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 새로 생긴 습관이 있다. 바로 달리기다. 본격적으로 몸을 만든다거나 하는 것은 아니지만 적어도 운동은 꾸준하게 하는 것이 좋겠다는 생각에서 집 근처의 트랙을 달리기 시작했다.

트랙은 400미터 타원형인데 처음 달리기 시작한 곳에서 한 바퀴를 돌면 애초의 자리로 돌아온다. 문득 결국은 제자리로 돌아올 것인데 무슨 이유로 이 반복적인 달리기를 할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같은 트랙이라고 해도 한발한발 내딛는 순간순간은 전혀 같지 않다는 것을 깨달았다. 언뜻 보기에는 같은 자리에서 출발해 결국은 같은 자리로 돌아오는 것 같지만 매 순간순간이 나에게는 일생에 단 한 번뿐인 순간인 셈이다.

이제까지는 나는 반복적인 일상에 회의를 느끼곤 했다. 하지만 그 반복적인 일상이라고 느껴지는 것들이 사실은 전혀 다른 시간의 연속이라는 것을 이제사 깨달은 것 같다. 그렇기 때문에 단 1초를 살아도 최선을 다해야 하는 것이다. 돌아온 시간은 결코 다시 돌아올 수 없기에..

Contax Aria, Distagon 35mm f/2.8, Ilford XP2, LS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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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가 좋아진 것이 언제부터였을까?

, 바람, 하늘, 바다
...

낮선 거리에 잠시 멈춘 차 위로 쏟아져
 오는 빗소리가 유난히 가슴 시리던 날에...

Nikon F3HP, MF 55mm f/2.8 Micro, Ilford XP2, LS-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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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척이나 찬 바람이 시리도록 불어오던 날 텅빈 벌판으로 가득찬 소래를 찾았다.

낡은 소금창고와 그 언젠가 수 많은 이들의 발길이 지나쳤었던 문을 바라본다.

시간이 흐르고나면 지나간 기억은 그렇게 부서진 찰라일 뿐인데...

오늘 하루하루에 너무나도 많은 의미를 부여하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든다.

내가 유일하게 평화로운 시간은 파인더를 통해 세상을 볼 때이고

세상이 유일하게 아름다운 순간 역시 파인더에 비칠 때다.

무엇이 나를 이렇게 허탈하게 했을까...

무엇이 나를 이렇게 텅 비게 만들었을까..

Leica M6, Summicron 50mm f/2.0, Ilford XP2, LS-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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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 살아가겠다고 마음을 먹은 지도 3년이 지나간다. 시간의 흐름이 어찌나 빠른 지 내가 혼자라는 사실조차 깨닫지도 못하는 사이 세월이 이렇게 흘러버렸다. 때로는 따스한 손길이 가슴이 시리도록 그립다. 사람의 체온이라는 것이 그토록 소중한 것이라는 걸 막상 곁에 있을 때는 몰랐다.

그리고 막상 그 빈자리의 흔적조차 옅어질 무렵이 되서야 그 따스함이 그리워진다. 세상을 살아가면서 가장 후회없는 인생은 내가 사랑하는 사람 그리고 나를 사랑하는 사람의 손을 언제고 잡을 수 있는 그런 인생이 아닐까...

데미안의 싱클레어의 독백이 유난히 가슴 속에서 맴돈다. 어차피 인생은 그런 것이니까..

늦은 밤 퇴근길에 지나치는 밤거리는 꽤나 감상을 자아낸다. 원래 감성적인 면이 많은 성격이지만 요즘 들어서는 그 감성에 스스로 취해버리는 것같다. 또 다른 세계로 떠나야할 시간이 다가온 것일까? 감정의 틀을...마음의 벽을 넘어선다는 것은 늘 느끼는 것이지만 정말 쉽지가 않다.

Der Vogel kämpft sich aus dem Ei. Das Ei ist die Welt.
Wer geboren werden will, muss eine Welt zerstören.
Der Vogel fliegt zu Gott.
Der Gott heisst Abraxas

Nikon F5, MF 50mm f/1.4, Ilford XP2, LS-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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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조로운 일상에서 변화를 주기란 솔직히 쉽지 않은 일이다. 지인이 사진이 마냥 좋아 잘 나가던 직장에 사표를 던지고 인도로 촬영여행을 떠난다고 한다. 하나의 틀을 깨고 또 다른 자신의 모습을 찾아서 나서는 일은 길지 않은 인생에서 정말 소중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돌아와서는 어떻게 할 것이냐, 그 좋은 직장을 버리다니 어리석다..고 대부분 말을 하지만 그네들이 빼놓은 것 중 가장 중요한 것은 '자아'다. 물론 현실이라는 관점에서 보면 한심한 일일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난 그 친구가 인도여행에서 돌아온 이후에도 충분히 현실에서도 멋지게 살아갈 거라고 생각한다.

스스로의 삶에 스스로 가치를 부여하고 그것을 이루기 위해 노력하는 순간이 있었던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간에는 넘어설 수 없는 다른 차원의 인생이 주어지는 것이 아닐까? 벽을 넘기까지가 어려운 법이다. 그리고 대부분의 인생이 그 벽을 넘지 못하고 지고 만다. 벽을 넘어서 자신만의 삶을 찾는 것..그것이 인간에게 주어진 가장 큰 숙제임에도 말이다..

Nikon F5, AF-S 17-35mm f/2.8, Ilford XP2, LS-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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