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은 퇴근. 잠실에서 88도로를 타고 목동으로 돌아오기 위해서는 180도 정도되는 코너를 돌아야 하는데 평소와 같이(아니 어쩌면 진입 속도가 조금 높았을지도 모르겠다)코너에 진입한 순간 ABS가 심하게 걸리는 것이 느껴졌다. '허? 여기서 왠 ABS?'하는 순간 오버스티어가 나버렸고 바로 왼쪽 부분이 가드레일에 긇히는가 싶더니 그대로 튕겨버렸다. 결국 차량 우측 전면부가 오른쪽 가드레일과 부딪혀버렸는데 1차선이 약간 넘을까 말까한 코너에서 오버스티어가 난 후 반대 방향으로의 충격을 막기란 솔직히 무리였다.

베테랑 드라이버라면 급브레이킹에 이은 전륜 접지력의 회복과 급가속으로 어떻게 빠져나올 수도 있었겠지만 정말 1초도 안 걸리는 그 상황에서는 뜨거운 것을 만졌을 때 몸이 먼저 반응하는 것과 같은 반사가 이루어지지 않는한 답이 나오지 않았다. 무엇보다 급작스러운 1차 충격에 당황을 하다보니 2차 충격에 대한 예측이나 이론적인 지식은 생각조차 할 수 없었으니 말이다.

그나마 하체의 보강 작업 덕분인지는 몰라도 두 번의 크고 작은 충격에도 버텨주었고 집에 돌아와서야 타이어가 주저 않는 제법 위험한 상황을 겪고 말았다. 사고라는 것은 지극히 일상적인 순간에 일어난다는 사실을 정말 절실하게 느꼈는데 익숙한 코너라 해서 방심한 것이 가장 큰 실수였다.

자차를 들지 않아 결국 제법 수리비가 나왔는데 휠과 타이어값이 전체 수리비의 반이 넘는 것을 보니 튜닝이라는 것이 이래저래 진입 비용이나 유지 비용도 만만치 않다는 생각이 든다. 순정이었다면 바로 사업소에서 갈 수도 있는 부품들이 내가 따로 샾에 연락을 해서 물건을 수배하고 그것을 다시 받아 조립을 해야 하는 단계를 거쳐야 하니 말이다.

교과서적인 오버스티어라면 후륜이 날아가서 회전하는 형태가 되었겠지만 전륜이 먼저 가드레일과 충돌할 경우에는 2차로 반대 방향으로 차가 튕길 수도 있다는 것을 몸으로 체험한 셈이 됐다. 그나마 뒤에 다른 차가 오지 않은 것이 다행이라면 다행이었달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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