수 없다는 내용을 재확인했다. 이창무 협회장은 "최근 할인요금을 1000원으로 인하하되 450원은 극장이 부담하라는 연락을 받았다"며 "회원사의 뜻을 모은 결과 이대로는 파트너십을 유지할 수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고 말했다.

결국 7월이 되면서 이동통신사의 멤버십 카드로 더 이상 서울에 있는 극장에서 할인을 받지 못하게 됐다. 이번 사건 역시 겉으로 보기에는 이동통신사와 극장들 간의 싸움으로 보이지만 정작 피해를 보는 것은 소비자들이다. 하지만 소비자들은 이런 상황을 제대로 알지 못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어서 정작 피해를 보는 당사자는 빠진 이상한 싸움이 다시 벌어진 셈이다.


“극장 전쟁”은 이통사 입장에서는 멤버십 부담을 절반 이하로 줄일 수 있는 기회가 되니 말 그대로 ‘반가운’ 일이 아닐 수 없다. 하지만 이통사의 멤버십 서비스는 이통사가 자사의 고객들에게 제공하는 약속이다. 이것을 고객의 동의도 얻지 않고 ‘협상이 잘 안 되어 멤버십을 축소한다’고 하는 태도는 서비스를 제공하는 업체로서의 기본을 잃은 것이라고밖에 볼 수 없다.

한편 이통사와 멤버십 계약을 맺고 멤버십 비용에 해당하는 2천원을 관람료로 인상해 소비자들에게 떠넘긴 극장들도 만약 이통사들과의 제휴가 종결되면 당연히 이전의 관람료로 환원을 시켜야 자신들의 주장이 설득력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빵집 전쟁', '극장 전쟁'으로 불리며 실제적인 피해자는 빠진 채 이통사와 제휴사간 벌어진 이같은 일련의 사태는 근본적으로 이통사의 무분별한 가입자 유치 싸움에서 비롯된 것이다. 하지만 이통사가 오늘처럼 성장하게 된 것은 이통사의 서비스를 사용하는 가입자가 존재하기 때문이다. 거둬들인 수익을 가입자를 위해 사용하지 않는 기업들의 인식이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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