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은 그것을 효과적으로 쓰건 그렇지 않건 지나가기 때문에 주도적으로 내가 내 생활을 이끌기 위해서는 시간계획표를 짜는 것이 중요하다. 그런데 이 계획표라는 것을 학창시절 방학 시간표 짜듯이 몇시부터 몇시까지는 무엇을 하고..하는 식으로 작성하면 오히려 능률이 오르지 않는다.

이미 시간은 지났는데 계획된 일을 하지 못 할 경우 자신에게 실망을 하게 되고 계획표 자체에 대한 불신도 생겨 날이 갈 수록 계획표 따로 본인 생활 따로 놀아버리기 때문이다. 결국 계획을 했다는 것 자체에만 의미를 부여하고 '나는 그래도 할만큼은 했다'고 자기합리화를 시켜버리게 된다.


시간계획에 따른 계획표가 아니라 작업 단위로 계획을 짜자..빈 노트 하나를 마련해 아침에 일어나는 순간 오늘은 무엇무엇을 해야겠다고 적자..주간이나 월간계획을 짜기에는 아직 습관이 덜 되어서 부족하기 때문에 일단 하루를 자신의 의도대로 이끌어가는 연습이 필요하다. 만약 일주일 동안 하는 일이 정해져 있어 같은 내용일지라도 일주일치를 한번에 죽 적는 것이 아니라 매일매일 새로 기록하는 것이 좋다. 그래야 경각심이 일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 노트는 반드시 자필로 기록하자. 휘발성이 강한 컴퓨터 작업은 아무래도 스스로에게 부여하는 강제성이 적다..그렇다고 이 준비를 위해 지나친 시간을 보낼 필요도 없다. 쓰다 남은 노트를 이용하는 것이 좋고 그마저 없다면 이면지에라도 기록하면 된다. 다만 그 기록들은 적어도 한 달 이상은 꾸준히 모아두기를 권한다. 예습보다 중요한 것이 복습이라지 않던가..


이런저런 이유로 정작 내 문제들을 방관하며 지낸 지도 제법 시간이 흘러갔다. 12월에 접어들면서 많은 것들이 말 그대로 초기화되면서 당황스럽기도 하고 막막하기도 해서 아예 한 두 발 물러서서 마치 다른 사람의 인생인양 지내도 보았지만 역시나 그런 일상이라는 것은 무언가를 잊기 위해 과음한 후의 두통처럼 결국은 좀 더 큰 괴로움으로 다가올 뿐이다. 2008년 참 이런저런 복잡한 일들이 많았던 한 해인데 정작 이 해를 마감하는 시점에서는 제로섬 게임이 되어버린 것도 가만히 생각해보면 내가 내 삶의 주체가 아닌 보조 역할만을 했기때문이라는 것이 명백해졌다..

아무튼 그 동안 놓고 지내던 일들을 다시 하나씩 원래 있던 자리로 돌려놓아야할 시간이다.

- 달리기는 이제 5Km를 넘어섰다. 하루 기준 거리를 5Km로 잡고 단기 목표는 10Km 단거리 마라톤을 완주할 정도로 키우는 것

- 제법 오래 놓고 있던 일어책을 다시 보는 것. 어느 정도 일본에 가서도 내가 하고 싶은 것들을 할 정도는 되지만 역시 어설프다. 생활 회화 중심이다 보니 문법이 약하고...내년 능력시험 2급을 목표로 공부를 해야 겠다.

- 밀린 책들. 후배가 준 책도 아직 제대로 읽지 못했고 요즘 다시 읽고 있는 헤세의 저작들도 읽는 속도가 제법 더디다. 헤세를 마무리하고 다시 니체로 돌아갈 생각이다. 이 역시 원점으로의 회귀다.

- 사진은 억지로 시간을 만들지 않으면 안 되는데 마음이 조급해서일까 선뜻 카메라를 들고 나가지 못한다. 사진의 경우는 좀 더 여유를 두고 파인더를 안정된 마음으로 들여다볼 수 있을 때를 기다려야 할 것 같다.

- 역시 제법 오래 멀리 했던 음악들, 클래식으로 음악에 입문했지만 지금은 완전히 잡식성이 되어 버렸는데..처음 음악을 접할 당시의 피아노곡 위주로 다시 정리를 해야겠다. 우선은 쇼팽..

몇 가지 안 되는 일 같지만 이것들을 제대로 소화하기에도 제법 굳은 각오가 되어 있지 않으면 안 된다. 가장 우선 해야할 것은 어수선한 책상 정리와 하루의 시작을 플래너로 하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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