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 산행은 다른 계절에 비해 소위 '장비'가 필요해진다. '명필이 붓을 탓하랴'는 말도 있지만 겨울의 산에 대해서는 이 말이 어느 정도는 어울리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겨울 산행에 필수적인 장비들을 적어보자면 이것저것 많겠지만 가장 우선적으로 장만(?) 해야할 품목에 배낭을 꼽아본다. 왜냐하면 겨울산에 오르기 위해 준비해야 하는 여러가지 장비나 의류들을 담을 수 있는 시작이자 끝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고민고민 끝에 한 녀석을 들였다.


풍뎅이처럼 불룩 튀어나온 전면부가 인상적인 그레고리 Z40 2014년형이다. 그레고리 배낭이 이름값을 하는지는 이전에 사용해본 적이 없어 알 길은 없었고 고어텍스처럼 과대 평가된 것이 아닌가 의심의 눈초리를 보낼 무렵 우연히 찾은 매장에서 등에 메본 이후 다른 생각할 겨를도 없이 이거다! 라고 유레카를 외친 배낭이기도 하다.


뒷면은 이렇게 생겼다. 등산 배낭이 뭐 저리 복잡한가 생각할 수도 있지만 산행 중 땀이 등에 차서 흐르는 것을 막아주는 역할을 한다. 이전에도 이런 비슷한 류의 배낭을 사용해본 일이 있지만 심하게 땀이 나는 경우라면 이런 기능성 장치로도 사실 감당하기는 어렵다. Z40의 무게 배분은 아래에 보이는 허리끈에 절대적으로 의존하는데 허리끈을 조인 상태에서 흔한 말로 어깨 부분에 달걀이 하나 들어갈 정도의 여유가 생긴다.


옆에서 바라보면 대략 이런 모양새인데 곡선으로 프레임이 들어가 있고 그것을 지지하는 이중 구조로 되어 있어서 전체적인 배낭의 수납력은 떨어지게 된다. 40리터급 배낭이면 1박 2일 정도의 산행에 무난해야 하는데 이 독특한 프레임 구조 덕분에 패킹을 신경 써서 하지 않으면 넣을 것 못 넣고 가는 사태가 벌어질지도 모를 일이다. 이런 통기 시스템은 사용자마다 호불호가 분명히 갈릴 부분이기도 하다.


상단 헤드 부분에는 안쪽과 바깥쪽으로 각각 수납 공간이 있다. 자주 사용하는 물건은 바깥쪽에 배치하면 되는데 전체적으로 내부 파티션은 없는 구조로 되어 있기 때문에 작은 물건을 패킹해야 하는 경우는 별도의 디팩이나 주머니를 이용하는 것이 좋다. 이런 점은 다소 불만이긴 하지만 말이다. 재질은 일단 어느 정도 방수성을 갖고 있으며 내장된 레인커버가 있어서 악천후 대비는 무난할 것으로 보인다.


튼실한 허리벨트에 비해 늘 욕을 먹는 허리벨트 주머니는 신형 모델에서도 별반 개선된 것이 없어 보인다. 아이폰5S가 들어가고나면 거의 여유 공간은 없는 편인데 간단한 행동식이나 랜턴 정도는 수납이 가능하지만 문제는 벨트가 배낭을 맸을 때 허리 좌우로 많이 치우치기 때문에 물건을 넣고 꺼내기가 어렵다는 점이다. 40리터급 배낭에 너무 많은 것을 바랄 수도 있겠지만 아쉬운 부분임은 분명하다.


이전 모델과 다르게 신형 Z40은 하단부 개방이 되지 않고 경사가 진 형태로 되어 있다. 덕분에 배낭을 똑바로 세우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 2014년형의 경우 백패킹을 염두에 두고 제작했다는 말도 있는데 사진에 보는 것처럼 하단에 깔판 같은 것을  묶을 수 있는 고리가 추가되어 있는 것을 보면 어느 정도 그런 의도로 제작된 것 같기도 하다. 침낭을 묶기에는 조금 짧아 보이기는 한다.


전면의 풍뎅이 같은 부분은 그 형태 그대로 통짜의 수납 공간인데 가벼운 바람막이 정도는 수납이 가능하지만 우모복 같은 패딩류는 넣기에는 공간이 부족해보인다. 제조사의 설명으로는 옷을 넣는 곳이 맞기는 한데 역시 평가가 엇갈리는 부분이다. 도드라진 모습에 비해 애매한 수납공간이라 이곳을 어떤 용도로 쓰는 것이 좋을지는 고민이 좀 더 필요해보인다.


풍뎅이 부분을 들어올리면 나타나는 공간인데 또 하나의 수납공간이 등장한다. 그 공간은 제법 넓은데 역시 통짜 공간이라 애매하다. 아마도 내 패킹 습관때문인지는 모르겠지만 나는 주머니가 많은 것이 좋은데 그런 면에서는 Z40은 꽤나 불친절한 배낭인 것은 분명하다. 착용감에 반해서 들인 녀석이긴 한데 앞으로 산행을 하면서 적당한 사용법을 찾아야 할 것같다.


헤드를 들어올리면 이런 모양이다. 앞서 이야기한 내부 수납 공간이 하나 더 있다. 중간쯤에 보이는 삼각형 모양쪽으로 수낭의 빨대(?)가 나오게 되어 있는데 수낭을 쓸 일은 없으니 내게는 불필요한 부분이다. 다른 배낭들도 그렇겠지만 Z40은 유난히 체결되는 고리들이 많은데 군대 시절 생각하면 소위 끈처리를 해야 하나 하는 생각도 들 정도다.


배낭의 메인(?)부분은 이렇게 되어 있다. 상단을 조이는 방식인데 끈을 한쪽으로 당기면 배낭 입구가 개방되고 다른 쪽을 당기면 조여지는 방식이다. 이런 방식이 좋은 것이 배낭의 크기를 어느 정도 사용자가 조절할 수 있다는 점때문이다. Z40도 이곳저곳에 배치된 끈들을 타이트하게 정리하면 제법 컴팩트한 크기로 작아진다.


위에서 보면 이런 모양인데 사진상으로는 잘 티가 나지 않지만 손을 넣어보면 프레임 구조때문에 수납 공간이 넉넉하다는 느낌보다는 좁다는 느낌이 먼저 든다. 패킹을 효율적으로 하는 기술이 많이 부족한지라 결국은 디팩을 채워넣은 다음 나머지 공간을 활용해야 할 것 같은데 패킹을 잘 하는 분들은 넉넉한 공간일 수도 있겠다.


배낭을 거꾸로 돌리면 이렇게 보이는데 이전 버전과 달라진 것은 스틱 걸이가 고무줄식으로 되어 있다는 점이다. 화면 상단에 좌우로 고리 2개가 보이는데 이 줄을 당긴 다음 스킥 하단부를 고정시키는 방식이다. 아무튼 Z40에서도 스틱을 걸고 풀기 위해서는 여전히 배낭을 등에서 벗어야 한다. 중간에 보이는 아래로 처진 고리 모양은 전면부를 개방할 수 있는 지퍼다.


지퍼를 열면 이렇게 배낭의 전면이 개방되는 형태인데 배낭을 위에서 부터 열지 않고 바로 내용물을 꺼낼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디팩 사용자라면 전면부가 개방되는 코끼리 디팩을 사용하는 것이 좀 더 편리하고 Z40의 경우는 미스테리월의 스몰-롱 디팩이 적당한 크기로 잘 어울린다.


한가지 아쉬운 점은 이 지퍼에 연결된 천끈인데 끈을 지퍼에 고정시킨 부분이 바깥쪽으로 되어 있고 마무리가 약간 날카롭게 되어 있어 급하게 끈을 잡고 지퍼를 열 때 손이 다칠 수도 있는 점이다. 보통 지퍼를 열 때 좀 더 많은 힘이 들어가는 점을 생각한다면 방향을 반대로 고정시켰으면 어땠을까 싶은 부분인데 사용자가 주의를 하는 수밖에 없다.


글을 적다보니 처음 내가 Z40을 등에 메보고 느낀 장점보다 단점이 더 많아 보이는데 아마도 직접 산행을 하고 난 이후의 감상이 아닌 방안에서 리뷰를 하듯 이것저것 비판적으로 바라봤기 때문이 아닐까 싶기도 하다. 정말 쓸만한 배낭인지는 꽤 많은 산행을 함께 한 다음에 비로소 알게될 것같다.

사진에 한창 빠져 있을 때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니 사진을 찍는 것보다 바디나 렌즈에 더 신경을 썼던 기억이 있는데 등산에 한창 빠지고 나니 정작 산에 가는 것보다 산행 장비들에 정신이 팔리는 요즘이다. 취미라는 게 결국 자기가 좋아하는 것을 즐기는 것이 아니냐는 서툰 변명을 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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