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 대중화에 가장 기여한 것을 꼽으라면 단연 홈페이지다. 이메일 서비스로 사용자를 모았던 초창기 인터넷은 개인용 홈페이지의 등장으로 급속하게 확대되었고 자신의 홈페이지를 만들기 위해 도메인을 구입하고 웹호스팅을 하는 것이 하나의 유행처럼 여겨지던 시기가 있었다.

하지만 직접 홈페이지를 만들고 호스팅을 하는 번거로움에 쉽게 지친 네티즌들이 늘어나기 시작했고 인터넷 기업들은 “그렇다면 우리가 만들어주겠다”며 싸이월드나 네이버 블로그, 다음 블로그 등의 공간을 네티즌들에게 마련해 주었다.

이 개인화된 공간은 네티즌들의 폭발적인 호응에 힘입어 하나의 문화현상으로 자리를 잡았고 현재도 막강한 위력을 발휘하며 하나의 필수품으로 자리를 잡기에 이르렀다. 문제는 개인용 블로그가 전혀 개인적이지 않다는 데서 발생했다.

싸이월드를 사용하건 네이버 블로그를 사용하건 ‘뭔가 통제되고 있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는 것에 반기를 드는 사용자들이 늘기 시작했다. “내 블로그인데 왜 업체 광고가 들어가 있고 업체에서 정한 형식으로밖에 만들 수 없는가?”라는 원초적인 문제가 제기된 것이다.

업체 입장에서는 “우리가 막대한 자금을 들여서 쉽게 블로그를 만들 수 있게 해주었는 데 그것도 모자라느냐?”고 반문할 수 있겠지만 네티즌들은 “그건 당신들 생각”이라고 주장한다. 그리고 한 때 열광적으로 박수를 아끼지 않던 싸이월드, 네이버, 다음 등의 블로그를 떠나기 시작했다.

이즈음 새롭게 각광을 받은 것이 이글루스와 같은 사용자 지향형의 정통 블로그 형태로 사용자가 상당한 자유로움을 가지고 나만의 공간을 구성할 수 있다는 장점으로 네티즌들의 관심을 모았다. 하지만 이글루스 역시 SK커뮤니케이션즈로 흡수되면서 ‘기업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는 공간’에 대한 네티즌들의 열망은 높아만 갔다.

그리고 2006년 하반기에 들어선 요즘 네티즌들은 기존의 만들어진 블로그가 아닌 만드는 블로그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소위 ‘설치형 블로그’라고 불리는 이 블로그는 과거 홈페이지가 처음 인터넷에 도입되었을 때의 바로 그 모습과 큰 차이가 없다.

설치형 블로그는 번거롭다. 도메인도 구해야 하고 웹호스팅도 해야 한다. 기존의 싸이월드를 쓰면 한 푼 안 들여도 되는데 도메인 비용이니 호스팅 비용이니 매달 지출이 이어지는 부담도 있다. 하지만 이 설치형 블로그는 말 그대로 선풍적인 인기를 모으고 있다.

“돈이 들어가도 나만의 공간, 내게 필요한 메뉴로 꾸미고 싶다”는 것이 설치형 블로그 마니아들의 주장이다. 네티즌들은 말한다. “업체의 광고도 짜증나고 로고도 보고 싶지 않다”고. 포털들은 이런 낌새를 눈치 채고 자사 링크를 내리기도 하고 네티즌의 자유도를 최대한 보장하는 쪽으로 서비스를 개선하고 있지만 늦어도 한참 늦었다.

이제 네티즌들은 더 이상 거대 포털에 매달리지 않는다
. 자신들끼리 정보를 공유하고 뉴스를 만들어간다. 필요한 지식은 서로 나누면 된다. 블로그 간 연대 움직임이나 블로그만을 위한 커뮤니티의 활성화는 이러한 트렌드를 증명하고 있다. 인터넷이 변하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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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터툴즈 블로그에 소개가 되기도 했던 원문 글입니다만...주관적인 느낌이 조금 강한 글입니다. 태터툴즈의 경우 개인의 취향에 맞게 블로그를 꾸밀 수 있는 장점이 있는 반면 어느 정도 시스템을 이해해야 본격적인(?) 개인화가 용이하죠. 이건 다른 설치형 블로그도 마찬가지입니다만..

세상이 돌고 돈다는 말처럼 인터넷도 초창기로 돌아가는 모습들이 요즘 여기저기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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