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게코스키의 독서편력

릭 게코스키 저/한기찬 역
뮤진트리 | 2011년 08월

내용     편집/구성  



책벌레들의 우상..사실 제법 많은 책을 읽어 온 나지만 저자의 이름은 생소하다. '어떻게 이 사람을 모를 수 있냐?'고 물으면 할 말은 없지만 말이다. 글 첫머리에 결론을 미리 적어 본다. 행여 어떤 책이건 추천을 받았으면 하는 마음으로 이책을 읽게 되면 후회하게 된다. 

이책은 게코스키라는 저자의 일생에 걸친 일종의 회고록-심하게 말하면 일기장-이지 싶다. 필자와 어떤 코드에서든 공감하기가 극히 어려웠던 나로서는 이책을 선택하게 된 것이 그리 유쾌하지는 않았다. 사실 전제가 잘못되었기 때문인데 나는 뭔가 새로운 책을 추천받기를 바랬기 때문이었다.

물론 각 장별로 책에 대한 내용은 들어가 있다. 그러나 그책을 왜 읽어야 하는지에 대한 이야기를 찾기는 힘들다. 그리고 내용이 전반적으로 상당히 지역적이고 지엽적이고 또한 개인적이기 때문에 2011년의 한국에 사는 나로서는 공감을 얻을 수 있는 부분이 많지 않았다.

이책을 제대로 읽기 위해서는 게코스키가 선정한 도서들을 통해 직접 자신의 삶에 변화가 있어야 하는 것은 아닌가 싶다. 책장을 덮고 가만히 생각을 해 봐도 역시나 같은 결론이다. 이책의 전개방식 자체가 그렇기 때문인데 저자는 이러저러한 이유로 어떤 책이 좋다가 아니라 어떤 책을 통해 어떻게 삶이 바뀌어 나갔나를 적어가고 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가장 공감이 가는 말은 '내가 읽은 책이 나를 형성했다는 것, 그리고 그것을 통해 나 자신을 알게 되었으며, 나 자신을 통해 그 책들에 대해서도 알게 되었다는 것이다'는 문장이다. 한 사람을 알기 위해 많은 방법이 있겠지만 그 사람의 서재를 둘러보는 것처럼 좋은 것이 있을까?

아무튼 이책은 생각보다 폭넓은 인기를 누리기는 어렵지 싶다. 일단 한 번 읽은 다음에 저자가 추천하는 책들을 읽어 보고 그책을 통해 자신의 삶에 변화가 주어보거나 변화가 생긴 다음에 이책을 다시 읽는다면 이책의 진가를 알 수 있겠지만 그런 과정을 몸소 따라가보려는 독자는 생각보다 많지는 않을 것 같기 때문이다.

끝으로 게코스키가 어쩌면 가장 많은 영향을 받은 엘리엇의 황무지를 옮겨 본다.

4월은 가장 잔인한 달, 키우나니
죽은 땅에서 라일락을, 뒤섞나니
기억과 욕망을...

이 문장이 이해가 가는 사람이라면 이책을 어느 정도는 제대로 읽은 것이다.


Unreal City,
under the brown fog of a winter dawn,
a crowd flowed over London Bridge, so many
I had not thoght death had undone so many


T.S 엘리엇의 황무지 중 60행부터 63행까지다.

문득 바쁜 일상 중에 발걸음을 멈추고 거리를 바라보면 이제까지 느낄 수 없었던 공허함이

내 주위를 가득 메운다. 거리, 흔적, 사람들이 만들고간 궤적

테두리조차 선명하지 않은 인간군상들의 모습 속에 나는 어디로 가고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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