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디오스타’...사실 아무런 사전 정보도 없었고 ‘타짜’를 보는 줄로 알고만 있었는데 극장에 가서야 바뀐 것을 알았다. 그래서 이 영화에 대한 정보는 거의 없었다. 알고 있던 기초 정보라면 일요일 영화 안내 프로그램에서 들은 (나는 TV를 거의 보지 않는다. 소리만 들었으니 이 표현이 맞을 것같다) 안성기와 박중훈 주연의 영화라는 점, 이준익 감독이 만든 영화라는 점 정도랄까...

영화에 대한 평가는 이미 많은 곳에서 다루었으니 여기서 또 ‘영화전반에 흐르는 잔잔한...’ 이런 말을 쓰는 것은 의미가 없다. 평론은 평론가들에게 맡겨두자. 물론 나는 작품에 대해 ‘평가’를 하는 것을 좋아하지는 않는다. 학창시절 시를 분석하는 것을 보고 기가 막혔으니 말이다.. 말이 또 옆으로 샌다..

아무튼 영화를 보는 내내 지루함이 없었던 점은 꽤나 좋았다. 지극히 평범한 일상을 다루고 있지만 편하게 볼 수 있는 점은 감독의 능력이다. 아무 데서나 터지는 미국식 액션도 없고 ‘작품을 위해 벗었다’는 여배우도 없다. 청춘스타가 등장하는 것도 아니다. CG가 등장하지 않는 점도 매력적이다. (그렇다고 내가 보수적인 다큐멘터리물을 즐기는 사람은 아니다)

‘라디오스타’의 주제는 부러진 벤츠 엠블럼에 들어 있다. 영화를 주의 깊게 본 사람이라면 내가 말하는 의미를 이해하지 싶다. 아직 개봉 중인 영화의 장면을 묘사하는 것은 예의가 아니지만 이것 하나만 언급해둔다. 영화를 아직 안 본 분이라면 두 사람이 타고 다니는 차를 눈여겨보시기를...

안성기와 박중훈의 연기는 그동안의 연륜을 그대로 보여주었다. 오랜만에 본 두 사람이어서 그런가 ‘세월의 힘은 어쩔 수 없구나’ 하는 생각도 많이 들었다. 특히 박중훈은 참 많이 변했다. 하지만 배우는 나이가 들수록 좋다는 것이 내 지론인 까닭에 두 사람의 연기를 보는 것 자체가 큰 즐거움이었다.

깜찍하게 나와 준 최정윤도 오랜만에 보는 모습이지만 배역을 잘 소화했다. 신인인 한여운에 대한 기사는 많지만 여배우 비중이 워낙 적은 영화다보니 최정윤의 연기에 대한 평은 별로 없다. 철저하게 선입견이 들어간 입장에서 말하자면 “잘했어요”

영화가 끝나고 엔딩 크레딧이 올라가는 것을 보면서 이른 아침에 편한 복장으로 극장에 나가 보기에 제격인 영화라는 생각이 들었다. 요즘은 복잡한 영화보다 보는 순간 이해가 되는 작품이 좋다. 화면을 보면서 ‘아 정말 그래...’하고 공감할 수 있는 영화가 좋은 영화라는 생각이다.

혼자가 된 이후에는 극장에 따로 시간을 내어본 적이 없으니 4년 만이다. 그래도 좋은 영화를 보게 되어 이른 아침부터 서두른 보람이 있었다. 아, 그리고 이 영화는 엔딩 크레딧도 눈 여겨 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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