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스트의 '가지 않은 길'을 굳이 언급하지 않더라도 인생은 하나의 길을 선택하는 순간 다른 길을 갈 수 없게되기 마련이다. 그렇기 때문에 어떠한 선택을 하느냐는 한 사람의 인생 전체가 어떠한 모습으로 그려질 지를 결정하는 밑그림이 된다.

일단 하나의 길을 선택하고나면 그 길을 나아가는 동안 만나게 되는 또 다른 숱한 갈림길을 거쳐야 하고 결국 처음 내가 고민했던 두 가지의 선택은 아득하게 멀어져버린다. 세상의 사람 수 만큼이나 많은 인생들이 존재하지만 그 어느 하나 같지 않은 것은 이런 이유에서다.

그렇다면...원초적인 질문인 어떻게 사는 것이 잘 사는 것일까? 이것은 '잘 산다'의 정의를 어떤 식으로 내리느냐에 따라 즉 개인의 가치관에 따라 근본적으로 달라지는 물음이지만 적어도 내 기준에서 '잘 산다'의 정의를 내리자면 하루를 마치고 잠자리에 들면서 그 날을 돌아봤을 때 '미소'가 지어지는 인생이라고 생각한다.

Nikon F5, AF-S 17-35mm f/2.8, Fuji RDP III, LS-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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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연치 않게 당산역에 내리게 되었습니다. 평소 같으면 별 생각없이 마을버스를 타고 집으로 돌아갔을텐데 발걸음은 선유도로 향하고 있었습니다. 데자뷰라고 하지요. 마치 이전에 겪었던 것을 다시 반복하는 듯한...  당산역에서 선유도까지는 제법 거리가 멉니다. 거리를 걷는 동안 지난 기억들이 순식간에 머리 속을 가득 메워나갔습니다. 거리는 그대로인데 사람만 달라졌습니다. 


한참을 걸어 선유도로 넘어가는 육교에 다다랐습니다. 예전에는 이런 표지판은 없었는데 새로 생긴 모양입니다. 이곳을 다시 찾을 줄은 생각도 못했는데...



평일 오전 시간인지라 선유도에는 사람이 많지 않았습니다. 카메라를 들고 있는 사람도 저뿐이더군요. 날이 좀 흐려서 하늘이 뿌옇더군요. 예전에 왔을 때 보지 못했던 것들이 많아진 것 같더군요. 아마 새로 생긴 것이라기보다는 보는 시각이 달라져서가 아닐까 생각이 듭니다.

이미 계절이 가을의 중반에 접어들어서인지 떨어지는 낙옆들도 제법 많아졌습니다. 예전에 왔을 때도 아마 10월말인가 11월로 기억을 하는데 그날은 오늘보다는 훨씬 흐린 날이었죠.

사실 선유도에 혼자 오면 딱히 재미는 없습니다. 누군가를 모델로 삼아 사진을 찍어주기 위한 것이라던가 잠시 세상사를 잊고 그저 푹 쉬고 싶을 때가 아니면 넓은 공원을 돌아봐도 별다른 감흥이 오는 곳은 아니었죠. 다만 오늘은 오늘이 아닌 과거의 제 모습으로 그 길을 다시 걸었기에 조금은 느낌이 달랐던 것 같습니다.


시간이 이렇게 많이 흘렀는데도 그 오래 전의 기억이 마치 슬라이드처럼 머리 속에서 펼쳐진다는 것이 참 믿기지가 않더군요. 이미 다 잊은 줄 알고 있는 기억들이 단지 그 장소를 다시 걸은 것만으로 마치 지금의 이야기처럼 되살아나다니...


니콘 장비를 좋아하는 사진가라면 이 렌즈에 대한 꽤 많은 이야기들과 평가 그리고 멋진 사진들을 접했을 것이다. 특히 필름 바디 시대에는 광각줌영역에서 단연 1인자의 자리를 고수하고 있었던 렌즈인데(내셔널 지오그래픽의 존쇼가 주로 사용하는 렌즈로도 유명하다) 니콘의 DX포맷의 등장과 함께 다소 움츠러든 적도 있었다. 하지만 근래 니콘이 FF를 지원하는 D3과 D700을 출시함으로써 기존의 크롭 비율이 아닌 1:1 비율에 의한 촬영이 가능해졌기 때문에 다시금 관심을 받는 렌즈기도 하다.


흔히 S렌즈 3총사로 불리는 렌즈군 중 막내격(화각면에서)

정식 명칭은 Nikkor AF-S 17-35mm f/2.8 D IF-ED다. 니콘 렌즈를 다루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니 암호와도 같은 이 문자들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우선 짚고 넘어가야겠다.

Nikkor: 니콘 렌즈
AF-S: 앞의 AF는 초점 방식이 오토임을 뜻하고 S는 초음파 모터를 내장하고 있음을 의미
17-35mm: 화각으로 광각 영역을 의미
f/2.8D: f와 이어지는 2.8은 개방조리개값을 의미하고 D는 거리정보를 렌즈에서 측정함
IF: 줌 시 경통이 내부에서 움직임을 의미
ED: 니콘의 저분산 렌즈의 하나

복잡한 감이 없진 않지만 각 제조사별로 고유한 렌즈 표기방식을 가지고 있으니 니콘 사용자라면 알아두는 것도 좋지 싶다.

 렌즈 구성 10군 13매 
 ED렌즈 2매 
 조리개 날개수 9매 (원형 조리개) 
 최소 조리개 22 
 최단 촬영 거리 0.28m 
 필터 사이즈 77mm 
 가격 181만원 (니콘 홈페이지)

내 경우 F5를 사용할 당시 가장 오래 마운트한 렌즈인데 초광각에 근접한 17mm에서도 왜곡에 대한 부담을 크게 느끼지 않고 셔터를 누를 수 있다는 것은 큰 장점이다. 화면을 넓게 구성하는 것을 좋아하는 이들에게는 17mm라는 화각은 상당히 매력적인데 이 영역대에서 왜곡현상을 극도로 억제하고 있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이 렌즈의 평가를 높게할 수 있지 않을까 한다. 단점은 역시 가격과 700g이 넘는 무게다. 그나마 다른 두 S렌즈에 비하면 가볍기는 하지만 기동성면에서 떨어지는 점을 어쩔 수 없다. 그래도 풍경 사진을 주로 찍는 사람들에게 이 렌즈만한 렌즈는 없지 않을까. 

렌즈 리뷰 전문사이트인 Photodo에서 사용자 평가가 5점 만점에 4.89점을 받기도 했고 전문 리뷰어인 Bjørn Rørslett는 "This is an awesome lens"라는 말로 이 렌즈의 리뷰를 시작하여 "The AFS 17-35 Nikkor is rapidly becoming one of the Nikon legends. You cannot go wrong with this lens."로 마무리하고 있는데, 분명 전설이 되어 가는 렌즈라고 할 수 있다.

광각 영역이다보니 파인더를 굳이 들여다보지 않고 조리개와 심도만 이용해도 충분히 선명한 사진을 만들어낼 수 있기 때문에 순간적인 스냅에도 제법 유리하다. 현재 이 렌즈와 가장 유사한 성능을 가진 니콘렌즈는 AF-S DX 17-55mm f/2.8G렌즈인데 디지털 바디만을 사용한다면 후자 쪽이 디지털과 필름을 동시에 사용한다면 전자 쪽이 좀 더 장점이 있을 듯하다. 

<MTF차트 - 출처: 니콘이미징코리아>

잡담> 사진을 하다보면 사진 자체보다 장비의 스펙이나 각종 분석에 연연하는 이들을 보게 되는데 예전에는 그런 모습들을 별로 좋게 보지는 않았었다. 그런데 다르게 생각해보면 이것을 무조건 비판할 것은 아니지 싶다. 사진도 사진이지만 장비 자체에 매력을 느끼는 이들도 분명히 있는 것이니 장비 자체의 분석 역시 하나의 취미로 존중해주는 것도 어색한 일은 아닐 것이다. 다만 많은 다른 취미들과 마찬가지로 좋은 장비를 가지고 있다고 해서 좋은 사진을 만들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착각일 뿐이다. 특히 사진처럼 무엇인가를 창조해야 하는 심리적인 작업에서는 말이다.



여러 계절 중에 가을은 가장 청명한 이미지를 만들어낼 수 있는 계절이지 싶다.

물론 내가 제일 좋아하는 계절은 겨울이지만 늦가을에서 초겨울로 넘어가는 아련한 시기는

사진을 찍기에 무척이나 유쾌한 시기이기도 하다.

필름은 디지털이 구현해낼 수 없는 독특한 색감을 보여준다. 그때그때의 상황 혹은

빛의 흐름이나 사진가의 의도에 따라 적절하게 필름을 바꿔주면 좀 더 사진가의 의도를

이미지에 반영할 수 있다. 아직은 디지털이 따라오기 어려운 부분이 아닐까..

Nikon F5, AF-S 17-35mm f/2.8, Fuji Astia, LS-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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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조로운 일상에서 변화를 주기란 솔직히 쉽지 않은 일이다. 지인이 사진이 마냥 좋아 잘 나가던 직장에 사표를 던지고 인도로 촬영여행을 떠난다고 한다. 하나의 틀을 깨고 또 다른 자신의 모습을 찾아서 나서는 일은 길지 않은 인생에서 정말 소중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돌아와서는 어떻게 할 것이냐, 그 좋은 직장을 버리다니 어리석다..고 대부분 말을 하지만 그네들이 빼놓은 것 중 가장 중요한 것은 '자아'다. 물론 현실이라는 관점에서 보면 한심한 일일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난 그 친구가 인도여행에서 돌아온 이후에도 충분히 현실에서도 멋지게 살아갈 거라고 생각한다.

스스로의 삶에 스스로 가치를 부여하고 그것을 이루기 위해 노력하는 순간이 있었던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간에는 넘어설 수 없는 다른 차원의 인생이 주어지는 것이 아닐까? 벽을 넘기까지가 어려운 법이다. 그리고 대부분의 인생이 그 벽을 넘지 못하고 지고 만다. 벽을 넘어서 자신만의 삶을 찾는 것..그것이 인간에게 주어진 가장 큰 숙제임에도 말이다..

Nikon F5, AF-S 17-35mm f/2.8, Ilford XP2, LS-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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