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이면 유행하는 것 중의 하나가 다이어리다. 요즘은 컴퓨터로 많은 작업을 하기 때문에 이 다이어리에 대한 관심이 예전처럼 크지는 않지만 한 해를 준비한다는 의미에서 다이어리를 구입하는 사람들은 꾸준한 것 같다.


내가 다이어리를 처음 사용한 것은 군 시절이다. 그전에는 수필 형식의 일기를 쓰긴 했었지만 딱히 날짜에 구애 받지 않고 아무 때나 적어나가는 식이어서 체계적이라거나 하는 느낌은 없었다.


그런데 군에 입대하고 나니 시간계획이라는 것이 지상과제로 떠올랐다. 소대장 시절에는 주어진 시간계획에 맞게 일과를 진행하면 무난했지만 참모 장교가 되고 나서는 직접 시간계획을 짜야 하는 입장이 되었고 결국 다이어리를 하나 구해 사용하기 시작했다.


연간계획에서부터 월간, 주간, 일일 계획을 짜는 일은 아무리 전년도의 자료를 바탕으로 하는 것이기는 하지만 쉬운 일은 아니었고 작전과의 일이라는 게 실제로는 교육 장교 혼자 붙들고 있어야 하니 군대에 간 건지 회사에 취직한 건지 모르는 생활을 했었다.


아무튼 전역 후에는 시간 계획이라는 것에 질릴 대로 질려서인지 다이어리를 구입할 생각은 하지도 않았고 기자 생활을 하는 동안에도 다이어리보다는 기자수첩이라고 불리는 작은 노트에 메모를 하면서 업무를 처리했다.


사회생활을 하면서 특히 기자라는 시도 때도 없는 직업을 선택하면서 시간 개념은 저 멀리 사라졌고 이런 생활을 몇 년정도 하다 보니 생활 자체가 참 무계획적인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고 다이어리를 하나 구해보자 싶어서 여기저기 둘러보다 눈에 들어온 것이 프랭클린 플래너다.


굳이 플래너를 구해서 사용할 필요가 있는가..라는 생각은 누구나 들것 같다. 특히 다른 다이어리에 비해서 말도 안 되게 비싼 가격과 막상 이걸 제대로 활용할 수는 있을까라는 의구심, 의지만 있으면 백지만 가지고도 충분히 할 수 있지 않을까라는 회의 등등


하지만 무엇이건 직접 해 보거나 써 보지 않고서 평가하는 것처럼 어리석은 일은 없다. –물론 이 생각이 늘 맞는 것은 아니다. 이 생각을 가지고 있다 보면 별별 에피소드가 다 생긴다- 는 생각에서 처음 장만한 플래너는 클래식형이었다.


하지만 클래식형은 들고 다니기 지극히 어려운 부피에다 처음부터 사용자의 기를 죽이는 느낌이 들어서인지 한 달 정도 쓰다가 책장 구석에 넣어 두었고 다시는 플래너를 사지 않겠다는 결심을 다져준 계기만 됐다.


그리고 2006년 겨울이 시작하는 시점에서 나는 다시 플래너를 구입했다. 이번에는 무엇보다 가볍고 들고 다니기 편한 것 중에서 골랐지만 배송되어 온 제품을 보니 이건 또 너무 작은 게 아닌가하는 생각도 든다. 직장을 옮기면서 이젠 좀 계획적인 인간이 되어야겠다는 결심의 상징인 셈인데 얼마나 지켜갈 지 두고 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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