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LR을 사용하는 사람이라면 렌즈에 대한 고민을 늘 하게 된다. 99년으로 기억하는데 니콘의 F100으로 SLR에 입문한 나로서는 그동안 소위 '장비병'을 거쳤었다. 사진을 찍는 것도 좋아하지만 사진 장비 자체 또한 상당히 좋아하는지라 중형포맷을 제외하면 어지간한 장비들은 써 보지 않았나 싶다. 그리고 그 모든 과정 끝에 내 나름대로 내린 장비 세팅은 의외로 간단했다.

수백만 원을 호가하는 렌즈들을 거치고 거쳐 끝내 정착한 렌즈는 아래의 두 개다. 물론 아쉬운 거라면 광각 영역이다. 20mm 하나만 더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은 하지만 당분간은 조금 미뤄두어야 할 상황이다. 

첫번째 렌즈는 구형 35mm렌즈다. 정식 명칭은 AF NIkkor 35mm f2.0D인 이 녀석은 1995년에 초기 버전이 출시되었고 내가 가지고 있는 렌즈는 2006시리즈로 2006년 이후 발매된 버전이다. 구형 렌즈인데다가 포커싱 소리가 시끄럽기도 하고 뭔가 디자인이 고리타분해 보이기도 하지만 카메라를 들고 나갈 때면 소위 렌즈캡으로 사용하는 녀석이다. 35mm는 오래 전부터 워낙 내 눈에 익숙한 화각이어서 그런지 이 렌즈로 세상을 들여다보고 있으면 참 편안한 느낌이 든다. 가장 현실감있는 렌즈가 아닐까 싶다.

니콘으로 정착하기 이전에도 콘탁스, 라이카 기종 모두 35mm를 사용했는데 심도만을 이용해 노파인더 촬영도 간단하고 어떻게 찍어도 가장 무난하게 나오는 화각대라는 생각이다. 물론 50mm를 표준으로 사용하는 분들에게는 다소 넓은 감도 있겠지만 렌즈의 화각이라는게 사실 어느 정도는 익숙함에서 오는 것이지 싶다. 28mm를 사용하는 분들 이야기를 들어보면 그 화각대가 가장 편안하다고 하니 말이다.

두번째 렌즈는 55mm 마이크로다. 원래는 매크로라고 해야 하는데 니콘의 고집인지 굳이 마이크로라 쓴다. 흔히 말하는 접사렌즈인데 1979년에 처음 발매된 렌즈이니 역사도 제법 되는 렌즈다. 그렇다고 골동품은 아니고 시리얼 8번대는 2006년 이후 출시된 렌즈다. 내가 가지고 있는 녀석은 5번대 시리얼로 아마 2003년 정도에 나온 렌즈가 아닐까 싶다. 이 렌즈는 디지털로 넘어 오기 전에도 두번을 구입했다가 내보낸 녀석인데 D700으로 넘어오면서 다시 들인 녀석이다. 예전에는 구하기가 어려워 미국에서 공수를 해오기도 했었다.

니콘의 전형적인 Ai-S타입렌즈다. 이 렌즈는 접사렌즈임에도 풍경에서도 대단한 성능을 보이는 렌즈여서 전천후로 활용하기에 적당하다. 가격도 저렴해져서 중고장터를 뒤져보면 깨끗한 녀석을 10만 원대에 들일 수 있다. (물론 신품을 구할 수도 있다) 디지털 시대가 열리면서 니콘 수동렌즈를 사용하는 사람들에게는 아주 반가운 일이다. 

이런 분위기지만 칼 차이즈의 수동렌즈들은 여전히 대단한 가격대를 자랑한다. 특히나 25mm는 여전히 유혹의 대상이긴 하다. 예전같으면 어떻게 장만이라도 해볼까 전전긍긍했겠지만 요즘은 좋은 장비들을 봐도 크게 마음이 가지 않는다. 무엇보다 내 사진 실력이 장비가 달라진다고 해서 크게 나아지지 않음을 알기 때문이고 결정적으로 사진을 찍으러 좀처럼 나가지 않기 때문이다.

단렌즈가 좋으냐 줌렌즈가 좋으냐. 밝은 렌즈가 좋으냐 어두운 렌즈도 괜찮냐. 끊임없이 사람들이 묻는 질문이다.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줌렌즈는 편리하지만 생각을 흐트러뜨린다.내가 단렌즈를 고집하는 이유 중의 하나다. 자동렌즈는 편리하지만 생각의 시간을 빼앗아간다. 내가 수동렌즈를 좋아하는 이유다. 그럼에도 편의성과 즉시성을 끝내 포기할 수 없어 LX5를 들였으니 말처럼 실천하기란 또 얼마나 어려운 일인가 새삼 생각을 해 본다. 

결국 결론은 자기가 편하면 된다. 사진 역시 자기가 보아 마음에 들면 그만이다. 그렇다고 고가의 장비를 들이는 것을 비난할 필요는 전혀 없다. 그 역시 자기만족이다. 히말라야에 오를만한 옷을 입고 동네 뒷산을 가건 고성능 스포츠카로 마트에 장보러 가건 어디까지나 그건 개인의 문제니 말이다. 사진 장비도 마찬가지다. 200만 원대의 조리개 2.8렌즈를 들고 다니건 번들렌즈를 들고 다니건 그 사람이 좋으면 그만이다. 등산장비가 취미일 수도 있고 자동차 자체가 취미일 수도 있고 카메라나 렌즈 자체가 취미일 수도 있는 것이니까. 


4구간을 마치고 5구간은 조금 여유있게 출발할 수 있다. 북한산국립공원 정릉주차장에 5구간의 입구가 있는데 그전에 쉬어갈 수 있는 공간들이 있기 때문이다. 음료수가 부족하면 이곳에서 보충하고 등산장비를 가지고 갔다면 마찬가지로 확인을 하고 출발하도록 하자.  5구간은 1구간부터 걸어온 이라면 처음 만나게 되는 상급 코스다. 

미리 이야기하지만 이 구간은 중간에 빠져 나올 방법이 없다. 즉 한번 들어가면 구간이 종료될 때까지 계속 걸어야 한다는 말이다. 코스 자체가 그렇게 험하거나 복잡한 것은 아니지만 오르막과 내리막이 제법 길게 이어져 있고 군데군데 등산로처럼 바위로만 길이 이어진 곳이 있으니 등산화 정도는 신고 가는 것을 추천한다. 4구간의 편안한 마음으로 진입하기는 약간 무리가 따르는 곳이다.

이전 글에도 올린 그림인데 실제로 5구간의 거리는 4km가 조금 더 된다고 생각하면 된다. 직선거리로만 볼 것이 아니고 고도차가 제법 크기 때문이다 만약 5구간을 시작점으로 한다면 지하철 4호선 길음역 3번 출구에서 143, 110B번을 타고 북한산관리공단입구에 하차한 다음 주차장 쪽으로 이동하면 입구를 쉽게 찾을 수 있다. 

고도계가 정밀하게 맞지는 않지만 출발지점인 북한산 주차장의 고도가 가장 낮고 이후로 진행함에 따라 전체적으로 고도가 상승하는 모양새를 이루고 있는 구간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표를 보면 내리막보다는 오르막이 많은 것을 볼 수 있는데 5구간이 종료지점에 가 보면 생각보다 높이 올라와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명상길이라는 이름을 잘 기억해두자. 전에도 이야기했지만 둘레길의 각 구간은 구간별로 특색이 두드러진 편이다. 명상길이라면 그만큼 생각을 하기에 좋다는 의미일텐데 과연 그런 구간인지 올라가보면 알게 된다.

부처님오신날의 흔적이 아직 남아있는 길을 천천히 올라가다보면 방문자 수를 확인하는 개찰구 비슷한 곳을 지나게 된다 시작점부터 오르막 계단인데 어지간해서는 끝날 생각은 안 한다. 그렇다고 너무 부담을 가질 필요는 없다. 천천히 걷다보면 어느새 구간의 끝지점을 만날 수 있으니까

오랜만에 마주치는 둘레길 표지판. 계단을 지나 흙길을 조금 걷가보면 다시 계단과 만나게 된다. 전에 다녀왔던 설악산 대청봉 코스에 비할 바는 아니지만 잠깐이나마 그때 생각이 나기도 했다.

계단의 끝에는 스탬프투어 하는 분들을 위한 포토포인트가 있다. 여기서 셀카 한 장 찍고 주변 경관을 한 번 바라보면 시원한 느낌이 든다. 전망대라고는 하지만 약간 빈약한 느낌이 든다. 전망대에 도착하면 이제 명상길이 대충 어떤 모양의 길인지 짐작이 된다. 구간이 끝날 때까지 이렇게 진행이 된다고 생각하면 마음이 편하다.

이번엔 내리막이다. 계단이 제법 잘 꾸며져 있다. 명상길을 걷다 보면 내리막이 생각보다 적다는 것을 느끼게 되는데 앞서 적은 것처럼 구간 전체가 위로 올라가는 모양을 하고 있는 까닭이다. 

내려왔나 싶더니 보이는 오르막 계단. 길을 걷다보면 이길을 만든 이들이 새삼 대단하다 싶다. 전국의 어느 산을 가도 마찬가지인데 등산을 목적으로 산에 오르는 것과 일을 하기 위해 산에 오르는 것은 말그대로 천지차이기 때문이다. 누군가의 힘겨움으로 인해 내가 지금 편하게 길을 간다는 생각을 둘레길 걷기에 나선 이후 처음 하게 되었다.

한참 올라가니 저 멀리 내리막이 보인다. 시작점에서 조금 서둘러 발길을 재촉했다면 이 정도 오면 제법 숨이 찰지도 모르겠다. 명상길이라는 이름을 한 번 더 생각하고 속도를 줄이다. 빨리 걷는다고 좋은 게 아니다. 천천히 걸어도 가고자 하는 곳에 도착할 수 있으면 좋은 여행이다. 집을 나서 먼길을 왔는데 굳이 힘겨워하며 걸을 필요는 없다.

5구간 명상길은 전체적으로 '산'이라는 느낌이 많이 드는 구간이다. 이전의 구간들처럼 민가와 마주칠 일도 없고 오직 사방이 산이다. 자연 그대로의 공간이고 그 안을 조용히 걷다 보면 어느샌가 이런 생각 저런 생각에 잠기게 된다.

이전 구간에서는 볼 수 없었던 바위길이다. 이런 길들이 여러 군데 나오고 내리막도 이렇게 바위로만 이루어진 곳들이 있다. 운동화를 신은 분이라면 주의를 해야 한다. 여름이라 크게 무리는 없지만 겨울에 이 구간을 지날 때에는 아이젠이라도 있어야 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길가에 아무렇게나 널려 있는 돌과 나무들도 이제는 하나 둘 눈여겨 보기 시작한다. 처음 둘레길 걷기를 시작할 때와는 몸이나 마음이나 많이 달라졌다. 목적지에는 언제든지 도달할 수 있다. 중요한 것은 과정이다. 언제 도착했느냐보다 어떻게 도착했느냐가 더 중요하다는 생각을 요즘 많이 하게 된다.

여름이지만 낙옆은 어디나 존재한다. 아무렇지도 않게 지나칠 수 있는 길이지만 차분히 내려다보고 거기 있는 존재들과 차분하게 대화를 해 나가며 걷는다.  길은 사람에게 참 많은 이야기를 건넨다. 우리가 귀를 막고 눈을 막고 있어 그 이야기가 들리지도 보이지도 않을 뿐이다. 사람과도 마찬가지다. 마음으로 누군가와 대화를 나누어본 적이 언제였는지 돌이켜 생각해보자.

길은 멀리 이어져 있고 사방은 온통 나무들 뿐이다. 오고가는 이들도 없어 정말 적막한 분위기. 가끔 들리는 까마귀 소리가 메아리가 되어 여기서도 저기서도 들리는 듯하다. 이 구간도 햇살이 직접 내리 쬐는 일은 거의 없어 들고 간 모자는 그냥 가방 속에 넣어두고 손수건 한 장만 꺼내어 들고 걸었다. 

이렇게 많은 길들이 내가 모르는 곳에 얼마나 또 많이 있을까 생각을 한다. 세상의 모든 길을 다 걸어보고 싶다는 꿈을 꾸어도 본다. 하지만 사람이 한 번에 갈 수 있는 길은 하나다. 한 사람이 두개의 길을 동시에 걸을 수는 없다. 그럼에도 우리네들은 가지 않은 여어 개의 다른 길에 너무 마음을 쓰고 있는 것은 아닐까.

굉장히 단조롭고 큰 변화가 없는 구간인 명상길. 왜 명상길이라 이름지었는지 고개가 끄덕여진다. 4구간을 걸을 때는 괜찮았던 왼발에 슬슬 부담이 간다. 다음에 가라는 말을 뒤로 하고 길을 나선 것을 처음 후회했던 순간. 그래도 길이 있으니 가야지..

만약 저 나무들을 모두 베어버리고 길을 냈다면 이곳의 의미는 퇴색했겠지. 나무는 그대로 자라게 놓아두고 그 사이로 길을 냈다. 사람도 자연의 일부다. 자연을 함부로 거슬러서는 안 되는 법이다. 하지만 이미 많은 자연의 흔적들이 인간의 욕심으로 사라져가고 있다.

길이 끊어졌나? 생각했다가 바위 사이로 발걸음을 옮긴다. 길은 사람이 내는 것이 아니라 산이 허락하는 것이다. 문득 든 생각인데 사람이 억지로 길을 내기는 했지만 가장 자연스러운 길은 원래부터 만들어진 길이라는 것. 주어진 길에 순응하고 받아들이며 걷는 것이 인위적으로 만들어진 길을 걷는 것보다 더 편안하다.

좀처럼 보이지 않던 이정표가 등장한다. 거의 막바지인가 싶었는데 사실 여기서도 조금 더 가야 한다. 오히려 형제봉까지 가는 길이 더 가까운데 둘레길을 올 때마다 정상에 가보고 싶은 생각이 많이 든다. 하지만 정상은 언제든 오를 수 있고 둘레길은 지금 가야 하는 길이다. 

55mm렌즈의 한계를 절실하게 느꼈던 구복암. 바위 이름인지 뒤의 암자 이름인지 정확하지는 않지만 정말 큰 바위 두 개가 버티고 서 있다. 아무리 뒤로 가도 내가 담을 수 있는 사진은 여기까지. 반대편에서 올라오던 지긋한 노신사분도 이 바위를 보고 카메라를 꺼내든다. 아름다움은 누구에게나 같은 공감을 준다.

한참을 더 걸으면 마지막 계단을 만날 수 있다. 5구간 명상길의 계단은 나무만으로 되어 있지는 않고 중간중간에 바위들을 모아 계단 역할을 하게 꾸며놓은 곳이 많다. 비가 오게 되면 미끄러지기 쉬운 점도 주의사항.

5구간의 종료 지점은 6구간 평창마을길의 시작이다. 다음 방문시에는 여기서부터 시작을 할 생각이다. 국립공원의 안내를 그대로 따르면 걷지 못하는 길이 생기는 점이 아쉽기 때문이다. (다행히 6구간은 홈페이지의 안내도 이곳에서부터다) 

이문을 나가도 바로 교통편이 있지는 않다. 멀리 보이는 길에서 왼쪽으로 나가 10여분 정도를 더 걸어야 한다. 주의할 것은 걷는 방향에서 버스를 타게 되면 출발점인 길음역으로 돌아가지 않는다. 내 경우는 불광역으로 향했기에 그대로 탔지만 만약 4호선을 탈 생각이라면 길을 건너 반대편에서 차를 타야 한다.


아무튼 이번 구간은 '수동'으로 돌아본 구간이었다. 노출도 초점도 모두 머리속에서만 계산해야했고 아주 오래 전 필름 카메라를 쓰던 시절 사용하던 어설픈 공식들을 쥐어 짜가며 한컷 한컷 담아보았다. 사진을 찍는 것도 걷는 것만큼이나 아날로그적이라는 생각이 들었던 걷기가 아니었나 싶다.

4구간, 5구간은 아주 어릴 적에 살던 동네와 이어져 있어 조금은 들뜬 마음으로 찾았던 곳이다. 6구간 평창동 역시 초등학교 시절 친구들 집이 있던 곳이라 자주 다니던 곳이었는데 우연치 않게 둘레길을 걷기로 한 것이 어린 시절의 기억을 되살리는 계기가 되었다는 점이 신기했달까..

역시 인연이란 사람의 힘으로 어쩔 수가 없는 것임을 다시 한 번 느끼게 되었다. 만나고 싶다 해서 만날 수 있는 것이 아니고 헤어지고 싶지 않다 해서 이별이 없는 것이 아니다. 그렇다고 운명론에 빠질 것은 아니지만 그만큼 사람의 힘이 닿는 것은 한계가 있다는 생각이다. 사람의 할 일을 다 하면 그때는 하늘의 부름을 기다리라는 고사성어도 있지 않은가...

발의 통증이 생각보다 깊어 이후 일정을 어떻게 할지는 지금으로서는 알 수가 없다. 마음이 너무나 혼란스러워 몸을 조금 움직여 보면 나아지지 않을까 해서 시작한 걷기가 조짐이 이상하던 발에 무리를 준 모양이다. 그래도 차라리 몸이 아픈 것이 낫지 않을까라며 위안을 해보지만 아직은 마음 역시 완전히 낫지는 않은지라 이중고에 시달리는 모양새가 되었다. 그래도 여전히 둘레길은 매력적이다. 다음 주에 걸을 수 있기만을 바라며...


Nikon D700, Ai micro Nikkor 55mm f/2.8S


이전 포스팅에서 적었지만 4구간 솔샘길은 3구간의 종료지점에서 바로 시작한다. 북한산둘레길에는 종종 이런 구간이 보이는데 구간의 종료와 다른 구간이 동시에 시작하게 되는 지점들이 있어 실제로는 북한산둘레길 안내 홈페이지의 공식적인 방문 경로와는 약간 다른 길을 걷게 된다. 

이 경로가 북한산둘레길 홈페이지에서 소개하고 있는 4구간 솔샘길의 경로인데 실제로는 3구간의 종료 지점에서 솔샘길이 시작하기 때문에 3구간에 이어 바로 4구간에 진입한다면 별 문제가 없지만 3구간까지 걷고 나중에 4구간을 가야지라고 마음먹은 경우에는 경로가 약간씩 어긋나게 된다.

즉 공식적인 시작점인 북한산생태숲 앞은 솔샘길이 이미 어느 정도 진행된 다음의 경로인 셈인데 나중에 6구간에 접어들 때도 마찬가지다. 이런 사실을 직접 와보고서야 알았기 때문에 어느 정도 손실(?)된 거리는 아쉽지만 다음을 기약할 수밖에 없었다. 왜 1구간이나 2구간처럼 출발지를 따로 분리하지 않았는지는 알 길이 없다.

아무튼 북한산둘레길 홈페이지에서 소개한 대로 4구간을 가려면 지하철 4호선 길음역에 내려 3번 출구로 나가면 오른쪽에 버스정류장이 있고 1014번이나 1114번을 타고 종점까지 이동하면 된다. 홈페이지에서는 북한산 생태숲 앞이라고 밝히고 있지만 실제 정류장 이름은 '성북생태체험관'이다. 이점도 미리 알고 가도록 하자

오늘 다녀온 경로는 4구간, 5구간으로 전체 거리는 6.9km다. 4구간은 북한산국립공원이 밝히고 있는 거리인 2.1km와 별 차이가 없지만 5구간은 공식거리는 2.4km지만 실제로 걷게 되면 4km가 넘는 거리라는 점도 감안해야 한다. 다음 포스팅에서 적겠지만 5구간은 준비를 조금 하고 가야 한다. 그럼 4구간을 가보도록 하자.

솔샘길은 이전의 3구간의 종료 지점부터 생각해보면 전반적으로 밝은 느낌이 드는 구간이다. 중간에 시민들을 위한 공원도 잘 꾸며져 있고 남녀노소 누구나 쉽게 접근할 수 있는 편안한 길이라고 할 수 있다. 실제로 오늘도 유치원생들이 무리를 지어 걷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물론 본격적인 둘레길은 아닌 '자락길'이었지만 말이다.

오늘은 수동렌즈를 들고 나갔다. 자동의 편리함보다 '천천히' 걷기 위해 그리고 천천히 생각하기 위한 선택이었다. 다만 아쉬운 것은 55mm라는 화각인데 풍경은 거의 광각으로 담는 습관이 있는지라 어떨까 싶었다. 그래도 결과적으로 보면 몇몇 장면만 빼고는 그래도 괜찮았다.

성북생태체험관에서 하차하면 조금 올라가 왼쪽에 표지판이 보인다. 이제 4구간이 시작인데 실제로는 이미 4구간이 어느 정도 진행된 지점이다. (계속 적는 걸 보니 아쉽긴 한 모양이다) 길에 접어들면 왼쪽으로 성북초등학교가 보인다. 한참 수업 중인지 아이들 목소리가 길가까지 들려온다.

넓은 공원과 동네 주민들이 쉬거나 운동을 할 수 있는 공간이 마련되어 있다. 4구간은 초반 둘레길 코스 중에 정말 편하게 걸을 수 있는 구간이지 싶다. 굳이 등산 장비를 갖출 필요도 없고 아주 가볍게 걸으면 된다. 그리고 중간중간 구간을 빠져 나올 수 있는 여지가 있어 걷다가 힘들면 다음을 기약해도 된다. 구간에 진입한 다음 벗어날 수 있느냐 없느냐의 문제는 생각보다 중요하다. 

조금 가다보면 '북한산자락길'을 만나게 된다. 만남의 장이라는 커다란 표지판과 함께 쉬어갈 수 있는 공간이 마련되어 있다. 자락길에 대한 설명은 아래 사진을 보자. 이 사진에서 정면에 보이는 내리막 계단으로 진입하면 4구간이 이어진다.

자락길은 정말 쉬운 코스로 되어 있는 구간인데 길이 아주 잘 닦여 있어 유모차도 이동이 가능하다. 거리는 제법 되는 편인데 유치원 아이들을 만난 것도 이곳에서였다. 전반적으로 북한산둘레길은 참 구성이 잘 되어 있다는 느낌이다. 예전에 제주 올레길을 잠깐 걸을 기회가 있었는데 언젠가 올레길도 이렇게 여행기를 적을 수 있었으면 좋겠다.

산길로 접어드는 4구간 솔샘길. 이전까지는 평지였지만 여기서부터 산길이다. 크게 험한 경로는 없고 가벼운 마음으로 걸을 수 있다. 평지가 대부분이고 산길은 그리 길지 않기 때문에 여느 구간보다 짧은 느낌이 드는 구간이 솔샘길 구간이다. 역시 계절의 느낌을 가득 느낄 수 있었다.

부귀영화가 다 무엇이랴... 나 또한 자유를 주십시오. 라고 외치고 싶지만 그 자유가 어디에서 나오던가... 찬찬히 들여다보니 번역이 좀 이상하다 싶었지만 가볍게 여기고 자리를 떴다.

험해보이지만 그렇게 힘들지는 않다. 흐린 날씨였지만 코스 자체가 그늘이 거의 없어 꽤 밝은 느낌을 준다. 전에도 적었지만 둘레길은 구간별로 독특한 색을 나타내고 있는데 솔샘길은 밝은 느낌이 두드러진 곳이다. 

인위적인 손질을 한 나무가 아닌 자연상태의 나무를 그대로 가져다가 만든 난간이 인상적이다. 이런 난간은 처음 본 듯 한데 꽤 괜찮다. 다만 안정적이라고 보기는 어려우니 붙잡지는 않도록 하자. 

이 언덕을 넘어가면 4구간 솔샘길은 끝나게 된다. 거리상으로는 그렇게 짧지 않지만 다양한 볼거리들이 있어 여기저기 기웃거리다보면 이미 구간 종료 지점에 다다르게 된다. 난이도가 가장 낮은 구간이어서 그렇지도 하겠지만 4구간은 참 편안하게 밝은 마음으로 걸을 수 있는 구간이었다.

언덕을 내려오면 거리를 만나게 된다. 산길을 걷다 갑자기 도로가 나오니 당황스럽지만 이미 여러 차례 겪은지라 담담하게 걸어본다. 건너편에 보이는 버스 차고지를 이정표 삼아 걸으면 된다. 좌우로 좁은 길이니 어긋날 일은 없을테지만..

조금 더 걸으면 이곳 북한산탐방안내소를 만날 수 있다. 여기까지 오면 솔샘길은 끝났다고 보면 된다. 지금 이곳은 수리중이라 내부에 들어갈 수는 없었는데 뒤쪽으로 맨발걷기 공원도 만들어두고 있고 쉴 수 있는 공간이 마련되어 있다. 여기서 조금 더 가면 주차장이 있고 바로 5구간 진입이다. 5구간에 접어들면 끝날 때까지 구간 밖으로 나올 수 없으니 음료수 등은 미리 준비를 하도록 하자.


Nikon D700, Ai micro Nikkor 55mm f/2.8S



내리던 눈이 멈추고 제법 강하게 불던 바람도 멈추고나니 제법 하늘이 쨍하니 좋은 느낌이다.

3월말로 시간이 흘러가고 있지만 3월이라는 계절이 늘 그렇듯이 겨울도 아니고 봄도 아닌 어정쩡한 시절이다.

주변을 걷다보면 참 일상의 사소함이라는 말이 저절로 떠오른다.

어딜 가나 옹기종기 모여있는 집들과 차들과 전봇대에 아무렇게나 붙어 있는 광고 전단지들...

사람사는 곳이 어딘들 다르겠냐 싶다. 이렇게들 모여 살고 그안에 희로애락이 춤춘다.

아무 곳에서나 발길을 멈추고 사각의 공간에 이미지를 담아도 그냥 우리네 삶이 된다.

Nikon D700, Ai Micro Nikkor 55mm F2.8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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