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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진짜 펜을 들어 글을 써봤습니다.

잉크를 찍어 쓰는 펜은 어쩐지 글을 정말 쓴다는 느낌도 들도 과거의 어느 시간으로 돌아가는 듯한 느낌을 줍니다. 

글 쓰는 것을 좋아하다보니 필기구에 이리저리 마음이 끌리는 것은 어쩔 수가 없는 것 같습니다.


Rubinato, Sailor Jentle Blac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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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년필을 즐겨 쓰다 보면 역시 잉크에 민감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런데 가만히 들여다보면 검은색도 다 검은색이 아닙니다. 미세한 차이를 보이는 색들이 존재하고 또 제조사마다 고유의 색상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자신에게 딱 맞는 색을 고르기가 쉽지가 않습니다. 왠만한 잉크는 다 써봐야 알기 때문이죠. 아니 대충 고만고만한 거 아니냐? 고 반문할 수도 있지만 펜을 좋아하는 이들에게 잉크는 무척 중요한 의미입니다.




검정색의 경우 이전 포스팅에서도 이야기를 하긴 했는데 본격적인 잉크 이야기는 우선 푸른색 계열로 해볼까 합니다. 만년필에 왠 파란색? 이라고 생각하실 수도 있지만 공문서에 인정되는 색상이 검정과 파랑이라는 점을 생각하면 검정 이상으로 파란 계열의 잉크는 우리 실생활에서 많이 사용하고 있습니다. 저 개인적으로도 파란색 계열의 잉크를 즐겨 쓰고 있습니다. 물론 만년필이라는 한계(?)상 하나의 만년필에 하나의 잉크를 넣어서 쓰고 있으니 경제적이지는 않은 셈입니다.

이번에 소개할 잉크는 J.Herbin이라는 회사에서 만든 잉크입니다. 일단 J.Herbin의 홈페이지를 먼저 구경하고 오시죠. 그래야 이해가 더 잘 되실 수도 있겠네요.




J.Herbin의 역사는 1670년으로 거슬러 올라가니 무려 300년이 넘어가는 역사를 가지고 있는 잉크입니다. J.Herbin을 잘 모르시덜라도 몽블랑의 쥬뗌므나 사쿠라와 같은 향수 잉크를 아신다면 바로 이 잉크를 만든 회사기도 하죠. 까렌다쉬의 잉크 역시 J.Herbin의 제품입니다. 이 회사의 잉크는 말 그대로 자연의 색상을 가져오는 것으로 유명합니다. 물론 향수 잉크와 같은 별종(?)도 있지만 습작가들에게 향수 잉크는 큰 매력은 없겠죠.

아무튼 J.Herbin의 여러 색상 중에 보편적으로 사용되는 파란색 계열은 5가지로 구분할 수 있습니다. 원어는 같지만 우리말로는 제각기 다르게 불리기도 하는데 원어로 보면

BLEU AZUR

BLEU PERVENCHE
BLEU DE SAPHIR
BLEU NUIT
BLEU MYOSOTIS

이렇게 됩니다. 우리말로는 위에서부터 터키옥색, 짙은 터키옥색, 사파이어블루(애매하군요), 다크블루, 딥블루 정도가 아닐까 합니다. 참고로 한 샾에서는 아래 그림과 같이 표현하고 있기도 합니다.


이번에 살펴 볼 BLEU DE SAPHIR 즉 문자 그대로 사파이어 블루 혹은 울트라마린 블루(뭐로 불러도 우리말은 아니군요)는 여라 파란 계열의 잉크 중에서 중간 정도의 느낌을 가지고 있다고 보시면 됩니다. 이 색은 파란색이면서도 약간 붉은 느낌도 가지고 있습니다. 그래서 아마 한눈에 보기에는 가장 일반적인 파란색보다는 조금 진한 느낌이 듭니다. 물론 그래도 파란 느낌이 훨씬 강하게 들기 때문에 공공문서에도 문제가 되지 않습니다.




만년필에 파란 계열의 색을 쓰시는 분들은 종종 블루블랙(군청색)이라는 잉크를 쓰시는데 J.Herbin의 잉크 중에는 딥블루가 비교적 그런 느낌이 아닌가 생각이 됩니다.

30mm라는 용량은 일단 꽤 부족합니다. 게다가 가격도 저렴한 편은 아니니 J.Herbin의 잉크에 손이 쉽게 가기는 어렵습니다. 다음에 다룰 오로라의 잉크도 45mm 병잉크가 J.Herbin보다 훨씬 저렴하니까요. 몽블랑의 50mm잉크도 따져보면 J.Herbin보다 저렴하니 이 잉크의 가격이 만만치 않다는 점은 눈치를 채셨을 겁니다. 물론 같은 내용물인데 포장만 다른 까렌다쉬의 경우는 J.Herbin보다 훨씬 비쌉니다..병 디자인 값에 메이커 프리미엄이 단단히 붙은 셈이죠..까렌다쉬 잉크는 선물용이 아니면 정말 사기는 어려울 듯합니다.



아무튼 이 5가지 파란 계열의 색 중에서 저는 사파이어 블루를 사용합니다. 크게 튀지 않는 보편적인 파란 느낌의 색이고 적당한 농도(붉은 끼가 많지는 않은)가 시원시원한 느낌을 주기 때문인데요. 정말 더 시원한 바다 느낌을 원하는 분이라면 터키 옥색이라고 불리는 BLEU AZUR가 제격입니다. 그런데 이 색은 펜에 따라 아예 흐리게 보일 수도 있으니 짙은 터키옥색 그러니까 BLEU PERVENCHE를 쓰시면 '주변에서 흔히 보기 어려운 파란색을 쓰는 사람'이 되실 듯 합니다. ^^

J.Herbin의 잉크는 비록 가격은 만만치 않지만 사용자의 미묘한 감정이나 성격에 따른 색상의 사용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상당히 매력적인 잉크입니다. 천편일률적으로 만년필 잉크는 검정 아니면 파랑이라는 선입견은 이제 버리셔도 좋겠습니다. 26가지의 색상이 어느 하나 비슷하지 않고 차이를 가지고 있으니 적어도 26번의 변화를 줄 수 있다는 의미도 되겠지요.

 

    한편에서 보면 상당히 투박한 병 디자인이다. 옆에 있는 오오라 잉크나 몽블랑 잉크와는 또 다른 느낌이다.
 
    펜을 올려놓을 수 있게 디자인된 병. 다만 여기에는 만년필이 아닌 정통 '펜'을 올려놓아야 어울린다. 
    (만년필의 두께보다 훨씬 얇기도 하다)

 


전에도 만년필에 대한 이야기를 적은 적이 있지만 난 펜을 무척이나 좋아한다. 그렇다고 대단한 명필은 아니지만 펜으로 글을 쓴다는 것은 왠지 아날로그적인 감성을 불러일으키기도 하고 뭐랄까 좀 더 정리가 잘 되는 느낌이다. 아마도 e-book으로 책을 읽는 것보다 종이책을 읽는 것이 더 눈에 잘 들어오는 것과 같은 것이 아닐까


기존에 사용 중인 만년필은 일상에서 메모를 하기 위해 사용하는 펠리컨의 M150과 플래너에 작은 글씨를 기록하기 위한 세일러의 프로핏이다. 아버지가 주신 파커 제품은 쓰지는 않고 보관만 하고 있다. 역시 만년필하면 아마 파커가 가장 먼저 생각나기 쉬운데 그런 면에서 보면 펠리컨이나 세일러는 조금 낯선 브랜드일지도 모르겠다. 물론 만년필을 좋아하는 분들에게는 꽤나 친숙한 이름이다.

그리고 3번째 만년필은 좀 더 이름이 낯선 비스콘티다. 소위 조금 잘 나가는(?) 만년필이라면 몽블랑이나 (그라폰)파버카스텔, 오로라 등을 떠올리는 분들도 계실텐데 비스콘티는 여전히 낯선 이름이다. 하지만 이 메이커도 만년필에 관심이 좀 있다면 꽤나 낯익은 이름이 아닐까 싶다. 비스콘티의 특징은 본체의 재질인데 셀룰로이드를 사용하고 있다. 만년필을 식물성으로 만들다니? 라고 생각이 들 수도 있지만 그만큼 처음 잡았을 때의 그립감이 부드럽다.

내가 구입한 제품은 비스콘티의 여러 제품 중에 가장 저렴한(?) 반 고호 미디 모델이다. 색상은 바닐라 색으로 만년필이라면 검정을 고집하는 분들에게는 어색하게 느껴질 수도 있겠지만 비스콘티의 경우 모든 제품이 손으로 제작되기 때문에 같은 색상을 택하더라도 100% 같은 제품은 없는 것도 특징이다.

무게는 캡이 상당히 무겁고 전체적으로 무게 중심이 펜촉이 있는 앞쪽으로 쏠려있다. 극히 가벼웠던 M150이나 프로핏에 비하면 육중한 느낌도 든다. 필기감은 역시 명불허전인데 금촉의 경우 스틸촉에 비해 종이면에 닿는 소리가 거의 없다. 스틸촉이 사각사각하는 느낌이라면 금촉은 스윽스윽하는 느낌이다.

다만 잉크는 비스콘티의 제품은 나랑은 조금 안 맞는 듯하다. 하긴 기존의 잉크도 어느 정도 말려서(?) 쓰는 스타일이니 묽게 느껴질 수밖에 없다.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잉크는 역시 세일러 잉크와 몽블랑 잉크인데 일단 비스콘티 잉크에 적응을 해 보는 것도 나쁘진 않은 것 같다.

하루가 다르게 진화하는 세상을 살아가면서 지극히 아날로그적인 만년필을 쓴다는 것이 첨단과는 거리가 먼 일일 수도 있겠지만 그만큼 인간적인 느낌을 스스로 받을 수 있다면 그것으로 족한 것이 아닐까 싶다.

손으로 글을 쓰는 것을 즐기는 입장에서는 ‘펜’이 중요한 관심사다. 펜을 고르는 요령에는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그립감이라고 불리는 손에 잡았을 때의 느낌과 종이에 글을 쓸 때의 느낌이 가장 크게 작용하지 싶다.

내 경우는 가는 글씨(細筆)를 좋아한다. 가는 글씨는 깔끔하게 정리가 된다는 장점이 있지만 필체가 좋지 않은 경우는 어수선하다는 느낌이 나는 단점이 있다. 가는 글씨를 쓰려면 특히 ‘펜’을 잘 골라야 한다. 잉크를 내보내는 공간이 다른 펜들에 비해 좁다 보니 글씨가 중간에 끊어지거나 종이가 긁히는 등의 문제가 생길 수 있기 때문이다.

요즘은 워드 프로세서가 워낙 보편적으로 사용되다 보니 직접 펜을 들고 종이에 글을 쓰는 일은 상대적으로 적어졌지만 일상 생활에서 ‘아날로그적인 감성’을 즐기기에는 글쓰기처럼 좋은 것은 없지 않나 하는 생각이다.

펜의 종류는 정말 많지만 연필과 샤프, 볼펜, 만년필 정도가 우리가 쉽게 접할 수 있는 것이다. 연필의 경우는 아마도 요즘은 거의 사용하지 않겠지만 필기도구 중에서 가장 정감어린 것을 고르라면 연필을 1순위로 올려 놓아도 손색이 없다. 나무와 흑연 특유의 향이 글을 쓰는 중간에 여유를 주기 때문이다.

샤프는 내 경우 하나의 제품만을 고집해서 쓰고 있다. 일본 Pentel에서 나온 0.5mm와 0.3mm로 국산인 제도 샤프의 원조격인 제품이다. 이 샤프는 무엇보다 워낙 손에 익숙해져서 다른 것을 쓰기 어렵다는 이유로 사용 중이다.

볼펜의 경우는 젤 잉크가 들어간 제품을 선호하는 데 시험 공부를 할 당시에 답안지 작성용으로 워낙 많이 사용하다 보니 익숙해진 필기구다. PILOT의 G-2 0.5mm가 주로 사용하는 펜이고 들고 다니면서 메모를 하는 데에는 흔히 선물용으로 많이 주고 받는 Parker의 Reflex를 사용한다.

무엇보다 가장 좋아하는 펜은 역시 만년필이다. 만년필 사용자의 대부분이 그렇듯이 나도 아버지로부터 물려 받은 낡은 Parker 만년필로 처음 글쓰기를 시작했다. 만년필은 손에 맞는 제품을 찾기가 쉽지가 않다. 우선 직접 써보고 고를 수 있는 경우가 많지 않은 데다가 가격이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나 역시 여러 차례의 시행착오를 거쳤고 현재 사용 중인 것은 일본 Sailor의 Profit과 Pelican의 M이다. 두 제품의 공통적인 특징이라면 역시 세필이다. 몽블랑과 같은 두꺼운 펜은 손에 쥐어줘도 사용하지 못한다.

잉크는 몽블랑이 특유의 색 때문에 매력적이고 세일러의 경우는 초미립자 잉크라는 자체적인 모델이 있는 데 세필에는 이 잉크가 가격적인 부담만 감수할 수 있으면 제일 적합하다. 펜 이야기는 하나씩 따로 주제를 잡아서 천천히 이어가 보도록 할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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