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왕국(Frozen). 애니메이션을 무척 좋아하는 나지만 솔로가 된 이후 극장을 찾는 일이 거의 없었던 탓에 영화 정보조차 모르고 있었다. 그러던 중에 우연히 음원 사이트에서 1위곡인 "Let it go"를 듣게 되었고 그날로 극장문을 두드리게 만들었고 후회없는 선택이었다. 지금도 극장에서 상영 중인 영화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가자니 스포일러가 포함될 수밖에 없는데 아직 영화를 보지 않은 분이라면 나중에 이 글을 읽으시기를...

먼저 이 영화의 하이라이트 중의 한 장면인 엘사가 주제곡을 부르는 장면을 보고 가도록 하자. 워낙 많이 알려진 노래기는 하지만 뮤직비디오 자체가 영화의 내용을 그대로 끌어왔기 때문에 그 자체가 스포일러기도 하다. 게다가 이 영화에서 가장 임팩트(적당한 우리말이 떠오르지 않는다)가 큰 부분인지라 디즈니에서 전략적으로 내놓은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었다.특히나 중간에 엘사가 머리를 풀고 옷을 바꿔 입을 때는 소름이 돋는 느낌마저 있었으니...

이 장면에서 가슴 한 구석에서 무언가 울컥하는 것이 있었는데 아직도 감수성이 이리 예민하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가끔 영화를 보다가 눈물이 나는 일이 종종 있었기는 했었는데 연애를 끝내고 나서는 그런 감정도 메말라버린 줄 알았다. 아무튼 다시 예전의 감정으로 돌아온 것 같아 다행(?)이다. 이 장면은 엔딩 부분과 함께 제법 여운이 오래 갈 장면이기도 하다. 

가사 자체가 이 영화의 주제와 긴밀한 연관이 되어 있어서 가사를 옮겨 온다. 영문 자체가 상당히 쉬운 편이어서 그냥 편하게 읽어 나가면 된다. 영화를 보고난 후 이 가사를 다시 읽어보자. "어? 줄거리가 그냥 다 들어있네?"라고 느껴질 테니까...


이 작품 하나를 놓고 보면 쓸 이야기가 굉장히 많다. 디즈니 이야기를 시작하면 스티브 잡스까지 이어지고 주제곡 이야기를 하면 브로드웨이 뮤지컬까지 이야기를 할 수 있다. 원작격인 안데르센의 이야기도 펼쳐 볼 수 있겠고... 하지만 이미 수 많은 비슷비슷한 영화평들과 분석(?)들이 나와있는 지금은 이 영화를 보고 느낀 감상만을 충실하게 적어나가는 것이 영화를 본 후의 본연의 글쓰기가 아닐까 싶다.

전체적인 이야기는 아주 간단하다. 디즈니에서 만든 작품이니 당연히(?) 공주가 등장한다. 그러면 왕자가 등장할까? 물론 등장한다. 대신 역할은 예전의 그것과는 아주 다르다. 사랑 이야기. 물론 등장한다. 그리고 이 작품의 핵심 역시 사랑이야기다. 아, 그러면 역시 공주와 왕자의 사랑이야기인가? 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그것은 마지막 장면에서 밝혀진다.

내가 왜 이 글의 제목을 사랑의 원초적 의미라고 적었는가 하면 우리가 흔히 '사랑'이라고 부르는 통념을 다시 한 번 생각해보게 했기 때문이다. 사랑의 시작은 가족이다. 요즘 나는 사랑의 정의를 다르게 생각하기 시작했는데 서로 다른 남녀가 만나 결혼을 하기까지는 아직 사랑이라 부를 수 없다. 그 둘이 아이를 낳았을 때 비로소 사랑이 시작된다. 비로소 가족이라 부를 수 있는 관계가 만들어지기 때문이다. 사랑의 시작은 가족..그것이 내가 다다른 결론이다.

'겨울왕국'은 우연인지 내 그런 생각에 잘 어울리는 이갸기를 풀어갔고 아마도 그래서 여러 혹평에도 불구하고 내게는 매력적인 작품이다.


겨울왕국의 사랑이야기는 흔한 남녀 간의 사랑이야기가 아닌 가족의 사랑이야기다. 세상으로부터 스스로를 닫힌 문 너머로 내 던진 언니(스스로 원해서가 아님에도)와 그 언니를 다시 세상으로 불러 오기 위한 동생의 이야기다. 

솔직히 디즈니에서 이런 내용을 줄거리를 만들어낼 거라고는 생각도 못 했고 김 빠진 엔딩이라고 혹평을 받는 마지막 장면이 오기 전까지도 나 역시 예상을 하지 못 했던 부분이다. 그렇지만 내 기준에서는 이런흐름이 크게 어색하지 않았고 어떤 이야기를 어떻게 들려 주고 싶은지 잘 이해가 갔기 때문에 만족스러웠다. 물론 어떤 주제에 대해서 사람마다 느끼는 바가 제각각이기 때문에 어쩌면 이도저도 아닌 애매한 작품으로 보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은 들었다.

사랑이 시작될 수도 있는 남자와 자신을 내치기만 하는 언니 중에서 선택을 해야 하는 순간에 안나는 언니를 위해 목숨을 내 놓는다. 위기에 처한 아기의 생명을 구하기 위해 자신의 안전은 아예 생각조차 않고 뛰어드는 그런 어머니의 모습이다. 남녀간의 사랑은 수 세기에 걸쳐 수 많은 이야기와 노래와 작품의 주제가 되고 있고 지금도 사람들이 늘 갈구하는 대상이지만 가족에 대한 사랑은 시간이 갈 수록 약해져 가는 것을 부정할 수 없는 요즘 겨울왕국의 이야기는 분명 남달리 보였을 것은 분명하다. 영화 내내 강조되는 "진정한 사랑"을 디즈니는 가족간의 그것으로 결론 지은 셈이다. 

아무튼 디즈니는 전형적인 자신들의 작품 패턴을 깨버렸다. 그동안 별 부담없이 받아들여지던 '처음 만나 사랑에 빠지는 공주'에 대한 비판도 곁들이면서 말이다. 그리고 전 세계의 열광적인 환호를 얻었다. 조금 과장해 말하자면 지금 세계는 가족에 대한 사랑에 목이 말라 있고 즉흥적인 사랑에 대한 거부감을 느끼고 있는 것은 아닐까? 감상이야 사람마다 다를 수 있는 것이니 그저 필자의 의견이라 생각하시면 되겠다.

그런 면에서 본다면 이 작품의 주인공 비중은 엘사보다는 안나 쪽이 아닐까 싶지만 두 사람 모두 공동 주연이라고 보는 것이 적당하겠다. 사랑은 일방적일 수는 없으니 말이다. 


작품 자체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면 인물의 표정 연기는 대단했다. 대사에 딱딱 어울리는 섬세한 표정연기 특히나 여주인공들의 눈썹 연기(?)에 저절로 웃음이 나오기도 했다. 대사의 여러 부분을 노래로 처리한 점은 이 작품 이후의 뮤지컬 상연까지 고려한 점이 아닐까 생각된다. 나만의 생각인지는 모르겠지만 첫 장면은 레미제라블의 패러디가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었지만 말이다. 

디즈니 작품답게 그래픽은 역시 화려하다. 거기에 기존의 전통적인 공주가 아닌 현대적인 분위기의 두 공주의 묘사도 잘 되어 있다. 다른 곳의 리뷰를 읽어보니 공주들이 사용하는 영어가 요즘 사용하는 현대 영어라고 한다. 아마도 덕분에 좀 더 관객의 공감을 많이 얻지 않았을까?  블루레이 버전이 나오면 한 번 구해서 보는 것도 극장에서 잡아내지 못한 그래픽의 세세한 부분을 잡아낼 수 있을 것 같으니 이 작품의 팬이 되기로 했다면 소장해보는 것도 좋겠다. 

등장 인물이 많은 것도 아니고 이야기 전개도 상당히 빠른 편이어서 -물론 약간 지루하거나 끼워 맞춘 듯한 줄거리도 있었지만- 108분이라는 러닝타임이 짧게 느껴지는 작품이었다. 화려한 그래픽과 마음을 울리는 음악들 그리고 예상을 깨는 결말은 겨울왕국이 말그대로 대박 흥행을 내는데 기여하지 않았을까?

라푼젤 이후 -겨울왕국에는 라푼젤이 등장하기도 한다. 눈썰미가 빠른 분들은 이미 찾아내셨을지도- 다시 한 번 디즈니의 저력을 보여준 겨울왕국. 아직 보시지 않은 분이라면 이 겨울이 가기 전에 극장에 들러보는 것도 좋겠다. 물론 가족과 함께라면 더없이 좋겠지만 그렇지 않다면 혼자 가서 보더라도 어색하지 않다. 

여담 :

디즈니는 벌써 겨울왕국을 주제로 한 게임앱을 출시해서 성황리에(?) 매출을 올리고 있다. 게임 내에서 주인공들의 3D 애니메이션을 볼 수 있고 게임 자체가 어렵지 않고 재미있어서 할 만은 한테 인앱 결제 비용이 만만치 않다는 점은 주의하자. :) 이 외에도 겨울왕국 관련해서는 국내외 각종 커뮤니티에서 활발한 이야기가 펼쳐지고 있으니 들러보는 것도 좋겠다.


글에 사용된 이미지는 http://www.superbwallpapers.com/ 에서 빌려온 것인데 방문하면 아주 큰 사이즈의 바탕화면을 구할 수도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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