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Herbin의 Rose Cyclamen입니다. Cyclamen은 우리말로도 딱히 없는 듯 합니다.


이 잉크의 특징은 cyclamen의 보라빛에 붉은 색이 혼합되어 있는 것으로 흔히 레드 바이올렛이라고 부르는 잉크입니다.



팔콘에서도 이 정도로 번집니다.

흐름이 아주 좋은 M닙 정도의 펜으로 쓴 글을 붉은 조명 아래에 놓고 보면 제법 운치도 있을 것같습니다.

제 펜들은 모두 EF라 그런 운치는 보여드리지 못하네요 ^^



팔콘닙의 특성상 약간의 굴곡이라도 있으면 여지없이 닙이 벌어지기 때문에 영문에서 보다 제 색을 잘 알 수 있습니다.

Herbin잉크는 상당히 원색적인 색감을 보여줍니다. 가격이 다소 비싼 것이 흠이죠.

용량도 30mm밖에 안 되는데다가 흐름이 무척 좋아 잉크 소모가 빠른 편입니다.

그래도 블랙이나 블루 계열에 조금 식상(?)하신 분이라면 제법 매력을 주는 잉크가 아닐까 합니다.

 

 



J.Herbin의 Rouge Opera입니다. 홈페이지 상에서 보이는 컬러와 어떤 차이가 있을까 싶었는데 상당히 진하네요.

딱 잉크병 앞 부분에 보이는 그 색이 나옵니다.


 

Herbin 잉크는 아시다시피 물이 베이스입니다. 잘 번지죠. 아마 흐름 좋은 펜에 넣으셨다가 당황하신 분들도 계실 듯합니다. ^^

Brause 361번 촉에서도 역시 번짐은 어쩔 수가 없습니다. 이전의 제 글에 비해 굵기가 제법 굵게 나오는 것을 볼 수 있죠.

Herbin 잉크를 사용하실 분들은 이 잉크의 특성을 잘 알고 쓰시는 것이 좋습니다.

반면 색상의 구현은 상당히 화려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잉크 색이 조금 과장되는 클레르퐁텐 용지에 쓰니 이렇게 나오지만

크리넥스에 살짝 흘려 보면 은은하게 번져가는 색이 일품입니다.


 

만년필을 즐겨 쓰다 보면 역시 잉크에 민감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런데 가만히 들여다보면 검은색도 다 검은색이 아닙니다. 미세한 차이를 보이는 색들이 존재하고 또 제조사마다 고유의 색상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자신에게 딱 맞는 색을 고르기가 쉽지가 않습니다. 왠만한 잉크는 다 써봐야 알기 때문이죠. 아니 대충 고만고만한 거 아니냐? 고 반문할 수도 있지만 펜을 좋아하는 이들에게 잉크는 무척 중요한 의미입니다.




검정색의 경우 이전 포스팅에서도 이야기를 하긴 했는데 본격적인 잉크 이야기는 우선 푸른색 계열로 해볼까 합니다. 만년필에 왠 파란색? 이라고 생각하실 수도 있지만 공문서에 인정되는 색상이 검정과 파랑이라는 점을 생각하면 검정 이상으로 파란 계열의 잉크는 우리 실생활에서 많이 사용하고 있습니다. 저 개인적으로도 파란색 계열의 잉크를 즐겨 쓰고 있습니다. 물론 만년필이라는 한계(?)상 하나의 만년필에 하나의 잉크를 넣어서 쓰고 있으니 경제적이지는 않은 셈입니다.

이번에 소개할 잉크는 J.Herbin이라는 회사에서 만든 잉크입니다. 일단 J.Herbin의 홈페이지를 먼저 구경하고 오시죠. 그래야 이해가 더 잘 되실 수도 있겠네요.




J.Herbin의 역사는 1670년으로 거슬러 올라가니 무려 300년이 넘어가는 역사를 가지고 있는 잉크입니다. J.Herbin을 잘 모르시덜라도 몽블랑의 쥬뗌므나 사쿠라와 같은 향수 잉크를 아신다면 바로 이 잉크를 만든 회사기도 하죠. 까렌다쉬의 잉크 역시 J.Herbin의 제품입니다. 이 회사의 잉크는 말 그대로 자연의 색상을 가져오는 것으로 유명합니다. 물론 향수 잉크와 같은 별종(?)도 있지만 습작가들에게 향수 잉크는 큰 매력은 없겠죠.

아무튼 J.Herbin의 여러 색상 중에 보편적으로 사용되는 파란색 계열은 5가지로 구분할 수 있습니다. 원어는 같지만 우리말로는 제각기 다르게 불리기도 하는데 원어로 보면

BLEU AZUR

BLEU PERVENCHE
BLEU DE SAPHIR
BLEU NUIT
BLEU MYOSOTIS

이렇게 됩니다. 우리말로는 위에서부터 터키옥색, 짙은 터키옥색, 사파이어블루(애매하군요), 다크블루, 딥블루 정도가 아닐까 합니다. 참고로 한 샾에서는 아래 그림과 같이 표현하고 있기도 합니다.


이번에 살펴 볼 BLEU DE SAPHIR 즉 문자 그대로 사파이어 블루 혹은 울트라마린 블루(뭐로 불러도 우리말은 아니군요)는 여라 파란 계열의 잉크 중에서 중간 정도의 느낌을 가지고 있다고 보시면 됩니다. 이 색은 파란색이면서도 약간 붉은 느낌도 가지고 있습니다. 그래서 아마 한눈에 보기에는 가장 일반적인 파란색보다는 조금 진한 느낌이 듭니다. 물론 그래도 파란 느낌이 훨씬 강하게 들기 때문에 공공문서에도 문제가 되지 않습니다.




만년필에 파란 계열의 색을 쓰시는 분들은 종종 블루블랙(군청색)이라는 잉크를 쓰시는데 J.Herbin의 잉크 중에는 딥블루가 비교적 그런 느낌이 아닌가 생각이 됩니다.

30mm라는 용량은 일단 꽤 부족합니다. 게다가 가격도 저렴한 편은 아니니 J.Herbin의 잉크에 손이 쉽게 가기는 어렵습니다. 다음에 다룰 오로라의 잉크도 45mm 병잉크가 J.Herbin보다 훨씬 저렴하니까요. 몽블랑의 50mm잉크도 따져보면 J.Herbin보다 저렴하니 이 잉크의 가격이 만만치 않다는 점은 눈치를 채셨을 겁니다. 물론 같은 내용물인데 포장만 다른 까렌다쉬의 경우는 J.Herbin보다 훨씬 비쌉니다..병 디자인 값에 메이커 프리미엄이 단단히 붙은 셈이죠..까렌다쉬 잉크는 선물용이 아니면 정말 사기는 어려울 듯합니다.



아무튼 이 5가지 파란 계열의 색 중에서 저는 사파이어 블루를 사용합니다. 크게 튀지 않는 보편적인 파란 느낌의 색이고 적당한 농도(붉은 끼가 많지는 않은)가 시원시원한 느낌을 주기 때문인데요. 정말 더 시원한 바다 느낌을 원하는 분이라면 터키 옥색이라고 불리는 BLEU AZUR가 제격입니다. 그런데 이 색은 펜에 따라 아예 흐리게 보일 수도 있으니 짙은 터키옥색 그러니까 BLEU PERVENCHE를 쓰시면 '주변에서 흔히 보기 어려운 파란색을 쓰는 사람'이 되실 듯 합니다. ^^

J.Herbin의 잉크는 비록 가격은 만만치 않지만 사용자의 미묘한 감정이나 성격에 따른 색상의 사용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상당히 매력적인 잉크입니다. 천편일률적으로 만년필 잉크는 검정 아니면 파랑이라는 선입견은 이제 버리셔도 좋겠습니다. 26가지의 색상이 어느 하나 비슷하지 않고 차이를 가지고 있으니 적어도 26번의 변화를 줄 수 있다는 의미도 되겠지요.

 

    한편에서 보면 상당히 투박한 병 디자인이다. 옆에 있는 오오라 잉크나 몽블랑 잉크와는 또 다른 느낌이다.
 
    펜을 올려놓을 수 있게 디자인된 병. 다만 여기에는 만년필이 아닌 정통 '펜'을 올려놓아야 어울린다. 
    (만년필의 두께보다 훨씬 얇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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