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이 많다거나 혹은 일이 어렵다거나 하는 것보다 힘든 것은 그런 일상을 함께 이야기할 동료가 없다는 것이 아닐까 싶다. 비슷한 동년배도 없고 업무 특성상 완전히 혼자 모든 것을 처리하다보니 외로운 마음이 많이 드는 게 또 요즘의 내 모습이다.

하루 12시간 이상을 회사에서 보내지만 업무적인 간단한 말들을 제외하면 마치 예전에 고시공부 하던 시절처럼 입을 다물고 지낸다. 말이 많은 타입은 아니지만 그래도 잠깐잠깐 담배를 같이 태우거나 가끔 맥주라도 한 잔 기울일 주변인이 없는 것은 참 아쉬운 부분이다.


아마도 내가 다시 신앙으로 돌아가게 된 것도 이러한 분위기와 무관하지는 않은 것 같다. 보이지는 않지만 적어도 혼잣말이라도 들어줄 대상이 있기 때문이다. 물론 소리내어 하는 기도는 아직도 어색하다. 어쨌건 참 익숙한 것이 고독이고 외로움인데도 나이가 들면서 조금은 흔들리는가 싶기도 하다.

오래 전 MBTI결과와 직업 적성을 보니 창작 업무가 가장 높게 나온 걸 보면 어쩔 수 없는 고독한 스타일인 것은 맞는 듯도 한데 전에는 신경 쓰지 않았던 성직자나 선교사가 있는 것을 보니 글 쓰는 신부님이 내게 가장 어울리는 직업인가 싶기도 하다. 과연 자신의 본연의 능력이나 성품과 어울리는 직업을 가진 이들이 얼마나 될까..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도 보람을 느낄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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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 다니지 못했던 여행도 다녀보고 오랜만에 밀린 책들도 읽었다. 회사를 다닐 때에는 무엇이 그리도 바빴는지 잠시 짬을 내어 어디를 간다거나 보고 싶었던 책을 읽는 것이 왜 그리 어려웠을까 싶을 정도다. 물론 어설픈 핑계라는 것은 잘 알고 있다. 하루하루의 일상에 쫓기며 결국 나만의 시간과 공간을 만들어내지 못한 일종의 자기관리의 실패라고 할 수 있으니 말이다.

세상 일이란 참 뜻대로 되지 않는 것이어서 이후 생각해두었던 일들이 대외적인 여러가지 변수로 인해 어려워지면서 다시 나 혼자만의 홀로서기를 해야겠다는 결심을 하게 되었다. 그렇게 생각하면 일을 손에서 놓은 지 이제 2주가 되는 셈이다. 다시 처음부터 모든 것을 시작한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반면 이제는 지금까지의 나에서 벗어나 전혀 다른 나로 다시 시작할 수 있는 기회기도 하다.

결국 모든 일이 그렇듯이 선택의 문제이고 생각의 문제가 아닐까...

취업사이트를 뒤적이며 오래 전 이력서의 먼지를 털어내본다. 대학을 졸업하고 군대를 마치고 돌아올 무렵과 지금은 참 많은 면에서 비슷하다. 물론 당시는 여자친구가 나보다 더 내 취업에 열정적이었던 차이는 있지만 말이다.

아무튼 혼자 모든 것을 챙겨나가려면 준비물로 제법 필요하다.

무엇보다 무제한이라고 할 수 있는 나태한 시간을 관리할 플래너와 내 가치관의 틀을 유지해줄 책들과 삭막해져버리기 쉬운 감정을 다스려줄 음악..

그리고 내 삶의 한 구석을 차지하고 있는 사진과 낡은 자동차..

이제 다시 시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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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를 그만둘 때만 해도 앞으로 어떤 일을 하겠다라는 구상이 대체로 있었는데 경기가 갈 수록 안 좋아지니 계획이 예정대로 되지 않고 계속 밀리고 있다. 가만히 앉아서 경기가 나아지고 그래서 원래 하고자했던 일이 시작되기를 기다리자니 시간이 하염없이 길어만 질 것 같은 분위기다.

30대 중반에 접어들면서 무언가 인생에 승부수를 던져야 하는 시기이기도 하고 적어도 결혼을 포기한 입장에서는 그래도 다른 이들보다 모험에 운을 걸어볼 여지가 많기는 하다. 사실 번드르한 사무실에서 양복에 넥타이 매고 앉아있는다고 해서 대단한 것이 아니라는 것을 지난 세월동안 절실하게 느꼈기 때문에 이제는 어떤 일이 되었건 나 스스로가 집중을 하고 열정을 바칠 수 있는 일을 해야하지 않을까 싶다.

돈을 많이 벌고 윤택하게 사는 것보다 중요한 것은 인생의 가치를 찾는 것. 언제 어떻게 될지 알 수없는 시대를 살면서 마냥 장밋빛 꿈만 꿀 수는 없는 일이다. 생각하는 대로 살지 않으면 사는대로 생각하게 된다는 단순한 진리는 이 시간에 더욱 빛이 난다.

자 앞으로 어떤 삶을 살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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