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가 3박 4일간 나들이(?)를 가시면서 집안 일을 전담하게 됐다. 가끔 반나절 정도 자리를 비우셨을 때는 집안 일을 하는 것이 그렇게 어렵다거나 번잡하다거나 하지 않았는데 온전히 하루의 집안 일을 다 해보니 이것이 만만한 일이 아니다.

특히 최근 노령으로 기력이 쇠한 강아지 관리가 가장 신경이 쓰이는데 밥을 억지로 입에 밀어넣어줘야 하는 탓에 아침내내 개와 씨름을 했다. 개 입장에서는 늘 밥 주던 어머니가 아니고 왠 녀석이 자기 입을 벌리고 밥을 밀어넣으니 기분이 좋을리가 없고 내 입장에서도 싫다고 버티는 녀석에게 밥을 먹이는 일이 쉬운 것은 아니다.

대충 오전 설거지를 마치고 나면 벌써 점심시간이다. 점심이야 식구들이 없으니 강아지 간식거리 하나 먹이고 밀린 빨래를 한다. 딸랑 네 식구인데 빨래거리가 이렇게 많이 나올 줄은 몰랐다. 세탁기에 넣고 돌린다고 다 해결되는 것이 아니고 세제조절도 해야하고 빨래 종류별 세탁도 해야 하니 이것도 제법 만만치가 않다. 세탁이 종료되었다고 울어대서 가 보니 빨래들이 물에 둥둥 떠 있는 경우는 대체 무엇인지..

이래저래 난리를 겪고 집안 청소를 시작하면 이게 또 끝이 없다. 제법 오랜 시간 공을 들여 청소도 하고 가구재배치도 한 것 같은데 전혀 티가 나지 않는다. 강아지는 간식달라 화장실 간다 재촉하니 그냥 청소기에 매달고 집안 청소를 한다. 그러면 어느 새 오후 느즈막..

슬슬 식구들이 돌아올테니 저녁 준비를 해야 하는데 밥은 할 줄 알아도 반찬이 문제다. 결국 어제는 포기하고 피자를 시켰는데 오늘이 문제다. 동생은 알아서 먹고 들어오라고 하면 되고 깐깐한 아버지 식사가 문젠데..

아무튼 살림이라는 게 보통 일이 아니라는 것을 느꼈다. 집안 일 하랴 직장 다니랴 하는 요즘 아내들을 보면 참 대단하다는 생각이 든다. 주말에 퍼져서 TV앞에 앉아 있는 남편이 미워보이는 것은 당연한 일이 아닐까..

 

'세상 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오랜만에 선생님을 만나다  (0) 2008.11.24
아침 운동 유감  (4) 2008.11.17
사진으로 말하는 사랑 스타일  (4) 2008.11.02
내 여자에겐 따뜻하겠지  (4) 2008.11.01
그녀를 만날 준비를 하자  (2) 2008.10.31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